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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주변 어딘가에서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을지 모를 '교제 폭력(데이트 폭력)'의 끔찍한 실체를 너무나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기에 무거운 마음으로 글을 적어 내려갑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와 폭력이 결국 한 유망한 청년의 삶을 어떻게 무참히 짓밟고, 남은 가족들의 가슴에 평생 지워지지 않을 대못을 박았는지, 그 참담한 2015년의 시멘트 암매장 사건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사건의 희생자인 김 모 씨(당시 26세)는 중학생 시절 홀로 미국 유학길에 올라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고등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뉴욕의 명문대를 3년 만에 조기 졸업한 그야말로 재원이자 자랑스러운 딸이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살림에도 대출까지 받아가며 무려 10억 원에 가까운 학비를 지원해 준 부모님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그녀는 귀국 후 영어 학원 강사로 일하며 동생들의 학비와 집안 살림에 보탬이 되고자 노력했습니다. 사망 직전에는 서울 소재 유명 기업에 '억대 연봉' 조건으로 합격 통보까지 받은 상태였고, 합격 소식을 들은 직후 아버지에게 "첫 월급을 타면 깜짝 선물로 500만 원을 보내드리겠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던 착하고 효심 깊은 딸이었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통화가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통화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빛나는 미래를 앗아간 악마는 다름 아닌 그녀의 남자친구 이 모 씨(당시 만 25세)였습니다. 두 사람의 인연은 김 씨가 강사로 일하던 영어 학원에 이 씨가 수강생으로 등록하면서 시작되었습니다. 겉보기엔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청년이었던 이 씨의 내면에는 심각한 폭력성과 소유욕이 똬리를 틀고 있었습니다. 그는 김 씨와 단둘이 있을 때면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여 집착과 통제를 일삼았고, 연락이 조금이라도 늦어지면 주먹을 휘두르는 끔찍한 폭력을 행사했습니다. 회식 후 전화를 받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고 있던 김 씨의 집에 찾아가 온몸에 피멍을 입힌 적도 있었습니다. 김 씨는 잦은 폭력에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친구에게 "이 씨가 너무 무섭고 폭력적이어서 차라리 외국으로 나가 살고 싶다"고 호소하기도 했지만, 가해자가 변할 것이라는 헛된 희망에 만남과 결별을 반복하는 교제 폭력의 전형적인 악순환에 빠져 있었습니다.
결국 2015년 5월 2일 밤, 김 씨가 취업을 확정 짓고 이 씨에게 최종적인 결별을 통보하면서 참극이 벌어졌습니다. 격분한 이 씨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오피스텔에서 김 씨의 목을 졸라 살해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이 씨가 보여준 행적은 살인 그 자체보다 더 끔찍하고 악랄했습니다. 이틀 동안 시신을 오피스텔에 방치한 채 과거 건설 현장 일용직 경험을 바탕으로 시멘트 배합 방식 등을 인터넷으로 검색하며 치밀하게 시신 은폐를 계획했습니다. 범행 5일 뒤인 7일, 시신을 대형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충북 제천시의 한 야산으로 향한 이 씨는 약 1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캐리어를 묻은 뒤 시멘트를 붓고 석쇠를 대어 흙으로 덮는 엽기적인 방식으로 시신을 암매장했습니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유족들을 향한 기만행위였습니다. 이 씨는 김 씨의 휴대전화를 직접 소지한 채 피해자의 평소 말투를 교묘하게 흉내 내며 아버지와 남동생 등에게 무려 50여 차례나 거짓 문자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매년 어버이날을 살뜰히 챙기던 딸을 기다리던 아버지에게 온 "바빠서 전화를 못 드린다", "어버이날 못 가"라는 문자 역시 이미 딸이 차가운 시멘트 속에 암매장된 뒤 가해자가 보낸 조작된 메시지였습니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5월 중순, 김 씨가 입사 예정이었던 회사에서 "갑작스러운 퇴사 통보(이 씨가 김 씨인 척 '유학을 떠나기로 했으니 퇴사하겠다'고 보낸 문자)로 인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내용증명이 본가로 날아오면서 이 씨의 끔찍한 범행은 마침내 들통나게 됩니다. 이상함을 느낀 김 씨의 아버지가 경찰에 실종 신고를 하면서 수사망이 좁혀졌고, 결국 5월 18일 이 씨는 부산 해운대의 한 호텔에서 자해를 시도한 뒤 스스로 112에 신고해 자수하는 형태를 취했습니다. 하지만 이 자수마저도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치밀하게 '계획된 행동'이었다는 정황이 짙어 유족들의 분노를 더욱 들끓게 했습니다.
법정에서 보여준 이 씨의 태도는 인간의 인면수심이 어디까지 추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서 범행 일체를 자백했던 그는 재판이 시작되자 유명 법무법인 변호인을 선임하고 "피해자를 살해하지 않았다"며 진술을 번복했습니다. 김 씨의 사망 원인이 목 졸림이 아니라 평소 앓고 있던 지병 때문이며, 자신은 그저 두려운 마음에 사체를 유기했을 뿐이라는 뻔뻔한 변명을 늘어놓으며 감형을 위한 반성문만 36차례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사법부는 그의 악어의 눈물에 속지 않았습니다.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는 범행 과정의 치밀함과 사체 유기 방법의 잔혹성, 유족 기만행위 등을 질타하며 양형 기준을 훌쩍 넘는 징역 18년을 선고했고, 2심 재판부(서울고등법원) 역시 살인의 고의를 인정하며 항소를 기각했습니다. 대법원 또한 원심 판결을 확정하여 이 씨는 2033년 중순 출소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을 잃고 법정에서 영정 사진을 품에 안은 채 쓰러졌던 어머니와 가족들의 삶은 이미 돌이킬 수 없이 파괴된 후였습니다.
이 사건을 다시금 조명하며, 저는 2026년 현재 우리 사회의 교제 폭력 대응 시스템이 10여 년 전 이 사건이 발생했을 때보다 과연 얼마나 진일보했는지 무거운 의문을 던져봅니다. '안전이별'이라는 섬뜩한 단어가 일상적으로 쓰이고, 연인 간의 폭력을 여전히 사적인 애정 싸움 정도로 치부하는 안일한 인식이 완전히 뿌리 뽑히지 않는 한, 제2, 제3의 시멘트 암매장 사건은 언제든 반복될 수 있습니다.
서플 커뮤니티 회원 여러분, 교제 폭력은 단절된 개인의 불행이 아닌 명백하고 끔찍한 사회적 범죄입니다. 이러한 비극을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 교제 폭력의 징후를 발견했을 때 주변인들이나 경찰이 초기 단계부터 더욱 적극적이고 강제적으로 개입할 수 있도록 법적 권한을 강화하는 '교제 폭력 처벌 및 피해자 보호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대해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더불어, 연인 관계라는 특수성을 이유로 처벌이 느슨해지는 관행을 타파하고, 이 씨와 같이 치밀하게 사체를 유기하고 은폐한 흉악범에 대해서는 사회로부터의 영구 격리를 포함한 더욱 강력한 철퇴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의 날카롭고 깊이 있는 의견을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