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군 삼동면엔 '기다려야' 귀촌할 수 있는 마을이 있다. 최근 이 마을에 들어온 두 가구는 1년을 기다린 끝에 입주했고, 지금도 4가구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마을 인구 120여명 가운데 절반 가까이가 60대 이상인 초고령 마을. 아기 울음소리는 드물고 최고령 주민은 90세를 넘겼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내동천마을(바람개비 마을)로 이주를 원한다. 도시에서는 나이가 들어 요양시설로 가는 경우가 많지만 이 마을에서는 어르신의 노후와 돌봄을 마을공동체가 책임지기 때문이다.
마을 초입을 수놓은 형형색색 바람개비도 어르신들이 손수 만들었다. 아이들이 어르신에게 안부 편지를 보내는 마을 고유의 돌봄 문화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19일 마을회관 옆에 문을 여는 '인생 하숙집'은 마을의 상징 같은 공간이다. 어르신들이 요양시설로 떠나지 않고 익숙한 터전에서 머물 수 있도록 마련됐다.
전경선 내동천마을 청년이장은 "인생하숙집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비 등 생활비 부담을 기본소득으로 충당할 계획"이라며 "기본소득이 단순 지원금이 아니라 마을 돌봄 체계를 유지하는 재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농어촌 기본소득은 남해군 전역에 빠르게 안착했다. 남해군에 따르면 시범사업 지급률은 90%를 넘어섰다. 지난 달 지급 대상은 3만4840명으로, 총 53억9865만원이 카드형 지역사랑상품권으로 지급됐다.
지급된 돈은 지역 안에서 빠르게 선순환되고 있다. 지난 2월 27일 지급된 2월분 농어촌 기본소득은 한 달여 만에 82%가 사용됐다. 지난달 31일 지급된 1월 소급분과 3월분도 지급 일주일 만에 36.8%가 소진됐다. 지역화폐 가맹점 역시 사업 시행 이후 41곳 늘었다.
주민들은 우선 생활필수품을 판매하는 생활형 상점을 열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지역 특산물인 시금치를 활용한 '뽀빠이 거리'를 조성해 관광객 유입까지 노린다는 구상이다.
최상록 정거마을 이장은 "우선 빈 상가를 살려 상권을 띄운 뒤 자리가 잡히면 청년 창업자에게 넘기고 다시 다른 공실을 채우는 방식으로 골목 전체를 되살릴 계획"이라며 "기본소득을 디딤돌 삼아 지역 상권을 다시 세우고 싶다"고 했다.
실제 행사일에는 기본소득 결제가 집중되며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다. 할인 행사가 열린 이달 1일 직매장 매출은 700만원을 넘어섰다. 평소 평일 매출이 280만원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준이다.
이는 직매장에 농산물을 출하하는 농가들에게 반가운 변화다. 이 매장에 멸치를 출하하고 있는 김해경(64·남해군 삼동면) 씨는 "기본소득 지급 이후 로컬푸드 매장 매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겨울철엔 원래 멸치가 잘 안 나가는데 올해는 기본소득 덕에 2~3월 매출이 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권홍엽 남해군청 인구청년정책단 기본사회팀장은 "농어촌 기본소득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위축된 농어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주민 생활 안정을 기반으로 한 공동체 회복과 지속가능한 지역발전을 견인하는 전략적 수단이 될 것"이라며 "지역 주민들이 힘들게 지켜온 농어촌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