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세계적으로 청소년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사용을 법으로 제한하는 ‘디지털 빗장 걸기’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기본권 침해 문제에 더해 과거 실효성 논란 끝에 사라진 ‘셧다운제’(자정부터 새벽 6시까지 16살 미만 청소년의 게임 접속 차단)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반론도 적지 않다.
세계적으로 규제의 칼을 가장 먼저 빼 든 나라는 오스트레일리아(호주)다. 오스트레일리아는 지난해 12월부터 16살 미만 청소년들의 에스엔에스 이용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발효했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10개 플랫폼은 16살 미만 아동의 계정 접속을 제한하고 신규 가입을 막아야 한다. 이를 어기면 최대 4950만오스트레일리아달러(약 515억5천만원)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 인도네시아도 아시아 최초로 지난달 말부터 16살 미만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계정 신규 생성을 막았다. 프랑스에선 지난 1월 15살 미만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사용 금지 법안이 하원을 통과했고, 영국과 스페인 등 유럽연합 주요국들 또한 유사 규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런 기류는 에스엔에스 과의존으로 촉발되는 각종 피해를 국가가 더는 방치해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호주 총리실은 에스엔에스 규제를 두고 “온라인 플랫폼으로 인해 호주 아이들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단순 규제를 넘어 서비스 제공자에게 책임을 묻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1심 법원 배심원단은 메타와 구글이 각각 운영하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가 청소년의 에스엔에스 중독을 유도하는 구조임에도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정신 건강에 해를 끼쳤다며 600만달러(90억원 상당)를 배상하라고 지난달 평결했다.
권일남 명지대 청소년지도학과 교수는 9일 한겨레에 이런 흐름을 두고 “그동안 디지털 변화의 긍정적인 측면에서 이용을 확장하면서 간과해왔던 인간 피폐화 및 청소년 중독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한국 정부 또한 일정 부분 규제가 필요하단 입장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공개한 통계를 보면, 국내 청소년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중이 43%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에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청소년 에스엔에스 규제와 관련해 “연령별로 단계적이고 차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다만, 논의는 더디다. 국회에도 14살 미만 아동의 에스엔에스 가입을 금지하는 방안이나 날마다 에스엔에스 이용 한도를 설정하는 방안 등이 담긴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이지만, 모두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에스엔에스 규제가 셧다운제와 유사한 성격의 규제인 점도 발목을 잡는다. 2011년 11월 청소년의 자유권을 침해한다는 논란 속에 시행된 셧다운제는 2014년 헌법재판소의 합헌 결정으로 기본권 침해 논란을 넘어섰지만, 실효성 논란이 이어지면서 2022년 1월 폐지된 바 있다.
기본권 침해와 실효성 논란은 현재 진행형이다. 청소년인권운동연대 ‘지음’은 청소년 에스엔에스 규제 법안이 발의되던 시점인 2024년 8월 성명을 내어 “특정 집단을 대상으로 한 근거 없는 금지나 제한이 아닌, 에스엔에스 설계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이창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청소년 당사자들의 반대 가능성이 크고 우회 접속 문제 등의 실효성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에스엔에스 간 경쟁이 치열해져 자극적인 콘텐츠 제공 등이 기업 입장에서 유리한 측면이 있어 외부적인 통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기존 방식의 실효성 문제로 규제를 포기할 것이 아니라, 실효적인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강재구 기자 j9@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