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기가 많아서 보유 중인 거 확인 후 거래합니다.”
지난 7일 텔레그램 ‘유빈아카이브 교환방’에는 이런 글이 올라왔다. 유빈아카이브는 유명 강사 등의 유료 학습교재를 불법으로 공유하는 방이다. 지난해 8월 핵심 운영진 검거로 폐쇄됐다가 곧장 같은 이름의 방이 재개설돼 약 23만명에 이르는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유빈아카이브 교환방’은 일종의 파생방으로, ‘일타 강사’ 관련 자료가 매매되고 있다.
한겨레 취재를 15일 종합하면, 2023년 7월부터 2년간 운영됐다가 없어진 기존 유빈아카이브에서는 1만6천건 넘는 학습교재가 불법 유통됐는데 지난해 8월 새로 생긴 방에서 공유된 자료는 이날 기준 1만2천건을 넘었다. 기존 유빈아카이브에서 공유된 자료 상당수가 백업돼 재유포됐다. 유빈아카이브는 누리집에서 간단한 검색과 클릭으로 참여가 가능하다. 대부분 미성년자인 수험생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민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는 저작권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되는데다가, 사기 등 금전적 피해까지 속출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법 거래인 탓에 사기 피해를 당하더라도 법적 구제를 호소하기 어려운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4500여명이 참여한 ‘유빈아카이브 교환방’은 사실상 돈으로 자료를 사고파는 ‘거래방’으로 운영된다. 구입·판매하려는 사교육업체의 자료명을 특정하면 원하는 사람이 개별 접촉해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거래가 성사된다. 매매 수단으로는 상품권이 주로 사용됐는데, 사기 피해를 호소하거나 주의를 당부하는 글도 많았다. 한 참여자는 “돈 아끼려다가 5만원 사기당했다”, “문화상품권 번호를 보냈더니 바로 방을 폭파시켰다”는 대화 내용을 첨부하기도 했다. 일부 참여자는 특정 계정을 “사기꾼”이라고 칭했다.

특정 조건을 충족한 소수의 인원으로 꾸려지는 ‘소수방’에 참여하려면 비용이 든다. 유빈아카이브 저작권 침해 문제를 담당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회원제 형태로) 특정 방에 참여하기 위해 일정한 금전 부담을 지고 활동 권한을 주는 형태”라고 소수방의 실체를 설명했다. 현재 텔레그램에서 운영되는 몇몇 ‘소수방’에서도 “단과 수업에서 제공받은 모든 자료를 스캔해야 한다” 등의 조건이 붙어 있다. 특정 수업을 수강해야 다른 자료를 불법적으로 공유받을 수 있는 셈이다. 지난해 8월 검거된 기존 유빈아카이브 운영진은 ‘소수방’을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유빈아카이브 운영자는 ‘사교육 격차 해소’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공개적으로 ‘소수방’ 운영 계획은 없다고 했다. 다만 현재 수익 모델로 운영되는 소수방들은 운영진이 익명으로 돼 있어 확인이 불가능하다.
검찰은 지난해 8월 기존 유진아카이브 핵심 운영진이 검거된 뒤에도 공범 여부 등 관련 수사를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교육업체 시대인재 관계자는 “홈페이지에서 관련 제보를 받고 있고,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절박한 심정의 수험생들이 아무런 경각심 없이 학습자료를 내려받아 퍼 나를 경우 저작권 침해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전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박애란 변호사는 “단순히 다운로드만 받았더라도 복제권 침해 가능성이 있고, 민사상 책임과 형사상 처벌 규정까지 있으니 더 경각심을 가지고 저작권 침해를 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희 기자 chpar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