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영어권 독자들에게 알리며 2016년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함께 수상했던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의 이야기가 새삼 마음에 남네요. 당시 한국어를 공부한 지 6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던 28세의 젊은 번역가가 세계적인 무대에 갑자기 서게 됐는데, 그 화려한 성공 뒤에는 오역 논란과 지나친 관심으로 인한 상처도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스미스가 “비교적 젊은 나이에 스포트라이트 속에 던져졌고, 그 많은 측면이 내게 상처를 입혔다”고 털어놓은 부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단순히 유명해진 것이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쏟아지는 관심과 평가를 감당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도 생각하게 되네요.
그래도 그녀가 한강의 작품을 번역하면서 보여준 애정과 고민만큼은 정말 대단해 보입니다. 《소년이 온다》처럼 역사적 비극과 인간의 윤리적인 질문을 담은 작품을 영어로 옮기면서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데도 오랜 시간을 들였다고 하니, 번역이라는 일이 단순히 한국어를 영어로 바꾸는 작업이 아니라는 걸 다시 느끼게 됩니다.
무엇보다 좋았던 건 스미스가 지금도 한국 문학과 완전히 인연을 끊은 것이 아니라는 점이에요. 현재 김해자 시인의 작품을 번역하고 있고, 오는 10월에는 6년 만에 한국을 다시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예전의 상처 때문에 한국과 한국어에 부정적인 감정까지 생겼다고 솔직하게 말하면서도 다시 한국어에 둘러싸일 날을 꿈처럼 느낀다고 한 부분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자신의 방식으로 그 기억을 조금씩 회복해가는 모습도 느껴졌습니다.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데버라 스미스가 다시 주목받았지만, 이번 인터뷰를 보니 단순히 ‘한강을 세계에 알린 번역가’라는 한 줄로만 기억하기에는 너무 많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젊은 나이에 갑자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사람이 이제는 중견 번역가이자 한 아이의 엄마가 되어 다시 한국을 찾는다는 것도 참 묘하고요.
좋은 번역 하나가 한 나라의 문학을 전 세계에 소개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도 새삼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앞으로는 예전처럼 지나친 스포트라이트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문학과 언어 안에서 편안하게 오래 활동했으면 좋겠어요. 한강 작가와의 인연도 언젠가 딸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한 만큼, 두 사람이 오랜 시간이 지나도 서로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