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사셔야 가장 저렴해요. 당분간 가격이 오를 거예요.”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삼성스토어에서 직원이 삼성전자의 노트북 제품인 ‘갤럭시북6 울트라’ 구매를 권하며 말했다. 해당 제품 가격은 583만원으로 석 달 전 출고가(493만원)에서 90만원이 오른 것이다.
반도체 초호황은 삼성전자에 최대 실적을 안겼지만, 완제품 사업부의 부담을 키우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 급등으로 노트북과 태블리 피시(PC) 가격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회사는 지난 7일 자정부터 노트북과 태블릿 피시 제품 가격을 일제히 인상했다. 올해 1분기(1~3월) 연결기준으로 영업이익 57조원(잠정치)이란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고 발표한 날이다.
특히 ‘울트라’ 모델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다. 최고가인 울트라 알티엑스5070은 493만원에서 583만원으로, 알티엑스5060은 463만원에서 553만원으로 각각 90만원씩 올랐다. 지난 1월 출시 당시에도 전작인 갤럭시북5 시리즈보다 수십만원 가량 비싸게 내놨지만, 메모리 원가가 올라가면서 또다시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출시한 지 일주일 된 갤럭시북6 기본형 가격도 올렸다. 지난 1일 출시 당시 사양에 따라 출고가 160만원부터 251만원이었던 제품들을 17만원~88만원 인상했다. 태블릿 제품인 갤럭시탭 출고가와 상위 모델인 갤럭시탭 에스(S) 11 울트라 뿐만 아니라, 중저가 라인업 에프이(FE), 에이(A)도 적게는 3만원에서 15만원가량 인상했다.
50조가 넘는 영업이익을 낸 반도체(DS) 부문의 실적 잔치와는 달리 완제품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칩플레이션(칩+인플레이션)으로 고전 중이다. 업계에서는 스마트폰·가전 등 완제품의 1분기 영업이익이 3조원대로 전년 동기 영업이익(4조7천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관세·물류비 부담에 인공지능(AI) 수요 급증으로 공급이 부족해진 메모리 가격이 급등하며 전자기기 전반에 원가 압박이 작용한 탓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왼쪽 주머니에는 돈이 차는데 오른쪽 주머니는 비어 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부담은 당분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 1분기 디(D)램 가격이 직전 분기 대비 90% 가까이 올랐으며 2분기에는 45~50% 추가로 오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