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파키스탄 종전협상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모라토리엄) 기간을 두고 미국과 이란이 각각 ‘20년’과 ‘5년’으로 제시하면서 의견차를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두고도 미국은 ‘국외 전량 반출’, 이란은 ‘이란 내 보유’를 주장하며 맞섰다는 보도도 나왔다.
13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은 복수의 양국 관계자를 인용해 지난 11~12일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에서 진행된 종전 협상에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중단(모라토리엄) 기간을 두고 미국은 20년, 이란은 5년을 제시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지난 2월2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양국의 핵협상에서 이란은 3~5년, 미국은 10년을 제시했는데 미국이 요구 수준을 두배로 높인 것이다.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두고도 미국은 국외로 전량 반출을 요구했지만, 이란은 이란 내 보유를 주장했다. 다만 이란은 우라늄을 희석해 농축도를 낮추겠다고 제안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이란이 현재 60% 고농축 우라늄을 440㎏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내에선 이란이 이번 전쟁으로 핵무기 개발에 나설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고 우려하며, 고농축 우라늄에 대한 조처가 필수적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고농축 우라늄 처리 문제를 두고는 여러 대안이 논의되어 왔다. 러시아는 이날 이란의 고농축 우라늄을 받아들이겠다는 자신들의 제안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제안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과 지역 국가들과의 접촉 과정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이 제안은 여전히 열려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2015년 이란핵합의(JCPOA)에서 이란은 농축도 3.67%, 보유량 300㎏ 이하로 유지하는 데 합의하고, 이후 1만1000㎏의 저농축 우라늄을 러시아에 넘긴 바 있다.
이란에선 개혁파를 중심으로 우라늄을 국외로 반출하지 않으면서도, 여러 국가가 공동으로 관리하게 하자는 제안이 최근 나온 바 있다. 2015년 이란핵협상에 참여한 자바드 자리프 전 이란 외무장관은 지난 3일 포린어페어스 기고문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미국, 이란, 걸프국가와 함께 (핵)연료 농축 연합체를 설립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라며 “이 시설은 서아시아에서 유일한 (핵)연료 농축 시설이 될 것이며, 이란은 모든 농축 (핵)물질과 장비를 그곳으로 옮겨야 한다”이라고 제안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자신이 탈퇴를 지시한 2015년 이란핵합의나 이번 전쟁으로 깨버린 지난 2월 핵협상 때와 비슷하거나 더 낮은 수준의 합의를 하면 ‘전쟁을 일으킨 이유가 무엇이냐’는 책임론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이란도 미국이 일으킨 전쟁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은 이상 요구 수준을 이전보다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 자리프 전 장관도 “미국은 우라늄 농축 제로를 요구해왔지만, 미국도 허황된 요구란 걸 알 것”이라며 “두 번의 전쟁에서 시도했다가 실패한 것을 이란으로부터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