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supple.kr/news/cmlckc16w000krsj5d95oj429
미우라 가즈요시의 도전을 ‘감동’으로만 소비하기에는, 이번 선발 출전은 솔직히 꽤 씁쓸한 장면이었다고 느낍니다. 58세 346일이라는 기록 자체는 분명 대단하지만, 1,700일 넘게 공식전을 못 뛴 선수를 시즌 개막전 최전방 원톱으로 선발했다는 건, 순수하게 전력과 경기력만 보고 내린 결정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20분 동안 슈팅 한 번 못 해보고 교체됐다는 사실은, 상징성 말고 팀에 어떤 축구적 도움을 줬는지에 대해 냉정한 의문을 남깁니다.
더 문제적인 건, 이런 선택이 팀 동료들과 상대팀에게도 애매한 부담을 준다는 점입니다. 레전드가 다칠까 봐 강하게 태클도 못 하겠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라면, 이미 그 경기는 ‘진짜 경쟁’이 아니라 ‘기념 행사’에 가까워집니다. 승리를 위해 피 말리는 경쟁을 해야 할 프로 무대에서, 흥행과 화제성 때문에 누군가가 사실상 ‘이벤트 선수’처럼 기용된다면, 그 자리를 간절히 노리던 젊은 선수에게는 기회 박탈로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레전드를 존중하는 것과, 레전드의 이름값에 팀 운영을 끌려가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번처럼 기록 갱신 자체가 목표가 된 선발은, 결국 “팀이 정말 이길 생각이 있느냐”는 비판을 불러올 수밖에 없습니다. 미우라의 열정 자체를 탓할 수는 없지만, 구단과 리그가 그 열정을 ‘호객용 인형탈’처럼 소비하는 방식은 선수 본인의 커리어까지도 안타깝게 만들어 버린다는 점에서, 긍정보다 부정적인 인상이 더 크게 남는 경기였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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