즉흥여행보다 더 황당한 건 나혼산 제작진의 해명 번복입니다
MBC ‘나 혼자 산다’의 전현무 카자흐스탄 여행을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냥 예능의 연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제작진이 처음에는 “촬영 지원이나 협찬 등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해놓고,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현지 행정 절차와 촬영 협조를 받았다고 입장을 바꿨다는 것을 보니 오히려 이 부분이 더 불편하게 느껴집니다.
애초에 해외에서 수많은 제작진이 움직이는 방송인데 현지 기관의 협조를 받는 것 자체가 그렇게 이상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촬영 허가나 장소 이용, 현장 진행 등 방송 제작에 필요한 협조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 문제는 그런 협조가 있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처음부터 없었다는 식으로 해명했다가 나중에 말을 바꿨다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방송의 핵심 콘셉트가 ‘아무 계획 없이 공항에서 목적지를 정해 떠나는 즉흥여행’이었습니다. 전현무가 항공권도 미리 준비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고, 현지에 도착한 뒤 숙소와 렌터카를 알아보며 여행하는 모습이 재미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방송 이후 항공권이 사전에 준비됐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고, 현지 관광기관의 지원 사실까지 나오면서 시청자들이 의문을 갖게 된 겁니다.
물론 방송은 방송이니까 어느 정도 연출과 편집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저도 예능을 실제 상황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처럼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렇다면 제작진도 굳이 처음부터 “지원이나 협찬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단정적으로 해명할 필요가 있었나 싶습니다. 나중에 “금전적인 지원은 없었지만 촬영 협조는 받았다”고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면 처음부터 그렇게 이야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오히려 이렇게 해명이 번복되니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럼 처음에 말하지 않은 부분이 또 있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별것 아닌 부분도 제작진이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했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을 텐데, 논란이 생길 때마다 설명이 조금씩 추가되면 당연히 신뢰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저는 이번 일을 보면서 예능의 연출 자체보다 시청자를 대하는 제작진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송에서 재미를 위해 상황을 재구성하거나 편집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시청자가 받아들인 내용과 실제 제작 과정 사이에 차이가 있다면 최소한 논란이 생겼을 때만큼은 정확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나 혼자 산다’는 오랫동안 실제 일상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이 출연자의 여행을 보면서 “정말 저렇게 갑자기 떠난 건가?”라는 재미를 느끼는 것도 프로그램의 중요한 요소였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 즉흥성이 프로그램의 재미를 위해 상당 부분 만들어진 것처럼 느껴진다면 당연히 허탈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전현무가 카자흐스탄에서 실제로 얼마나 즉흥적으로 여행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왜 처음 해명과 나중 설명이 달라졌느냐의 문제라고 봅니다. 금전적 협찬을 받지 않았다면 그것도 명확하게 밝히고, 현지 촬영 협조를 받았다면 그것 역시 처음부터 밝혔으면 됐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모든 장면이 100% 우연히 만들어질 수 없다는 것을 시청자들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솔직하게 말해주는 제작진을 더 믿을 수 있습니다. 이번 일을 단순히 “예능인데 뭘 그렇게 따지냐”는 식으로 넘길 게 아니라, 왜 시청자들이 제작진의 설명을 믿지 못하게 됐는지를 돌아봤으면 좋겠습니다.
처음부터 정확하게 설명했으면 될 일을 해명 번복으로 더 크게 만든 건 제작진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미를 위해 어느 정도 연출을 하는 것보다 시청자와의 신뢰를 잃지 않는 게 훨씬 중요하다는 걸 이번 기회에 제작진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