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메네이 이어 라리자니도 제거…집요한 이스라엘 정보전 주목

美와 역할 분담 통해 핵심 세력 겨냥·정권 붕괴에 주력

비상시 예비계획 파악해 집결지 폭격…경찰고위 간부 통화로 심리전

폭격으로 뼈대만 남은 이란 테헤란 내 빌딩들
[로이터=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이란 전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폭사에 이어 실권자 중 한명인 알리 라리자니 최고 국가안보회의(SNSC) 사무총장까지 공습으로 사망하면서 이번 전쟁을 통해 이란 정권을 궤멸시키겠다는 이스라엘의 집요한 정보·첩보전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란 공습에 나선 이스라엘은 현재 미국과 역할 분담을 통해 내부 통제기관을 흔들어 정권을 무너뜨리겠다는 목적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모든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7일(현지시간) 분석했다.

WSJ이 입수한 이스라엘의 공격 대상 명단과 전투 피해 보고서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전쟁 개시 후 미사일 등 1만발을 이란에 투하했다.

이 가운데 약 2천200발은 이란 이란혁명수비대(IRGC), 바시즈 민병대, 보안군 등 이란 군부 세력을 공격하는 데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이스라엘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주요 지휘소가 파괴된 후 지휘관들이 어디에 은신하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첩보 수집에도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이란 군부세력이 내부 보안시설이 피해를 당하면 스포츠 시설에 집결한다는 예비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이곳에 사람들이 모여드는지 지켜본 이스라엘은 첫 공습을 시작한 지 얼마되지 않아 주요 스포츠 경기장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했다.

이 가운데는 이란의 대표적 축구장인 아자디 스타디움도 포함됐고 여기서만 이란 보안군과 군인 수백명이 사망한 것으로 이스라엘 당국은 보고 있다.

이란 당국도 아자디 스타디움이 공격당한 사실을 인정하며 이스라엘이 민간인 시설까지 공격했다고 맹비난했다.

이란 국영 매체들은 폭격으로 뼈대만 남은 아자디 스타디움의 사진을 공개했지만, 이곳에 이란군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폭격 당한 이란 대표적 축구장 아자디 스타디움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란 정권 핵심 세력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공격은 이날 라리자니와 골람레자 솔레이마니 바시즈 민병대 총지휘관 사망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스라엘 정보당국은 솔레이마니가 부하들과 테헤란 숲속의 한 텐트에 은신중이라는 제보를 입수했다.

이스라엘은 전쟁 초반부터 바시즈 민병대 본부 등을 폭격하며 살아남은 지휘관들이 외부에 집결하도록 유도했는데, 이스라엘이 바라던 대로 된 것이다.

아울러 지난 13일까지 공개석상에 나타나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해 날 선 발언을 내놓던 라리자니도 마지막 모습을 드러낸 지 4일만에 결국 사망했다.

이스라엘군은 이란의 새 최고지도자로 선출되고서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모즈타바 하메네이도 추적해 제거하겠다고 경고하고 있다.

WSJ은 이날 공격에 대해 "공습으로 인해 이란 내 막대한 피해가 발생하고 첩보 수집량이 늘어나 가능해진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이란 지도부 제거 목표에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이스라엘은 이란 정권 흔들기 위해 지도부를 대상으로 심리전도 병행중이다.

이스라엘 정보기관과 이란 경찰 고위 간부간 통화 내용을 보면 이스라엘은 이들에게 개별적으로 전화를 건 뒤 가족 실명까지 거론하며 위협한다.

이스라엘의 협박에 이 간부는 "코란에 맹세하건대 나는 당신들이 적이 아니다"며 "나는 이미 죽은 목숨이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사기가 저하된 이란군은 이제 차량이나 모스크에서 잠을 청하고 있다. 이들이 민간인 거주시설로 숨어들어 가는 탓에 이란 주민들은 공습 목표가 될까 두려워 집을 떠나기도 한다.

미 싱크탱크인 워싱턴연구소 소속 이란 전문가 파르진 나디미는 "이란인은 자신들 눈앞에서 제도가 붕괴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황을 역전시키는 데는 훨씬 더 많은 공격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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