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 제때 이송 시 생존 가능성' 신경외과 전문심리
1심은 살인 고의 불인정…강도치사·유사강간치사로 징역 13년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성폭행까지 해 결국 숨지게 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3년을 받은 30대의 항소심에서 재판부가 '피해자가 제때 병원으로 옮겨졌다면 생존할 수 있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서울고법 춘천재판부 형사1부(이은혜 부장판사)는 7일 A(30)씨의 강도살인과 유사강간살인 혐의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열고 신경외과 전문의를 전문심리위원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했을 때 곧장 119에 신고하거나 병원에 이송했으면 생존했을 확률이 어느 정도였을지' 의학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신경외과 전문의에게 의견을 구한 뒤 오는 12월 16일에 공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A씨는 지난 1월 여자친구가 다른 남자와 연락했다는 이유로 자기 집에서 이틀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성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은 A씨에게 상해치사 혐의만 적용해 구속 상태로 사건을 송치했으나 검찰은 피해자의 얼굴에서 발견한 심한 멍 자국과 과거 A씨에게 스토킹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이력을 토대로 보완수사에 나섰다.
검찰은 A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분석을 토대로 그가 피해자에게 '벌금' 명목으로 돈을 갈취하고 강제로 성폭행하는 등 유사강간한 사실을 밝혀냈다.
피해자가 실신하자 휴대전화로 '뇌출혈', '동공 움직임' 등을 검색하며 1시간가량 피해자를 방치한 사실도 드러났다.
대검찰청 법의학자문위원회로부터 피해자의 사인이 외부 충격에 의한 두부 손상이라는 감정 소견도 받았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이에 A씨에게 단순 상해치사가 아닌 강도살인 및 유사강간살인 혐의를 적용해 구속기소하고,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반면 A씨 측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는 고의가 없었으므로 상해치사죄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 주장을 살핀 재판부는 A씨에게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A씨가 피해자를 살해하기 위해 급소나 위험 부위를 집중적으로 공격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는 점과 피해자가 간 질환을 앓고 있어 강하지 않은 충격에도 외상성 뇌출혈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체질이었던 점을 근거로 삼았다.
폭행 과정에서 흉기나 다른 도구를 사용하지 않은 점과 뒤늦게 119에 신고하고 병원에 동행한 사정도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기 어려운 사유라고 판단했다.
또 피해자를 폭행하면서도 약을 발라주거나 얼음찜질해준 행동도 살인의 고의와는 반대되는 행동이라고 봤다.
다만 강도살인과 유사강간살인 혐의보다 한 단계 낮은 강도치사죄와 유사강간치사 혐의는 인정된다고 판단해 징역 13년을 내렸다.
검사는 1심이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지 않은 데 사실오인과 법리오해가 있으며, 양형이 가볍다고 항소했다. A씨도 사실오인과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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