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수저가 왜 거기 있는지 생각해본 적 있어?
기사에서 자해나 공격에 악용되지 않도록 약한 플라스틱 수저를 지급한다고 나왔어요
고사리 하나 집는 데도 여러 번 젓가락질을 해야 했다고요
읽는 순간 머릿속에 바로 그 장면이 그려졌는데 의외로 그게 굉장히 오래 남았어요
수저 하나에도 이유가 있다는 게 그 공간이 얼마나 통제된 곳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거든요
급식 체험이라는 말이 얼마나 가벼운지
학교 다닐 때 급식이 맛없다고 투덜댄 기억이 있어요
근데 그때 급식엔 적어도 제대로 된 수저가 있었고 먹기 싫으면 남길 수도 있었어요
청주여교에서 나온 메뉴는 된장국에 간장불고기에 배추김치였는데 사실 내용만 보면 나쁘지 않아요
문제는 그 음식을 플라스틱 젓가락으로 5평 방 안에서 11명이 나란히 앉아 먹는다는 상황이에요
음식의 질이 아니라 먹는 환경 자체가 이미 다른 세계예요
배식구라는 단어가 주는 감각
밥이요 국이요 를 외쳐야 배식구를 통해 음식을 받을 수 있다고 했어요
처음엔 그냥 절차겠거니 했는데 가만히 상상해보면 꽤 묘한 감각이에요
음식을 받는 행위 자체가 이미 수동적이고 확인받는 구조로 설계돼 있는 거잖아요
그게 매일 반복된다는 건 자기 의지로 선택하는 행위 자체가 거의 없어진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설거지 후 차오르는 열기를 상상하는 방법
여름에 좁은 원룸에서 설거지하다가 땀 흘려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조금은 감이 올 거예요
근데 그건 혼자였거나 많아야 둘이었을 거예요
11명이 좁은 싱크대에서 12개의 식판과 수저를 닦는 상황이에요
식기 부딪히는 소리가 쉴 새 없이 나고 몸은 이미 더운데 움직일 공간도 없는 상태에서 열기가 쌓이는 거예요
그 장면을 떠올리면 교도소 체험이라는 표현이 얼마나 가볍게 들리는지 알 수 있어요
외부 물품이라며 고무줄을 반납시키는 논리
기사에서 기자의 팔에 있던 검은 고무줄이 외부 물품이라며 반납 지시를 받은 장면이 나와요
처음엔 좀 지나치다 싶었는데 그 규칙이 존재하는 이유를 생각하면 또 납득이 가기도 해요
교도소 안에서는 모든 물품이 관리 대상이에요
고무줄 하나도 예외가 아닌 세계에서 산다는 게 어떤 심리적 영향을 주는지는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정말 알기 어려울 것 같아요
수납장 안 흰색 푸들 사진이 괜히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
모범수들 방이라 상태가 좋다는 설명과 함께 수납장 안에 흰 푸들 사진과 편지가 그대로 있었다는 묘사가 나와요
그 디테일이 이상하게 오래 머물렀어요
교도소 수용복을 입고 번호로 불리는 사람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강아지 사진을 아끼는 사람이라는 게 갑자기 확 실감 나는 순간이었거든요
르포 기사에서 가장 인간적인 장면이 거기 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