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외·고속버스 노선 4천개 줄고 터미널은 폐업

 

의견 - 이 뉴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이번 기사를 찬찬히 읽어 내려가면서 제 머릿속을 가장 먼저 가득 채운 생각은, 지방 중소도시의 인구 소멸 현상이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교통 소멸의 단계로 무섭게 진입하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이었습니다. 전국버스운송사업조합연합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민국의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노선 수는 약 삼천이백여 개로 십 년 전과 비교해 무려 삼십 퍼센트 가까이 허무하게 증발해버렸습니다.

 

이십 년 전 오천 개가 넘었던 것과 비교하면 무려 사천 개에 가까운 노선이 공중으로 완벽하게 사라진 셈입니다. 이러한 수치는 단순히 버스 회사들의 노선 몇 개가 줄어든 가벼운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는 수백만 주민들의 기본적인 이동권과 생존권이 뿌리째 흔들리며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는 것을 강력하게 의미합니다.

 

물론 고속철도인 케이티엑스와 에스알티가 전국적으로 개통되고 노선이 확장되면서, 대도시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이동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빠르고 편리해진 것은 분명 부인할 수 없는 긍정적인 사실입니다.

 

하지만 철도망이라는 것은 막대한 건설 비용과 수요 문제로 인해 필연적으로 대도시를 중심으로만 듬성듬성 구축될 수밖에 없는 뚜렷한 태생적 한계를 지니고 있습니다. 거대한 철도망이 닿지 않는 외곽 지역이나 지방 소도시의 주민들에게는 굽이굽이 국도를 달리는 시외버스가 유일한 외부 세상과의 연결고리인데, 단지 철도로 수요가 몰려 장사가 안된다는 경제적 수익성의 논리만으로 버스 노선마저 무참히 끊어버린다면 철도 소외 지역의 주민들은 마치 외딴섬처럼 완벽하게 고립될 수밖에 없습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지적했던 '교통의 양극화'라는 말이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씁쓸하고 슬픈 현실을 가장 날카롭고 정확하게 꼬집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이 되고 사람이 몰리는 대도시의 철도역 주변은 갈수록 눈부시게 발전하고 화려해지지만, 기차가 다니지 않는 지방의 작은 도시들은 유일한 생명줄이었던 버스터미널마저 문을 닫으면서 급격한 쇠퇴와 철저한 단절의 길을 걷고 있는 이 극단적인 대비가 참으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경험 - 직접 겪어봤는데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학창 시절이나 명절 때면 항상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던 고향의 시외버스 터미널 대합실 풍경이 아직도 제 눈앞에 생생하게 아른거립니다. 매표소 창구 위에 길게 늘어선 행선지별 시간표를 고개 들어 올려다보며 표를 끊고, 구수한 사투리가 정겹게 오가던 낡고 작은 매점에서 산 따뜻한 캔커피나 찐 계란을 두 손에 꼭 쥔 채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리던 그 따뜻한 추억들은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 누구나 가슴속 한편에 소중하게 품고 계실 것입니다.

 

그 시절 우리에게 버스터미널은 단순히 차를 타고 내리는 정거장의 개념을 넘어서, 타지로 꿈을 안고 떠나는 청춘들의 벅찬 설렘과 지친 몸을 이끌고 고향으로 돌아오는 안도감이 아름답게 교차하는 우리네 삶의 짙은 애환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아주 따뜻하고 소중한 공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전, 업무차 지방 출장을 위해 아주 오랜만에 방문했던 한 소도시의 버스터미널은 제가 기억하고 있던 과거의 생기 넘치고 활기차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라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하루에 수십 대씩 사람들을 실어 나르며 바쁘게 오가던 버스들은 그 숫자가 반토막을 넘어 처참하게 줄어들어 있었고, 북적이던 대합실 의자들은 텅 비어 차가운 공기만 맴돌았습니다. 터미널 한구석에서 정겹게 호객 행위를 하던 상가들과 식당들은 대부분 장기 휴업을 알리는 안내문과 함께 셔터를 굳게 내린 채 뽀얀 먼지만 두껍게 쌓여 있었습니다.

 

그 쓸쓸한 풍경 속에서 제 마음을 가장 아프고 시리게 만들었던 것은, 문을 닫은 텅 빈 매표소 앞에서 당황하고 초조한 표정으로 서성이고 계시던 백발의 어르신들이었습니다.

