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으로 경기 둔화와 물가상승 압박이 동시에 가중되는 가운데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통화정책의 핵심은 물가안정”이라며 ‘중동 리스크’가 계속될 경우 긴축적 통화정책을 꺼내 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다만 자신을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보는 시장의 인식에 대해서는 경계했다.
15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한 신 후보자는 “중동 리스크가 계속 진행돼서 근원물가나 기대인플레이션 상승으로 전이되고 2차 파급효과가 있으면 통화정책을 써야 한다”며 “지금 통화정책의 시험이 오고 있다”고 말했다. 물가와 성장이 상충하면 우선순위를 어디에 둘 것인지에 대한 질문엔 “한국처럼 유가에 민감한 경제에서는 유가 충격이 상당히 큰 만큼 물가에 무게를 두겠다”며 ‘인플레 파이터’로서 역할을 자임했다.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며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까지 제기되는 가운데 한은 본연의 책무인 물가안정에 보다 무게를 두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자신을 매파로 규정하는 평가엔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중동 전쟁으로 치솟은 원-달러 환율과 관련해서는 “최근 몇개월 간 환율이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유지가 된 것은 사실”이라며 “과도한 환율 상승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했다. 다만 “적정 환율보다는 환율에 쏠림이 있는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신 후보자는 “현재 환율 수준 자체는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적이 있는데, 이 발언으로 논란이 되자 “환율을 특정 수준만으로 평가하기보다는 변화 속도와 달러 유동성 상황, 그리고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한편 이날 청문회에서는 신 후보자가 외국에 오래 거주한 이력과 가족 관련 도덕성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은 “(신 후보자는) 군 복무 이후엔 한국에 아예 살지 않았다. 가족들도 모두 외국 국적이다.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총재라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신 후보자는 “한국 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겠다”고 밝혔다. 외화 자산이 많아 환율 당국 수장으로서 이해충돌 소지가 있단 지적에 대해선 “상당 부분 원화로 처분했다”고 강조했다.
신 후보자 본인의 이중 학적, 강남 아파트 갭투자, 장녀의 불법 전입신고 의혹 등 관련해선 “신상에 관해선 국민의 시선이 달갑지 않은 것을 알고 있다”며 “오래 해외에 있으면서 미처 행정처리를 못 한 제 불찰이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저와 가족의 개인적인 이득을 추구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