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만에 다시 만나는 지구돋이 [오철우의 과학풍경]

1968년 아폴로 8호 우주비행사가 카메라로 찍은 ‘지구돋이’ 모습. 지난 1일(현지시각) 발사된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의 유인 달 왕복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의 임무 중 하나는 달 뒤편을 비행하는 동안에 지구돋이 장면을 촬영하는 일이다. 58년 만에 인간이 직접 찍는 두번째 지구돋이 사진이다. 미국 항공우주국 제공

오철우 | 한밭대 강사(과학기술학)

우주인 4명을 태우고서 달 탐사에 나선 미국의 왕복 우주선 아르테미스 2호의 임무 중 하나는 ‘지구돋이’ 장면을 사진에 담는 일이다. 지구돋이는 1968년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가 우연히 카메라로 찍어 널리 알려진 장면으로, 반쯤 드러난 파란 지구가 황량한 달의 월면선 너머로 고요하게 솟아오르는 모습을 포착했다. 이번에 촬영하면 58년 만에 인간이 직접 찍는 두번째 사진이 된다. 반세기 동안 지구 모습에 나타난 변화를 비교하는 자료로 쓴다지만, 1968년 사진이 워낙 유명했기에 사진 재현 자체가 주목받는 이벤트가 됐다.

1968년의 지구돋이에는 흔히 ‘역사적 사진’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그해 크리스마스 전날인 12월24일 달 둘레를 근접 비행하던 아폴로 8호의 우주비행사 윌리엄 앤더스는 창밖에 펼쳐진 황홀한 장면을 보고 즉흥적으로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렀다. 미국 항공우주국(나사)은 우주선이 귀환하고 사흘 뒤인 30일 이 사진을 공개했다. 이전에도 지구 행성을 담은 사진은 있었지만, 우주인이 카메라로 직접 촬영한 최초의 사진이었다. 실제 촬영 각도에서는 지구가 달 옆쪽에서 나타나는 모습이었지만, 사진을 90도 회전해 지구가 해돋이처럼 솟아오르는 장면이 됐다.

지구돋이 사진은 여러 주요 언론 매체에 실리면서 점점 많은 사람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바라보는 인류 과학기술의 성취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인류의 삶터가 캄캄한 우주에 떠 있는 유한하고 연약한 행성임을 자각하게 했다.

1960~70년대는 자연 개발과 산업화가 빨라지면서 자원 고갈과 환경 파괴 문제가 커지던 때였다. 탈출할 데 없는 캄캄한 우주에 떠 있는 지구 모습은 우리가 바로 이 행성에 거주하며, 그 하나뿐인 행성을 돌봐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렸다. 이제는 굳어진 말이 된 ‘하나뿐인 지구’라는 표현도 이 무렵 등장했다. 유네스코 소식지인 ‘쿠리에’의 1973년 1월호 특집은 ‘하나뿐인 지구’였다. 지구의 날이 제정되는 데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 지구돋이는 환경문제를 지구 차원에서 생각하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58년 만에 다시 맞이하는 지구돋이 사진은 우리에게 어떤 상념을 불러일으킬까? 아르테미스의 달 탐사 비행을 전하는 언론 매체 보도에서는 달의 희토류 자원 개발이나 화성 진출의 전진기지 같은 미래 얘기들이 도드라진다. 인류가 새로운 우주 경쟁에 뛰어드는 듯한 분위기는 많은 우려를 자아낸다. 하나뿐인 지구를 떠나 제2, 제3의 지구를 찾아 나서는 원대한 여정의 시작처럼 묘사되기도 한다. 어느덧 우리는 더 넓은 우주로 향하는 대신 하나뿐인 지구를 점점 잊는 것은 아닐까.

두번째 지구돋이 사진이 앞으로 두고두고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낼지 알 수 없다. 다만 첫번째 사진이 던진 질문, 즉 ‘하나뿐인 지구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물음이 기후위기를 겪는 오늘날 우리에게 오히려 더욱 절실해졌음은 분명하다. 58년 전 많은 사람들이 마음에 품었던 하나뿐인 지구의 울림이 다시 울릴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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