 

그 어르신들은 관절염이나 큰 병의 진료를 위해 대학병원이 있는 대도시로 반드시 나가셔야만 하는데, 평소 수십 년간 당연하게 타던 시간대의 버스가 수익성 악화라는 이유로 소리 소문 없이 갑자기 폐선되어 버린 탓에 다음 버스가 올 때까지 텅 빈 대합실에서 무려 몇 시간을 하염없이 더 기다리셔야만 하는 딱하고 막막한 상황이었습니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아주 빠르고 능숙하게 기차표를 미리 예매하고, 목적지에 도착하면 렌터카나 택시를 자유자재로 불러서 타는 것에 너무나도 익숙한 현대의 젊은 세대들과는 현실이 전혀 다릅니다. 개인 자가용을 소유하지 못하셨고 모바일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예매가 몹시 서툴고 낯선 시골의 어르신들에게 시외버스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병원을 가고 자녀를 만나러 가는, 말 그대로 생존과 직결된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교통수단입니다.

 

코로나 일구라는 전대미문의 사태를 겪으며 사람들의 이동이 통제되고 승객이 반토막 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끔찍한 적자를 도저히 견디지 못한 버스 회사들이 눈물을 머금고 노선을 대폭 줄여버렸습니다. 그리고 배차 간격이 길어지고 불편해지자 그나마 남아있던 승객들마저 자가용 등으로 떠나버려 다시 승객이 줄어드는 최악의 악순환 늪에 완벽하게 빠져버린 것입니다.

 

결국 자본주의의 차가운 수익성 논리에 속절없이 밀려, 교통 약자인 서민들의 가장 든든하고 따뜻했던 발이 무참히 잘려 나가는 비극적인 현장을 두 눈으로 직접 목격하며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아주 깊고 씁쓸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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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 이 상황이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국적으로 2018년 이후에만 무려 사십여 곳이 넘는 민영 버스터미널이 눈물을 머금고 문을 닫았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에 위치한 상징적인 남부터미널마저 극심한 적자로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할 정도로 버스 산업의 경영난이 극에 달한 지금 이 절망적인 상황에서, 과연 우리 사회는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매달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적자에 시달리며 파산 직전에 내몰린 민간 버스 운송 사업자들과 터미널 운영자들에게, 대중교통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막대한 금전적 손해를 온몸으로 감수하면서까지 빈 버스를 굴리고 노선을 유지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결코 공정하지도 않으며 지속 가능하지도 않은 비현실적인 요구일 뿐입니다.

 

이제는 버스와 터미널을 단순히 돈을 벌고 수익을 창출해야만 유지되는 차가운 민간 비즈니스 사업의 영역으로만 바라볼 것인지, 아니면 대한민국의 핏줄로서 전 국민의 기본적인 이동권과 평등한 생활권을 보장하기 위해 국가가 반드시 책임져야 할 필수적인 사회 간접 자본이자 공공 인프라로 바라볼 것인지 근본적인 시각의 대전환이 너무나도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만약 이 글을 읽고 계신 여러분이나 여러분의 연로하신 부모님께서 철도역 하나 없는 외진 작은 지방 소도시에 살고 계신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유일한 외부 연결 통로인 동네 버스터미널이 단지 장사가 안되어 적자가 난다는 이유로 내일 아침 하루아침에 굳게 문을 닫는다고 할 때, 여러분은 정부와 지자체에 분노하며 어떤 대책을 강력하게 요구하시겠습니까?

 

정부는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국민의 광역 이동권을 보장하기 위해 공공성이 높은 시외버스 노선을 필수노선으로 지정하여 국비로 지원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고사 직전의 버스 업계가 애타게 요구하는 고속도로 전용차로의 과감한 확대나 톨게이트 통행료의 대폭 감면 조치를 넘어, 아예 적자 시외버스 터미널의 지자체 공영화 매입이나 시내버스에 적용 중인 준공영제를 시외버스에도 확대 도입하는 등 지금보다 훨씬 더 파격적이고 실효성 있는 막강한 재정 지원책이 뒷받침되어야만 무너져 내리는 지방 대중교통망을 간신히 살려낼 수 있지 않을까요?

