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10일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한달을 앞두고 하청노동자의 원청에 대한 교섭 요구가 쏟아지는 가운데, 하청 노동조합 간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한 노동위원회 판단이 잇따라 나왔다.
8일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에 대해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전국플랜트건설노조 각각의 원청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같은 날 인천지방노동위원회도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해서 7개 하청 노동조합의 상급단체에 따라 민주노총 산하 노조, 한국노총 산하 노조, 상위 단체가 없는 노조 세 형태로 교섭단위를 분리하라는 판정을 내렸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가 포스코에 대해 3곳 하청노조와 각각 교섭하라는 판단을 내린 것은, 다른 민간 대기업 노사관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에 대한 판정은 교섭단위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을 분리하고, 민주노총 아래 별개 산별노조인 금속노조와 전국플랜트건설노조를 분리하자는 것이다. 지노위에 제출된 신청이유서를 보면,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은 교섭 목표나 의제 등에서 차이가 있고, 같은 단위로 묶일 경우 노조 간 갈등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이 거론됐다. 양대 노총의 노선 차이를 고려하면, 분리가 더욱 교섭에 유리하다는 판단을 노동위원회가 받아들인 것이다. 이는 인천국제공항공사에 대한 판단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인천지노위는 “노동조합 사이 이해관계의 유사성, 노동조합 간 갈등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3개 교섭단위로 분리를 결정했다”고 판정 이유를 설명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장은 “이번 결정은 양대 노총은 물론, 공정과 작업 방식 등이 모두 다른 단위들을 분리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를 원청이 존중해야 한다는 취지가 반영된 것”이라며 “앞으로도 분리를 신청한 이유의 합리성이 인정된다면 유사한 판단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에 교섭을 요구한 하청 노동자들은 한 달 동안 14만명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원청 교섭요구 현황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 985곳의 하청노조가 원청 사업장 367곳을 대상으로 교섭을 요구했다. 노동위원회에 접수된 교섭 관련 심판 사건도 273건, 노동부가 운영하는 단체교섭 판단지원위원회에 사용자성 여부를 문의하는 질의도 75건(3월30일 기준)에 달했다.
노동위는 지난 2일 한국자산관리공사 등 4곳의 공공기관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것을 시작으로 노란봉투법 취지에 맞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지난 7일에는 서울지노위가 학교법인 인덕학원(인덕대), 성공회대 등 민간 영역인 사립대학의 사용자성을 인정했고, 이날은 대기업에도까지 인정되며 공공을 넘어 민간에서까지 하청노조의 권리가 인정되는 추세다.
노동부 또한 이날 국세청이 위탁 콜센터 업체에 대해 ‘작업환경 및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개선 의제’와 관련해 사용자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내놓았다. 정부기관이 수탁업무 노동자의 사용자라는 첫 판단이다.
박은정 방송통신대 교수(법학)는 노란봉투법 시행 한 달 경과에 대해 “일단 원청 교섭 자체가 열린 구도에서 출발한다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다만 “교섭창구 단일화 등 현장에서 여전히 혼란스러워하는 점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법 취지를 살려) 운영할 지 교섭 진행 과정에서 계속 검토해 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흥준 서울과기대 교수(경영학)는 사용자 쪽에서 노란봉투법 취지를 받아들여 하청노조와의 교섭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사내 하청은 지속가능하지 않은 고용구조”라며 “하청 노조와 교섭하는 일이 (사쪽에선) 부담이 되더라도 미래 리스크를 줄여나간다는 차원에서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사 양쪽을 조율하는 노동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다해 권효중 기자 harr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