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주처 “덮개 설치·폐소화기 수거” 약속했지만 현장선 직사광선 노출
- 발파암 곳곳 숏크리트 반발재 혼입…강섬유 녹슬 정도로 장기간 방치 정황
- “시공사뿐 아니라 발주처 관리·감독 제대로 했는지 따져봐야”
국가철도공단이 발주하고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인덕원~동탄 복선전철 제12공구 노반시설 기타공사’ 현장에서 소화기 관리 부실에 이어 터널 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숏크리트 반발재까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발주처가 앞선 지적 당시 소화기를 직사광선에 노출하지 않도록 덮개를 설치하고 폐소화기는 수거업체를 통해 처리하겠다는 취지의 개선 방침을 밝혔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모습이 확인됐다.
단순한 현장 정리 문제를 넘어 발주처의 관리·감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따져볼 대목이다.
■ “덮개 씌우겠다”던 소화기, 여전히 햇볕 아래
지난 10일 현장에 놓인 분말소화기들은 별도의 차광·보양시설 없이 외부에 노출된 상태였다. 일부는 가지런히 보관됐다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눕혀지거나 다른 물품과 뒤섞여 있었다.
사용 가능한 소화기를 보관하는 것인지, 폐기할 소화기를 임시 적치한 것인지도 외관상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앞서 발주처는 소화기 관리 문제와 관련해 직사광선에 노출되지 않도록 방지 천막 등 보양 덮개를 설치해 보관하고, 폐소화기는 수거업체를 통해 처리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에 확인된 현장 상태만 놓고 보면 이런 개선 방침이 현장에서 제대로 이행됐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소화기는 화재 발생 때 즉시 사용할 수 있도록 정상적인 성능이 유지돼야 하는 안전장비다. 따라서 사용 예정인 소화기라면 제조사 지침 등에 따라 적절하게 관리해야 하고, 폐기 대상이라면 사용 가능한 소화기와 구분해 적정 절차에 따라 처리할 필요가 있다.
결국 현장에 놓인 소화기가 ‘사용품’인지 ‘폐기 대상’인지부터 명확히 구분하고 각각의 관리·처리 과정을 확인해야 한다.
■ 발파암 사이에 숏크리트 조각…“조금만 살폈어도 골라낼 수 있어”
문제는 소화기뿐만이 아니다.
터널 굴착 과정에서 발생한 발파암 야적 구간에서는 크기가 제각각인 숏크리트 반발재로 보이는 콘크리트 조각들이 발파암과 뒤섞인 채 노출돼 있었다.
세륜시설 주변에서도 유사한 물질이 확인됐으며 일부에는 강섬유가 심하게 녹슨 상태로 남아 있었다. 녹 발생 정도만으로 정확한 방치 기간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상당 기간 적절한 선별·수거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터널 공사 특성상 굴착 과정에서 발파암과 숏크리트 조각이 일부 섞이는 상황 자체를 완전히 막기 어려울 수 있다.
그렇다고 눈에 보이는 반발재까지 그대로 놔둬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현장 순찰과 야적물 관리 과정에서 육안으로 확인되는 숏크리트 조각을 지속적으로 선별·수거했는지, 선별된 물질을 어떤 기준으로 보관·처리했는지가 핵심이다.
특히 매일 작업자와 현장 관계자들이 오가는 장소에서도 쉽게 확인되는 상태였다면 시공사의 자체 환경관리뿐 아니라 감리와 발주처의 현장점검이 실효성 있게 이뤄졌는지도 점검할 필요가 있다.
■ 숏크리트 섞인 발파암, 어디로 가나
더 중요한 문제는 이 발파암의 최종 처리 과정이다.
숏크리트 반발재가 혼입된 발파암을 현장에서 어떻게 선별하고, 선별 이후 각각 어떤 용도로 사용하거나 반출하는지가 확인돼야 한다.
발파암을 성토재로 사용하거나 쇄석골재 등으로 가공할 계획이라면 숏크리트 반발재가 혼입된 상태로 그대로 활용되지 않도록 품질관리와 폐기물 선별·처리가 선행돼야 한다.
단순히 골재의 물리적 품질기준을 만족하는지와 폐기물을 적법하게 처리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숏크리트 혼입 발파암 선별 방식 ▲선별 작업 기록 ▲발파암 반출·재활용 경로 ▲숏크리트 반발재 발생량과 처리량 ▲폐기물 인계·인수 및 처리 관련 자료 등을 대조할 필요가 있다.
■ 강섬유 녹슬도록 방치…관리체계 제대로 작동했나
숏크리트는 터널 굴착면에 콘크리트 등을 뿜어 붙여 지반을 안정시키는 공법이다. 이 과정에서 굴착면에 붙지 않고 튕겨 떨어지는 물질이 이른바 ‘리바운드’ 또는 반발재다.
현장에서는 시멘트·골재뿐 아니라 사용 공법에 따라 급결제나 강섬유 등이 포함될 수 있다.
따라서 실제 현장에서 확인된 물질이 숏크리트 반발재인지, 어떤 성분의 급결제가 사용됐는지, 폐기물 분류와 보관·처리가 관계 법령과 현장 폐기물처리계획에 맞게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강섬유 자체의 존재만으로 해당 물질 전체의 법적 성격을 단정할 수는 없다. 다만 발파암 사이에서 강섬유가 포함된 콘크리트성 반발재가 확인됐다면 숏크리트 시공 과정에서 발생한 물질일 가능성을 놓고 적정 처리 여부를 점검할 근거는 충분하다.
■ 발파암 야적장 비산먼지 대책도 확인 필요
발파암 야적장의 비산먼지 관리도 점검 대상이다.
현장 여건과 작업 방식, 비산먼지 발생 정도 등에 따라 살수와 방진시설 등 필요한 억제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지 확인해야 한다. 특히 차량과 근로자의 통행이 잦은 구간이라면 비산먼지가 작업환경과 주변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줄일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이번 문제는 소화기 몇 대와 콘크리트 조각 몇 개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문제를 지적받은 뒤 발주처가 개선 방침까지 밝혔는데도 비슷한 상황이 다시 확인됐다면 ‘왜 개선되지 않았는지’가 핵심이다.
시공사가 조치하지 않은 것인지, 감리단이 확인하지 못한 것인지, 발주처가 개선 여부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은 것인지 책임 관계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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