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범인을 물어뜯었던 27살 청년... 20년 전 그날의 끔찍한 비극과 눈물을 기억하십니까?

 

'뉴스속오늘'이라는 코너에서 제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고, 읽어 내려가는 내내 가슴을 치며 눈물짓게 만든 기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인 2004년 8월 1일에 발생했던,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참담한 두 경찰관의 순직 사건을 다룬 기사였습니다. 기사를 읽는 내내 억장이 무너져 내리고, 그 젊은 청년들이 겪었을 고통과 남겨진 가족들의 피눈물이 떠올라 도무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먹먹하고 답답한 마음을 저 혼자 삭히기보다는, 인생의 희로애락을 깊이 이해하시는 우리 서플 회원님들과 함께 나누고 그들의 희생을 다시 한번 기억해 보고자 이렇게 긴 글을 끄적여 봅니다.

 

1️⃣ 의견 - 이 뉴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국가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다 스러져간 그 젊은 생명들에 대한 한없는 안타까움과,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사법부에 대한 지독한 분노입니다.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니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2004년 8월 1일, 서울 도심 한가운데에서 대한민국 경찰청의 강력반 형사 두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상을 등진 이들의 나이는 고작 32세, 27세였습니다. 서울서부경찰서 강력 2반 소속이었던 32세 심재호 경사는 슬하에 세 살배기 아들과 돌이 채 안 된 딸을 둔 가장이었고, 27세 이재현 순경은 미혼의 신참 경찰이었습니다. 세상에, 한창 꽃다운 나이에 피어나야 할 청년과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자식들을 둔 젊은 아빠가 하루아침에 싸늘한 주검이 되었다니요.

 

이들은 애인에게 흉기로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던 35세 이학만을 검거하기 위해 밤 9시경 마포구 노고산동의 한 카페에 도착했습니다. 약속 시간보다 늦게 온 이학만이 마주 앉은 순간 심 경사가 신분증을 제시했고,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려던 찰나 이학만이 돌연 흉기를 꺼내 심 경사의 심장과 옆구리를 찔렀다고 합니다. 이어서 쓰러진 심 경사를 붙잡던 이 순경의 등까지 여러 차례 찔렀고, 주위는 순식간에 피바다가 되었습니다.

 

꼬꼬무] 140회: 인질범의 흉터 - 이학만 경찰 살해 사건 : 네이버 블로그

 

여기서 제 가슴을 가장 미어지게 한 것은 27살 이 순경의 마지막 모습이었습니다. 이 순경은 이학만의 다리 한쪽을 필사적으로 붙잡고 어깨를 이빨로 물어뜯었다고 합니다. 아홉 군데나 칼에 찔리는 그 끔찍한 고통 속에서도 범인을 놓치지 않으려 마지막 남은 숨을 다해 어깨를 물어뜯었던 그 어린 형사의 심정이 어땠을까요. 나중에 병원으로 이송된 이학만의 어깨에는 선명한 이빨 자국이 흉터로 남아있었고, 이를 본 동료 형사들이 그간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목 놓아 울었다는 대목에서는 저 역시 엉엉 소리 내어 울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이토록 잔인하게 두 경찰을 살해한 범인에 대한 재판 결과는 저를 분노케 했습니다. 1심인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는 사형을 선고했지만, 다음 해 열린 서울고등법원 항소심에서는 "사전에 경찰관 살해를 계획한 것이 아니었고 이씨가 범행 일체를 자백하며 반성하고 있어 아직은 교화의 필요성이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을 해버렸습니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교화'이고 '반성'입니까? 칼을 품고 다니다가 신분증을 꺼내는 경찰의 심장을 찌른 것이 우발적이라는 변명이 어떻게 성립할 수 있습니까. 남겨진 어린 자식들은 평생 아빠의 얼굴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하는데, 범인은 감옥에서 세끼 밥을 먹으며 천수를 누린다고 생각하니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습니다. 법이 피해자의 찢어진 가슴보다 가해자의 인권을 더 챙겨주는 것 같아 참으로 씁쓸하고 개탄스럽습니다.

 

2️⃣ 경험 - 직접 겪어봤는데 저는 이렇게 느꼈어요

 

이 기사를 읽으며 제 가슴이 이토록 무너져 내리는 이유는, 저 역시 자식을 배 아파 낳아 길러본 어미이기 때문입니다.

