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아닌 우리동네에서"…돌봄공백 메우는 지자체 '통합돌봄'

고령화 빠른 대전 대덕구, 생활·복지·주거 종합지원 해법 모색

(대전=연합뉴스) 고유선 기자 = 7일 방문한 대전 대덕구의 중리돌봄건강학교에서는 10여명의 어르신이 3개 책상에 나눠 앉아 보드게임을 즐기고 있었다.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을 이어가던 어르신들은 아쉬움의 탄성과 즐거운 환호성을 번갈아 내지르면서 활기차게 게임을 이어갔다.

중리돌봄건강학교에서 보드게임 하는 어르신들
(대전=연합뉴스) 8일 대전 대덕구 중리돌봄건강학교에서 지역 주민들이 보드게임을 하고 있다. 2026.4.8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이곳은 대덕구가 거동이 가능한 어르신과 장애인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운동·정서·관계 형성을 통합 지원하기 위해 만든 '돌봄건강학교'로, 대덕구 통합돌봄의 핵심 사업이다.

어르신들은 오전 9시에 '등교'해 오후 3시에 '하교'할 때까지 다양한 프로그램을 경험한다. 총 18개 과목이 개설돼 있는데 어르신들이 직접 반찬을 만들어 집으로 가져갈 수 있는 갈 수 있는 요리 프로그램과 부상 방지를 위한 운동 프로그램, 보드게임 등 다양한 수업이 마련돼 있다.

가족이 없고 우울증으로 집 밖 출입조차 힘들었다는 김정임(68) 씨는 "노래교실, 웃음 치료에 참여하다 보니 친구도 생기고 아픈 곳도 없어진 것 같다"며 "살면서 행복한 일이 별로 없었는데 지금 행복하다"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와 전국 지자체는 김 씨처럼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장애인 등이 병원·요양시설이 아니라 자신이 살던 곳에서 다양한 도움을 통합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통합돌봄' 본사업을 지난 달 27일 시작했다.

전국 지자체 가운데 대전은 통합돌봄 본사업 시행 이전부터 지역 차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운영하며 경험을 축적해 온 곳이다.

옥지영 대전 대덕구청 통합돌봄팀장은 "공공과 민간이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를 결합해, 점처럼 흩어져 있던 서비스를 대상자 중심으로 연결하는 것이 통합돌봄"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장기요양 서비스를 받는 어르신에게 요양보호사가 주 3회, 하루 3시간씩 방문한다고 나머지 시간을 모두 안정적으로 보내는 것은 아니다"라며 "상황에 따라 24시간 돌봄이 필요할 수도 있고 주말 돌봄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틈새를 통합돌봄 서비스로 채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노인 돌봄서비스
(대전=연합뉴스) 8일 대전 대덕구 중리돌봄건강학교에 노인 맞춤 돌봄서비스 안내문이 세워져 있다. 2026.4.8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대덕구가 통합돌봄에 일찌감치 나선 배경에는 빠른 고령화가 있다.

대덕구의 올해 1월 기준 인구는 16만5천535명으로 전년 대비 1.7% 감소했지만, 65세 이상 인구는 3만7천459명(22.6%)으로 전국 평균(20.9%)을 웃돈다. 여기에 고령 장애인 비중(전체 장애인 중 54%)과 1인 가구 비율(42.8%)도 높아 의료·돌봄 안전망 구축이 시급한 상황이다.

고령자 비율은 계속 늘어나는 추세인데 대덕구는 고령·취약 계층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지원하지 않으면 지역사회와 개인이 돌봄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수년 전부터 다양한 사회복지 프로그램을 연계해 온 대덕구는 2023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1천679명의 돌봄 대상자에게 생활지원·보건의료·요양·주거지원 등 3천862건의 서비스를 연계해 지원했고, 지난 달 통합돌봄 시행으로 연계 체계를 더 강화했다.

이제는 돌봄 대상자가 확인되면 사전 조사와 통합판정을 거쳐 개인별 지원계획을 세우고, 의료·요양·주거·생활 등 다양한 서비스를 종합적으로 제공한다. 이후에도 추가 지원 필요 여부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한다.

이 과정에서 구청과 행정복지센터, 보건소는 물론 민간 돌봄 기관과 의료기관·단체 등이 서로 긴밀히 협력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노인과 장애인의 사례를 연계한다.

예를 들어 대덕구 치매안심센터는 경도인지장애 및 경증 치매 노인의 상담과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통합돌봄 시행 이후 등록자 중 4명을 통합돌봄 대상자로 지자체에 연계했다.

반대로 지자체에서 선정한 통합돌봄 대상자 가운데 경증 치매가 있는 경우는 지자체가 센터로 연계해 다양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색칠공부
(대전=연합뉴스) 8일 대전 대덕구 치매안심센터에서 한 센터 이용자가 종이에 색칠을 하고 있다. 2026.4.8 [보건복지부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다만, 모든 지자체가 대덕구처럼 다양한 사업 노하우를 축적한 것은 아니다. 통합돌봄이 본사업으로 확장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지자체별로 경험과 인력·예산 여건이 모두 달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곳도 적지 않다는 게 사회복지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의료기관과 가족이 나눠왔던 돌봄 부담을 지역사회가 분담하고, 도움이 필요한 노인과 장애인이라면 '내가 살던 곳'에서 누구나 필요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고령화 속에서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유지할 대안이라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

옥지영 통합돌봄 팀장은 "'돌봄 공백'이 아니라 '위기'가 발생해야 지원이 이뤄지던 것이 기존 복지였다면, 이제는 공백 자체를 사전에 메우는 방향으로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어떤 공백을 채워야 지역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것이 통합돌봄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cind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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