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때와 달라…미·이란 협상 끝나야 논의 가능"
"외국인 매도가 환율 상승 주도…중동 상황 안정 시 빠르게 내릴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0 ksm7976@yna.co.kr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임지우 기자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0일 "중동 전쟁에 따른 공급 충격이 장기화하면서 물가 상승 압력이 확산하고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경우에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한 뒤 기자간담회를 열어 "충격이 일시적일 경우에는 정책 시차 등을 고려할 때 금리 조정으로 대응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총재는 경기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 "현시점에서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이 작다"며 "지금 이란 사태가 종결되면 그럴 가능성이 작다고 얘기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다만 "2주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예측 불가능하다"며 "에너지 인프라가 파괴된다면 영향이 장기화할 수 있어 일반적으로 얘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시나리오로 간다면 스태그플레이션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지난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와 현재 이란 전쟁에 따른 경제 여건 변화에는 차이가 있다고 짚었다.
그는 "러·우 전쟁 당시는 팬데믹 기간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되면서 경기가 빠르게 회복되는 국면이었다"며 "전쟁 충격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보다는 물가를 크게 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고 금리 인상으로 물가 상승 압력에 대응할 필요가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지금은 전쟁이 물가뿐 아니라 경기에도 크게 영향을 미치면서 물가와 경기 간 상충이 심화할 우려가 있다"며 "환율 수준이 크게 높아져 있고 팬데믹 이후 고인플레이션기를 겪은 경제 주체들이 물가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비교했다.
이 총재는 이날 금통위원 7명이 전원일치 의견으로 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으나, 개별 위원의 금리 전망인 '포워드 가이던스'는 별도로 공개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몇 주 동안 중동 뉴스에 따라 경기 변수가 너무 급격히 변동했다"며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자리를 잡아야 거기에 맞춰서 의견을 제시하고 논의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이번에 3개월 내 금리 인상·인하에 관한 논의는 없었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추경)안 편성과 관련, "이번 추경은 재정 적자, 부채를 통해 조달된 게 아니라 초과 세수를 통해 조달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언급했다.
다만 "이번 추경안에 지방 교육 재정 교부금이 4조8천억원이 들어가 있다"며 "경기 대응을 해야 하는데 초과 세수가 생겼다고 이것을 초중고등학교 교육 예산으로 보내는 것이 과연 목적에 합당한가, 이런 경직성은 다시 한번 고려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는 최근의 고환율 국면에 대해 "외국인 주식 매도가 (환율 상승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작년과는 차이가 있다"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외국인 주식 매도 액수가 478억달러인데, 작년 한 해 전체가 70억달러였다. 올해 3월에만 298억달러가 나갔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란 사태가 안정되면 그 이전에 환율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만큼 빠르게 내려올 가능성도 있다고 개인적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주택 가격은 정부 대책 영향으로 오름세가 둔화하고 가격 상승 기대도 낮아졌지만, 서울 외곽과 수도권 비규제 지역에서는 주택 거래가 늘어나고 높은 가격 상승세도 지속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주택 가격 상승이 다른 모든 자산 수익률을 뛰어넘는 구조가 계속되면 자본의 효율적인 배분을 위해 나쁜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가계대출 제한에 단기적으로 실수요자 비용 상승 등 불편이 있겠지만, 이걸 몇십년간 방치한 데 대한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선 수도권 집중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신현송 차기 총재 후보자의 외화자산 비중이 높다는 지적과 관련, "국민 정서에는 어긋날지 모른다"면서도 "해외 인재를 모셔 오는데 외화자산이 있다고 해서 여러 우려를 하는 것은 너무 크게 고려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신 교수의 애국심이 (그가) 가진 자산보다 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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