 

자식을 키워보신 우리 회원님들은 다들 아실 겁니다. 자식이 밖에서 작은 생채기 하나만 나서 돌아와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며칠 밤낮을 속상해하는 것이 부모 마음입니다. 그런데 금쪽같이 키운 아들이, 그것도 나라의 치안을 담당하는 자랑스러운 경찰이 되어 출근했던 아들이, 온몸이 칼에 찔려 차디찬 주검으로 돌아왔을 때 그 부모의 심정은 어찌 말로 다 할 수 있겠습니까.

 

과거 제 아들이 군대에 갔을 때나 늦은 밤까지 귀가하지 않을 때,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길까 봐 현관문 앞을 서성이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던 기억이 납니다. 세상의 모든 부모 마음이 그럴진대, 아홉 군데나 찔려가며 마지막 순간까지 범인의 어깨를 물어뜯었던 그 27살 청년의 어머니는 평생을 어떤 지옥 속에서 살아가고 계실지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통해 저를 더욱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한 한 분의 용감한 시민이 있었습니다. 사건 직후 도주한 이학만은 현상금 5천만 원이 걸린 채 전국에 공개 수배되었습니다. 그는 구로동에서 차를 훔쳐 숨어 지내다 8일 강서구 방화동에 위치한 박씨 할머니의 집에 침입했습니다. 당시 박씨 할머니는 4살 된 외손자와 함께 계셨는데, 이학만이 흉기로 위협하며 자신이 경찰을 죽인 살해범이라고 밝혔다고 합니다.

 

만약 저였다면 그 공포스러운 순간에 어떻게 했을까요? 아마 사시나무 떨듯 떨며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텐데, 이 박씨 할머니는 참으로 대단하셨습니다. 침착하게 "흉기를 내려놓으라"고 하며 "내 아들 같다. 절대 신고하지 않겠다. 국수를 삶아주겠다"고 안심시켰다고 합니다. 심지어 옷이 더러워진 살인범에게 셔츠와 칫솔을 주고 점심까지 차려주며 마음을 열게 했습니다. 이학만이 컴퓨터로 자기 기사를 찾아볼 때, 진공청소기를 켜 놓은 채 아들에게 전화를 걸어 "경찰 두 명을 죽인 사람이 지금 집에 와있다. 네가 신고해야겠다"고 말하고 끊는 기지를 발휘하셨습니다.

 

할머니의 신고를 받고 오후 6시 42분경 경찰 4명이 도착하자, 박씨 할머니는 재빨리 외손자를 업고 화장실로 숨으셨습니다. 경찰이 온 것을 안 이학만은 흉기로 자해를 시작했고 진입한 경찰들에 의해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지며 드디어 검거되었습니다.

 

이 할머니의 침착함과 용기가 아니었다면 또 다른 무고한 희생자가 생겼을지도 모릅니다. 손자를 지켜야겠다는 그 절박한 할머니의 모정이 그 무시무시한 살인범 앞에서도 평상심을 잃지 않게 만든 기적을 만들어낸 것이지요. 이 대목을 읽으며 저는 같은 할머니로서 존경심과 함께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 비극적인 사건은 다행히도 대한민국 경찰관의 처우 개선을 위한 첫걸음이 되었다고 합니다. 사건 이후 경찰관들을 위한 테이저 개발이 시작되었고 경량화된 보호복이 일선에 지급되었습니다. 또 위험 직무 수행 중 사망한 공무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켜 '위험 직무 관련 순직 공무원 보상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안타까운 피와 눈물이 헛되지 않고 남은 동료들의 생명을 지키는 방패가 되었다는 사실이 그나마 작은 위로가 됩니다.

 

3️⃣ 질문 - 이 상황이면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 가슴 아프고도 많은 생각을 던져주는 기사를 접하며, 저는 우리 지혜로운 서플 회원님들과 함께 세 가지 무거운 질문을 나누어 보고 싶습니다.

