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 진출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습니다. 홍 감독은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다음 날인 29일 오전(한국시간), 대표팀 베이스캠프인 멕시코 사포판에서 취재진을 만나 국민에게 죄송하다는 뜻을 전하며 사임 의사를 밝혔습니다. 이로써 2027년 1월 아시안컵까지였던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반년 일찍 물러나게 되었습니다.
48개국으로 확대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체코에 2-1로 이겼으나, 멕시코와 남아공에 연달아 0-1로 패하며 조 3위로 밀려났습니다. 이후 각 조 3위 팀 간의 경쟁에서도 밀려 최종 34위로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한국 축구가 월드컵 조별리그를 통과하지 못한 것은 8년 만입니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이어 두 번째로 지휘봉을 잡았던 홍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의 불공정 논란과 국회 현안 질의, 평가전 대패 등으로 임기 내내 경질 여론에 시달린 끝에 아쉽게 여정을 마무리지었습니다.
참 씁쓸하고도 예견된 결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원정 16강이라는 목표를 안고 야심 차게 출발했으나, 결국 32강에도 들지 못한 채 조기 탈락했다는 소식은 축구 팬의 한 사람으로서 깊은 허탈감을 줍니다.
이번 실패는 단순히 홍명보 감독 한 사람의 전술 부재나 선수들의 경기력 문제로만 치부할 수는 없습니다. 애초에 감독 선임 과정에서부터 공정성 논란이 일며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고, 이로 인해 대표팀은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한 채 늘 흔들리는 얼음판 위를 걸어야 했습니다. 최종예선을 무패로 통과했음에도 본선을 앞두고 보여준 들쭉날쭉한 경기력과 대패는 불안감을 키웠고, 결국 본선 무대에서 우려가 현실이 되고 말았습니다. 비기기만 해도 되었던 남아공전에서의 무기력한 패배는 현재 한국 축구의 냉정한 주소를 보여주는 듯합니다.
홍 감독은 2014년에 이어 또 한 번 월드컵 잔혹사를 쓰며 불명예스럽게 물러났지만, 이제 화살은 대한축구협회로 향해야 합니다. 밀실 행정과 독단적인 결정이 어떤 참담한 결과를 낳는지 이번 월드컵을 통해 똑똑히 확인했기 때문입니다. 감독 한 명 바꾼다고 한국 축구가 당장 살아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협회 시스템의 전면적인 쇄신과 함께, 무너진 국민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지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