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에 상품 대금을 지급해야 하는 법정 기한을 앞당기는 겁니다. 직매입 거래는 기존 60일에서 35일로, 특약 매입과 오픈마켓 등 온라인 중개 거래는 40일에서 20일로 줄이는 내용이라고 합니다.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돈을 더 빨리 받을 수 있으니 당연히 반가운 변화일 수 있습니다. 특히 자금 여유가 많지 않은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이라면 대금을 빨리 회수하는 게 운영에 상당한 도움이 될 테고요.
문제는 그 과정에서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유통업체 역시 상품을 매입한 뒤 바로 현금이 들어오는 구조가 아닌데 지급 시점만 강제로 앞당겨지면 운전자금이 부족해질 수 있다는 거죠. 그렇게 되면 결국 유통업체가 판매가 확실한 대기업 상품이나 이미 잘 팔리는 제품을 중심으로 발주하고, 아직 판매 실적이 부족한 중소기업이나 신생 브랜드의 제품은 덜 들여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업계의 주장입니다.
이 부분은 상당히 아이러니하게 느껴집니다. 법의 목적은 중소 납품업체를 보호하는 건데, 실제 현장에서 유통업체가 위험 부담을 줄이려고 한다면 오히려 규모가 작은 업체들이 먼저 거래에서 밀려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처음 시장에 진입하는 스타트업이나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는 판매량을 쌓을 기회 자체가 중요한데, 이런 제품들이 대형 유통망에 들어가기 어려워진다면 성장할 기회도 줄어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다고 해서 지급 기한을 계속 길게 유지하는 게 답이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납품하고도 돈을 받기까지 몇 달씩 기다려야 하는 구조 역시 작은 업체들에게는 상당한 부담이니까요. 결국 중요한 건 무조건 기한을 줄이느냐, 그대로 두느냐가 아니라 현실적인 절충점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납품업체가 돈을 빨리 받는 것과 유통업체의 자금 부담을 줄이는 것 중 하나만 선택할 문제는 아닌 것 같습니다. 중소 납품업체를 보호하면서도 오히려 그 업체들의 판로가 줄어드는 부작용은 피해야 하니까요. 법안의 취지는 살리되 시행 시기와 적용 기준을 충분히 조정해서 유통업체, 납품업체, 소비자 모두에게 지나친 부담이 생기지 않는 방향으로 보완됐으면 좋겠습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