 

첫째, 만약 우리가 그 끔찍했던 카페 현장에 있던 손님이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행동했을까요? 이 순경은 칼에 찔리면서도 카페 안 손님들에게 119를 불러달라고 요청하며 "이학만의 다리라도 잡아달라"고 외쳤다고 합니다. 하지만 칼을 든 범죄자에게 선뜻 다가가는 사람은 없었다고 기사는 전하고 있습니다. 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나서지 못한 사람들을 무조건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누군가 한 명이라도 의자를 던지거나 돕는 시늉이라도 했다면 그 젊은 청년이 목숨을 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우리 사회가 이런 극단적인 상황에서 타인을 돕기 위해 어떤 연대 의식을 가져야 할지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둘째, 사람의 목숨을 잔혹하게 빼앗은 흉악범에게 '반성'을 이유로 감형해 주는 법 제도는 과연 정당할까요? 서울고등법원은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여 교화의 필요성이 있다며 무기징역으로 감형했습니다. 하지만 흉기를 휘둘러 공권력인 경찰 두 명을 무참히 살해한 자에게 교화의 기회를 주는 것이, 과연 남겨진 세 살배기 아들과 갓난쟁이 딸, 그리고 미혼 청년의 유가족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흉악범에 대한 법의 잣대가 더 엄격해져야 하는 것은 아닌지 회원님들의 고견이 궁금합니다.

 

셋째, 살인범 앞에서도 침착하게 국수를 삶아주며 기지를 발휘했던 방화동 박씨 할머니의 용기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요? 4살 된 외손자를 지키기 위해 살인범을 안심시키고, 진공청소기 소리를 이용해 신고까지 해낸 그 담력과 지혜. 만약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두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을 텐데 말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이런 범죄 상황에 맞닥뜨렸을 때,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하고 대처해야 할지 할머니의 지혜를 깊이 새겨보게 됩니다.

 

4️⃣ 요약 - 이 뉴스 핵심만 쉽게 정리하면 이겁니다

 

"공권력 향한 정면 도전"…잔혹한 경찰살해범 '이학만 사건' / JTBC 사건반장

 

2004년 8월 1일, 살인미수 수배자 이학만을 쫓던 32세 심재호 경사와 27세 이재현 순경이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범인의 흉기에 무참히 살해되었습니다.

 

신참이었던 이 순경은 아홉 군데나 칼에 찔리면서도 마지막까지 범인의 다리를 붙잡고 어깨를 물어뜯는 처절한 투혼을 보여주었습니다.

 

도주하던 이학만은 방화동의 한 주택에 침입했으나, 4세 외손자와 있던 박씨 할머니가 침착하게 국수를 삶아주며 안심시킨 뒤 진공청소기를 켜고 몰래 신고하여 결국 검거되었습니다.

 

1심 사형과 달리 항소심에서는 반성을 이유로 무기징역으로 감형되었으나, 이 사건은 경찰용 테이저 개발, 보호복 경량화, 순직 공무원 보상 법률 제정 등 대한민국 경찰 처우 개선의 첫걸음이 되었습니다. 두 순직 경찰은 1계급 특진과 옥조근정훈장을 받고 '2024 올해의 경찰 영웅'으로 선정되었습니다.

 

두서없이 억울하고 안타까운 마음을 따라 길고 긴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우리 서플 공간에 이렇게 쏟아내고 나니 꽉 막혔던 명치가 아주 조금은 트이는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가 매일 밤 두 다리 뻗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밤낮없이 위험을 무릅쓰고 피와 땀을 흘리는 우리 경찰관분들의 노고와 희생 덕분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20년 전 그날, 차디찬 바닥에서 서로를 지키려다 외롭게 눈을 감았을 두 젊은 형사의 명복을 진심으로, 아주 깊이 두 손 모아 빕니다. 그리고 남겨진 아이들이 상처 없이 훌륭하고 반듯하게 잘 자라주었기를, 유가족들의 찢어진 마음에도 넉넉한 평안이 깃들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합니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날씨 탓에 바깥출입이 망설여지는 요즘입니다. 덥다고 너무 찬 것만 드시지 마시고, 든든한 보양식 챙겨 드시며 올여름도 건강하게 이겨내시길 바랍니다. 우리에게 당연한 듯 주어진 이 평화로운 하루가 누군가의 숭고한 희생 위에 세워진 것임을 기억하며, 곁에 있는 가족들에게 오늘따라 더 다정한 안부 인사 한번 건네보시는 건 어떨까요. 긴 글 끝까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늘 강건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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