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모는 언제부터 이렇게 큰 행사가 됐을까
청모는 원래 가까운 친구들한테 직접 결혼 소식을 전하는 소박한 자리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어느 식당에서 하느냐가 그 사람의 격을 보여주는 자리처럼 변해버렸어요 2023년 기준 1인당 평균 식사 비용이 4만원대였으니 지인 30명만 불러도 식비만 120만원이 훌쩍 넘어요 거기에 물가 상승까지 더하면 지금은 더 큰 금액이 되겠죠 결혼식장 예약에 웨딩드레스 피팅에 스드메 준비까지 숨 가쁜 일정 속에서 청모 장소까지 신경 써야 하는 예비 신부의 부담은 상상 이상이에요 지난해 결혼한 32세 최모씨가 식당 고르는 게 제일 힘들었다고 한 말이 단순한 푸념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SNS가 청모를 망쳤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
솔직히 말하면 청모 장소 경쟁이 심해진 데는 SNS의 영향이 커요 청모 사진이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순간 그 식당과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공개되거든요 어디서 했는지가 곧 어떤 사람인지를 보여주는 지표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생겨난 거예요 친구들한테 밥 사주는 자리가 일종의 퍼포먼스가 돼버린 거죠 저도 청모 초대를 받으면 어떤 식당인지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좀 당황스러웠어요 우리가 언제부터 이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요 이 문화가 계속 이 방향으로 흘러가면 청모는 신랑신부를 위한 자리가 아니라 하객을 위한 평가 무대가 될 수도 있어요
예비 부부도 하객도 지쳤다는 신호를 무시하면 안 된다
인하대 이은희 교수의 말이 핵심을 찌르고 있어요 우리나라 결혼 준비는 이미 이중삼중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구조라는 거예요 스드메에 예물에 예단에 허니문까지 챙기다 보면 결혼 준비 자체가 하나의 프로젝트가 돼버려요 청모는 그 프로젝트의 마지막 관문처럼 붙어있는 셈이에요 결혼을 앞둔 커플이 설레야 할 시간에 피로감을 먼저 느낀다면 그건 분명히 뭔가 잘못된 신호예요 축하받는 자리가 부담스러운 자리가 되는 건 누구에게도 좋지 않아요
좋은 청모는 장소가 아니라 온도가 결정한다
결국 청모의 본질은 함께 기뻐하는 거잖아요 어떤 식당이냐보다 누가 왔느냐가 더 중요한 자리여야 해요 청모 문화를 없애자는 게 아니에요 다만 그 자리가 진심을 나누는 시간으로 남으려면 지금처럼 규모와 장소로 서열을 매기는 분위기는 좀 걷어낼 필요가 있어요 소박하게 해도 충분히 예쁜 청모가 될 수 있다는 걸 우리 모두가 조금씩 인정해줬으면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