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암모니아’의 귀환 [강석기의 과학풍경]

지난 9일 울산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에서 진행한 중형가스 운반선 명명식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앞줄 맨 왼쪽 주원호 에이치디현대중공업 함정·중형선사업부 사업대표(사장), 왼쪽에서 일곱번째 니콜라스 사베리스 엑스마르 회장, 앞줄 오른쪽에서 세번째 브루노 얀스 주한 벨기에 대사. 에이치디현대중공업 제공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지난주 에이치디(HD)현대중공업이 세계 최초로 암모니아 추진선을 만들어 명명식을 했다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2023년 벨기에 선사 엑스마르가 발주한 4척 가운데 4만6천㎥급 중형 액화가스 운반선 2척으로 각각 5월과 7월 인도될 예정이다. 여기에는 현대중공업이 개발한 암모니아 이중연료 엔진이 탑재돼 있다.

암모니아 냉매는 들어봤어도 연료로도 쓸 수 있나 의문을 갖는데, 액체일 때 리터당 에너지 밀도가 13메가줄(MJ)로 천연가스의 주성분인 메탄의 22메가줄보다는 낮지만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를 내놓지 않아 친환경 연료다. 즉 메탄(CH₄)이 연소하면 이산화탄소(CO₂)가 나오지만, 암모니아(NH₃)는 공기의 주성분인 질소(N₂)가 나온다.

‘그렇더라도 암모니아가 친환경인가?’ 화학 지식이 있는 독자는 이런 의문이 들 것이다. 오늘날 암모니아 대부분은 수소(H₂)와 질소를 고온고압에서 반응시켜 만드는데(하버-보슈 공법), 이 과정뿐 아니라 천연가스나 석탄에서 수소를 만드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많이 들어가고 이산화탄소가 꽤 나온다.

세계의 연간 암모니아 생산량이 2억톤에 가까워 1인당 20㎏이 넘다 보니 인류가 사용하는 에너지와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각각 1% 이상을 차지한다. 따라서 이렇게 만들어진 이른바 ‘브라운 암모니아’가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다고 친환경 연료라는 건 눈 가리고 아웅이다.

그럼에도 암모니아 추진선을 만든 건 앞으로 암모니아의 색이 바뀐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즉 기존 생산설비에 탄소포집저장 장치를 더해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 암모니아’와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는 ‘그린 수소’로 만드는 ‘그린 암모니아’의 비중이 늘어날 것이다.

오늘날 암모니아의 99% 이상은 메탄이나 석탄에서 얻는 수소와 공기의 질소를 반응시켜 얻는 브라운 계열이다. 탈탄소를 위해서는 기존 설비에 탄소포집저장 장치를 달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 암모니아나 재생에너지로 물을 전기분해해 얻은 수소로 만드는 그린 암모니아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네이처’ 제공

흥미롭게도 그린 암모니아의 역사는 100년이 넘는다. 1913년 독일에서 최초의 암모니아 생산 공장(석탄에서 얻는 수소로 생산)이 문을 열고 불과 8년 뒤인 1921년 이탈리아 테르니에는 수력발전 전기분해 수소로 암모니아를 합성하는 소규모 공장(연간 생산량 700톤)이 문을 열었다. 세계 곳곳에 그린 암모니아 공장이 설립되면서 1930년에는 전체 암모니아 생산량의 30%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 뒤 석유와 천연가스 개발과 설비 규모가 커지며 그린 암모니아는 가격 경쟁력을 잃어 공장이 하나둘 문을 닫았고 2019년에는 페루 쿠스코에 한 곳만 남았다.

그러나 화석연료 고갈과 기후변화 문제로 재생에너지가 떠오르면서 2021년부터 그린 암모니아 생산설비가 하나둘 문을 열기 시작하고 현재 수백개가 건설 또는 계획되고 있다. 2050년에는 그린 암모니아가 27~4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낮이 길어지고 햇빛이 강해지면 제주도에서는 태양광 발전량이 전력소비량을 넘어 가동을 멈추는 일이 종종 일어난다. 이럴 때 전기분해 수소 기반 소규모 암모니아 생산 설비가 있다면 여분의 전기에너지가 버려지지 않고 화학에너지로 전환될 것이다. 실제 가변적인 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간헐적으로 작동하는 암모니아 설비 연구가 한창이다. 조만간 제주도에 태양광을 활용한 그린 암모니아 설비가 가동된다는 뉴스가 나오길 기대한다.

조회 63 스크랩 0 공유 0
댓글 0
댓글 정렬 옵션 선택
댓글이 없습니다.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