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9년 만에 찾아온 두 개의 심장
결혼 9년이라는 시간은 짧지 않아요 누군가에게는 그냥 흘러가는 세월이지만 아이를 기다리는 부부에게 그 9년은 매달 반복되는 기다림과 실망 그리고 다시 일어서는 용기의 연속이었을 거예요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임신 소식이었고 더구나 쌍둥이였으니 A씨 부부가 느꼈을 기쁨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부부는 아이들 태명을 티키타카로 지었어요
축구에서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는 플레이를 뜻하는 그 단어처럼 두 아이가 세상에 나와 서로 호흡을 맞추며 사이좋게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었죠 태명 하나에도 이렇게 깊은 소망이 담길 수 있다는 게 이 가족의 간절함을 고스란히 보여줘요
15주 만에 닥쳐온 벼락 같은 비극
임신 15주 무렵 A씨는 양수가 터진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을 받았어요 불안한 마음에 집 근처 산부인과를 찾았고 그 산부인과는 응급상황임을 즉각 인지해 서울성모병원 권역모자의료센터로 산모를 이송했어요
검사 결과는 냉혹했어요 자궁경부가 이미 열려 있었고 결국 첫째 아이는 세상의 빛을 보지 못한 채 먼저 떠나야 했죠 9년을 기다려 만난 두 생명 중 하나를 15주 만에 잃어야 했던 그 순간 A씨 부부의 마음이 어땠을지는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워요
그러나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의료진은 남은 둘째를 지키기 위한 싸움을 시작했어요 첫째 분만 직후 자궁경부 봉합술을 시행하고 자궁 수축 억제 치료와 항생제 투여를 동시에 진행하며 둘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모든 조치를 취했어요
하루하루가 전쟁이었던 22주간의 사투
A씨는 조산 위험이 높은 상태로 고위험 산모 병동에 입원해 집중 치료를 받기 시작했어요 매일 자궁수축 여부와 감염 징후 출혈 여부 그리고 태아 상태를 점검하며 임신 주수를 최대한 유지하는 데 온 힘을 쏟았죠
담당 의사인 고현선 교수는 일반적으로 양막 파수 이후에는 수일 내에 추가 분만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초기에는 하루하루가 매우 긴장되는 시간이었다고 회고했어요
의료진뿐만 아니라 산모 역시 매일 불안과 싸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텨나갔어요 그 22주라는 시간이 얼마나 길고 고단했을지는 당사자만이 알 수 있는 무게였을 거예요
마침내 세상에 나온 타카 — 새벽에 울린 울음소리
임신 37주에 자궁경부 봉합사를 제거한 직후 또다시 자궁경부 개대와 양수 누출 소견이 나타났고 A씨는 재입원하게 됐어요 의료진은 30대 후반이라는 산모의 연령과 전반적인 임상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지난달 19일 새벽 건강한 여아의 자연분만을 성공적으로 이끌었어요
이 치료법은 지연 간격 분만이라고 불리며 다태 임신에서 선행 태아 분만 후 남은 태아의 임신 주수를 최대한 연장하는 고난도 산과 치료예요 감염과 조기 진통 출혈 등 각종 합병증 위험을 안고 진행해야 하는 만큼 고위험 산모를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에서만 시도할 수 있는 치료죠
A씨는 긴 시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의료진 덕분이라며 같은 상황에서 힘들어하는 고위험 산모들도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한다는 따뜻한 말을 전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