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군데 찔린 형사, 그를 기리며

 

지나간 뉴스 속의 안타까운 사건을 되짚어보는 기사를 읽게 되었는데, 정말 가슴이 미어지고 눈물이 나는 사연이었어요.

 

때는 2004년 8월 1일,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던 강력반 형사 두 명이 순직하는 끔직한 일이 벌어졌었답니다. 서울서부경찰서 강력 2반 소속이었던 심재호 경사(당시 32세)와 이재현 순경(당시 27세)은 애인에게 흉기를 휘둘러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던 범인 이학만을 잡기 위해 마포구의 한 카페로 출동했어요. 미란다 원칙을 고지하려고 신분증을 꺼내던 바로 그 순간, 범인 이학만은 돌연 흉기를 꺼내 들어 심 경사의 심장과 옆구리를 무참히 찔렀습니다.

 

이후 쓰러진 심 경사를 구하려던 이재현 순경의 등도 사정없이 찔렀고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된 참혹한 상황 속에서도 신참이었던 이 순경은 끝까지 범인의 다리 한쪽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자신의 이빨로 범인의 어깨를 물어뜯으며 저항했어요. 카페 손님들에게 119를 불러달라며 처절하게 외쳤지만, 칼을 든 흉악범 앞에서 선뜻 다가서는 이는 없었다고 해요. 결국 이학만은 이 순경을 무려 아홉 군데나 찔러 도주했고, 심 경사와 이 순경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안타깝게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심 경사는 세 살배기 아들과 돌이 안 된 딸을 둔 가장이었고, 이 순경은 피워보지도 못한 청춘의 미혼 신참 경찰이었어요.

 

이후 범인은 도주 행각을 벌이다가 방화동의 한 가정집에 침입해 4살 외손자와 시민 박씨를 위협하며 인질극을 벌였는데요, 시민 박씨가 기지를 발휘해 "아들 같다, 국수를 삶아주겠다"며 안심시키고 안방 진공청소기를 켜놓은 채 몰래 경찰에 신고하면서 결국 검거될 수 있었어요. 범인의 어깨에 선명하게 남아있던 이빨 자국은 당시 이 순경이 얼마나 죽을힘을 다해 저항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였고, 이 광경을 본 동료 형사들은 목놓아 울었다고 합니다. 이 사건은 이후 경찰관들의 테이저건 도입, 경량화된 보호복 지급, 그리고 위험직무 순직 공무원 보상법 제정 등 대한민국 치안 현장의 아픈 처우 개선을 이끌어낸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가 평화롭게 누리고 있는 일상의 안전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피와 눈물, 그리고 목숨을 건 희생 위에 세워져 있는지 깊이 실감하게 되었어요.

 

이 참혹한 사건은 저에게 내가 누리고 있는 당연한 권리와 평화가 사실은 누군가의 희생으로 지탱되고 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일깨워 주었어요. 우리는 일상에서 경찰, 소방관, 혹은 사회의 크고 작은 자리에서 묵묵히 궂은일을 도맡아 하는 분들의 노고를 너무 쉽게 당연하게 여기거나 무심하게 지나치곤 하잖아요. "설마 내 주변엔 그런 일이 없겠지", "나만 안전하면 그만이지" 하는 이기적인 마음으로 타인의 고통이나 사회적 위험에 눈을 감고 살았던 건 아닌가 반성하게 되더라고요. 앞으로는 내 주변에서 헌신하고 애쓰는 이들의 노고에 조금 더 따뜻한 눈길을 보내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이나 정의가 흔들릴 때 나 역시 방관자가 아니라 작은 목소리라도 보탤 수 있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 보았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그날 차가운 아스팔트 위와 병원 응급실에서 멈춰버린 두 청년 경찰관의 시간은 여전히 우리 사회에 무거운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다시는 치안 현장에서 소중한 생명이 헛되이 희생되는 일이 없기를 바라고, 유가족들의 상처가 조금이나마 아물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하게 되네요.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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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쾌한청바지
    BEST
    숭고한 희생과 헌신을 기억하겠습니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 함께 노력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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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범철#FJtX
    정말 안타까운 기사네요 남에게 피해주면 절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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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야프라이스
    순직한 형사분들의 희생을 기억해야 해요.
    치안 현장 보호도 더 꼼꼼해야 해요.
  • 드림#kOIW
    너무 가슴 아프네요.
    미친놈은 사형 시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