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살, 삶의 가장 찬란한 시기에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세상을 떠난 고(故) 이은미 씨의 비극을 접하며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무려 65차례나 흉기를 휘두른 잔혹한 범죄의 전말은 단순히 한 남녀의 비극적인 이별 이야기를 넘어, 우리 사법부의 형량 기준과 피해자 보호에 대한 깊은 회의감을 던져줍니다. 미리 흉기를 준비하고 수 시간을 기다려 범행을 저지른 명백한 계획 살인임에도 불구하고, 고작 17년이라는 징역형이 내려졌다는 사실은 법이 과연 누구의 편에 서 있는지 묻게 만듭니다.
특히 항소심에서 징역 20년이 17년으로 감형된 사유를 보며 분노를 금할 수 없습니다.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다', '초범이다', 그리고 '1,000만 원을 공탁했다'는 이유가 사람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를 깎아주는 흥정 도구로 쓰였다는 점은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피해자와 유족이 용서하지 않았는데도, 가해자가 낸 소액의 공탁금이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으로 둔갑해 형량을 줄여주는 면죄부가 되는 현실은 사법 정의에 어긋납니다. 한 인간의 소중한 생명과 남겨진 가족들의 평생 지워지지 않을 고통이 고작 그 정도의 무게로 저울질당해야 하는지 참담할 뿐입니다.
범인은 오는 2028년이면 형기를 마치고 다시 우리와 같은 사회의 일원으로 복귀하게 됩니다. 억울하게 세상을 떠난 피해자는 영원히 돌아올 수 없지만, 잔인한 범죄를 저지른 살인범은 마흔다섯이라는 여전히 창창한 나이에 두 번째 기회를 얻는 셈입니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15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데이트 폭력과 이별 통보에 따른 보복 범죄는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법부가 가해자의 가짜 반성문과 얄팍한 공탁금에 흔들려 온정주의적 판결을 내리는 한, 이러한 비극은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이제라도 잔혹 범죄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실질적인 피해자 중심의 사법 체계가 확립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