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을 일정으로 바꾼다는 것
대국민 사과에서 나온 말은 많아요
그런데 그 말을 실제 일정표에 올리는 건 다른 차원의 일이에요
정용진 회장이 사장단 회의 전에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역사 인식 교육을 받는다는 공식 발표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 만해요
말을 행동으로 옮기는 속도가 빨랐고 대상도 회장 본인을 포함했으니까요
보통 이런 상황에서 경영진 교육은 실무진보다 늦거나 약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엔 그 순서를 뒤집었다는 점이 달랐어요
물론 그게 충분한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퍼포먼스라는 시각을 무시할 수 없어요
솔직하게 말하면 이 모든 과정이 정교하게 설계된 이미지 회복 전략으로 보일 수 있어요
조기 마감 발표 교육 일정 공개 사회공헌 기금 조성까지 흐름이 너무 깔끔하거든요
위기 대응 매뉴얼을 그대로 따른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건 퍼포먼스라 해도 그것이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지 여부예요
형식이 진정성을 담보하진 않지만 형식이 없으면 변화도 없어요
그 사이 어딘가에 이번 사태의 의미가 있을 거예요
교육을 설계한 교수들이 흥미로운 이유
역사 강연을 맡은 오제연 성균관대 사학과 교수와 사회적 감수성 교육을 맡은 구정우 사회학과 교수의 조합은 꽤 의미 있어요
단순히 사과용 강연이 아니라 실질적인 내용을 다루는 학자들을 섭외한 거거든요
특히 1950년대 이후 주요 근현대사 사건을 다루는 역사 강연과 기업 활동에서 역사 노동 젠더 인권을 어떻게 고려해야 하는지를 다루는 사회학 강연은 조합 자체가 이 사태의 본질을 잘 짚고 있어요
강연 내용이 실제로 조직 문화에 스며들지가 관건이지만 커리큘럼 설계만큼은 진지하게 접근했다는 인상을 주네요
회장이 공부하는 날 다른 임직원들은
정 회장이 교육받는 24일을 기준으로 이마트부문 다른 계열사 직원들은 7월 1일부터 2주간 온라인으로 같은 교육을 받아요
전사적으로 같은 내용을 공유한다는 건 조직 내 감수성의 기준선을 동일하게 맞추겠다는 의도예요
위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일방적 지시가 아니라 회장부터 신입 파트너까지 같은 교육을 받는다는 구조가 적어도 형식적으로는 수평적이에요
이 평등한 교육 경험이 실제로 조직 내 대화와 문화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그게 이번 프로그램이 성공인지 실패인지를 가를 기준이 될 거예요
결국 이 교육의 수명은 얼마나 될까요
교육은 일회성 이벤트가 되기 쉬워요
받는 순간은 인상적이어도 일상으로 돌아오면 흐릿해지는 게 사람의 자연스러운 반응이니까요
이번 역사 교육과 사회적 감수성 교육이 실질적인 효과를 내려면 교육 이후의 시스템이 더 중요해요
체크리스트 신설 다중 검증 체계 결재 이력 기록 등 후속 제도들이 함께 설계됐다는 점은 그나마 긍정적인 신호예요 하지만 제도도 사람이 운영하는 거잖아요
그 사람들이 교육에서 무언가를 가져갔는지가 결국 모든 걸 결정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