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유사가 주유소에 공급하는 기름값을 리터당 210원 올린 석유 2차 최고가격제 시행 일주일이 지났다. 그 전에 싸게 사들인 주유소 재고가 떨어질 시점이 됐지만, 전국 평균 기름값은 이제야 1930원 구간에 들어섰다. 기름이 가장 비싼 서울도 1960원대다. 2차 최고가격 인상 폭에 놀라 곧 2000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는데, 그 시점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달 27일 정부가 고시한 2차 최고가격(정유사 공급가)은 휘발유 1934원, 경유 1923원이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의 3일 오후 3시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윳값은 리터당 1929.79원, 서울은 1966.34원이다. 경윳값은 전국 평균 1921.14원, 서울은 1942.57원이다. 매일 10원 안팎으로 올랐는데, 전날에 견줘 서울 기준 휘발유는 2원, 경유는 3원 오르는 데 그쳤다. 이런 추세라면 3차 최고가격 조정(10일)에 임박해서야 기름값이 2000원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 유가의 가파른 오름세에 견줘 국내 기름값 상승각은 비교적 완만하게 관리되고 있는 셈이다.
여러 분석이 나온다. 우선 정부의 강력한 관리가 먹히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공동체 위기를 틈탄 부당이익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거듭 천명했다. 정부는 최고가격제 시행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가격 동향 실시간 모니터링 등 시장 감독을 강화했다. 범부처 합동점검단을 꾸려 단속도 하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단기간에 가격을 크게 올린 서울지역 주유소를 직접 점검하기도 했다.
매일 기름값 모니터링을 하는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이서혜 대표는 “국제 유가 상승과 비교하면 현재 주유소 기름값은 인상 폭이 작은 상황이다. 1차 최고가격제 시행 전 너무 한꺼번에 많이 올리면서 이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컸는데, 정부가 가격 모니터링에 나서고 일선 주유소가 동참하면서 기름값이 천천히 오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유사 직영 주유소가 가격 인상 폭을 낮춘 것도 주요 이유로 꼽힌다. 이곳으로 소비자가 몰리면서 자연스럽게 주유소 가격 경쟁이 붙었다는 것이다. 2일 기준 직영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817.53원, 자영 주유소는 리터당 1926.55원이었다. 경유는 직영 1793.49원, 자영 1918.79원이었다. 서울은 격차가 더 커서 휘발유는 직영 1826.58원, 자영 1993.1원, 경유는 직영 1803.17원, 자영 1969.33원이었다. 중동 사태 전에는 자영이 직영보다 10원 이상 쌌는데, 전쟁 이후 역전된 것이다.
전체 주유소에서 직영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안쪽으로 크지 않지만 주로 도심에 있다. 서울의 경우 직영 주유소 비율은 25% 정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정유사들이 정부 요구에 맞춰 공급 가격을 낮게 가져가고 있다. 정유사가 직접 가격을 통제할 수 있는 직영 주유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고, 경쟁 관계에 있는 주변 자영 주유소도 따라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정유업계 다른 관계자도 “직영 주유소로 소비자가 몰려 기름탱크가 빨리 비다 보니 직영 쪽 공급이 늘어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다만 이 때문에 일부 자영 주유소는 영업난을 호소하기도 한다. 여기에 낮은 기름값을 유지하는 정유사 손실을 보전해줘야 하는 정부 재정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정유사 한 관계자는 “업체당 조 단위의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