 

여러분들은 비록 천문학적인 국민의 혈세인 세금을 대거 투입해서라도 교통 소외 지역 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이 낡고 사라져가는 버스 노선들을 국가가 반드시 끝까지 지켜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아니면 시장 논리에 따라 자연스러운 도태를 받아들이고 다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 우리 모두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깊이 치열하게 고민해 보고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설날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에서 귀경객들이 이동하고 있다. 2026.02.18. 20hwan@newsis.com /사진=이영환

 

요약 - 이 뉴스 핵심만 쉽게 정리하면 이겁니다

 

가장 먼저 충격적으로 다가오는 첫 번째 핵심 사실은, 지난 십여 년의 세월 동안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던 시외버스와 고속버스 노선이 무려 사천 개 가까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는 뼈아픈 통계입니다. 이용 승객의 숫자 역시 이십 년 전 이억 팔천만 명에 달하던 시절과 비교해 무려 절반 이상인 오십팔 퍼센트가 급감하며, 대한민국 버스 산업 전체가 회생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심각한 존폐 위기에 벼랑 끝처럼 몰려 있습니다.

 

이렇게 참담하고 걷잡을 수 없는 산업의 붕괴가 일어난 두 번째 핵심 원인은, 케이티엑스와 에스알티 등 속도가 압도적으로 빠른 고속철도망의 전국적인 확충으로 인해 승객들의 철도 쏠림 현상이 급격하게 가속화된 데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일구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 팬데믹을 거치며 국민들의 이동 수요 자체가 완전히 바닥을 쳤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더해 다가오는 구월에 두 고속철도의 통합으로 철도 요금마저 십 퍼센트 전격 인하될 예정이어서, 속도에서 밀려 그나마 저렴한 요금 경쟁력 하나로 근근이 버티고 있던 버스 업계는 프리미엄 버스의 가격 차이마저 사라지며 말 그대로 벼랑 끝 낭떠러지로 내몰리고 있는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세 번째 핵심 내용은 이러한 버스 노선의 축소와 승객의 급감이 결국 동네 상권의 중심이던 전국적인 버스터미널의 연쇄적인 줄폐업 사태로 처참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이천십팔년부터 올해 삼월까지만 따져보아도, 나날이 줄어드는 수요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살인적인 적자를 도저히 견디지 못하고 눈물을 머금고 사업을 포기한 민영 버스터미널이 전국적으로 무려 마흔네 곳에 달합니다.

 

인구가 적은 지방 소도시의 영세한 소규모 터미널들뿐만 아니라 대전 서남부터미널과 심지어 서울의 핵심인 남부터미널 같은 특광역시의 초대형 터미널들마저 줄줄이 폐업을 신청하거나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어, 마치 인체의 혈관과도 같은 대한민국의 핏줄 대중교통망이 매우 빠르게 굳어가며 마비되고 있습니다.

 

마지막 네 번째 핵심은 결국 고속철도가 시원하게 뚫려 혜택을 보는 대도시와 기차역 하나 없이 버스에만 의존해야 하는 지방 중소도시 간의 극심한 교통 양극화 현상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국가적인 중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는 사실입니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국민의 기본적인 광역 이동권을 보장하고 교통 소외를 막기 위해, 공공성이 매우 높은 노선을 국가 필수노선으로 지정하여 국비로 적극 지원할 수 있도록 관련 시행령의 신속한 개정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수십 년간 서민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애환을 실어 나르던 든든한 발이자 지방과 수도권을 따뜻하게 이어주는 소중한 핏줄인 시외버스와 지역 터미널들이 다시금 옛날의 활기를 되찾고 힘차게 엔진을 구동하며 달릴 수 있도록, 정부의 과감하고 실효성 있는 재정적 대책 마련과 우리 사회 전체의 따뜻하고 지속적인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하고 시급하게 필요한 시점입니다.

댓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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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Zpiro24#UpOL
    예전 고향 버스 정류장에서 기다리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지방 버스 사라지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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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닥불#MsEo
    버스가 사라져서 저도 택시 기사님 될까 싶어요.
    교통이 살아나길 바라며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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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lmt45#6EYy
    아 버스가 사라져서 숨바꼭질 하는 듯하네요.
    교통이 사라지면 우리 생활도 힘들어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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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소진#olb9
    저는 고속버스 탈때마다 사람이 그렇게 많던데요 축소라니 좀 의아하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