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식목일이 되면 나무를 심는 기쁨보다 유독 가슴 아픈 기억으로 떠오르는 사건이 있어요. 바로 2005년 4월 5일 식목일에 강원도 양양에서 시작된 산불이 낙산사를 집어삼켰던 대참사예요. 당시에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32미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강풍이 불어서 소방차마저 불탈 정도로 진화가 어려웠다고 해요. 신라시대 의상대사가 세운 유서 깊은 사찰이자 관동팔경 중 하나인 낙산사의 주요 전각들이 순식간에 재로 변해버린 안타까운 날이었어요.
이 화재로 사적 제495호인 낙산사의 전각 대부분이 소실되었을 뿐만 아니라, 보물 제479호였던 낙산사 동종이 고열에 완전히 녹아내려 결국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는 비극을 맞이했어요. 지금 낙산사에 있는 동종은 화재 이후에 새로 복원해서 봉안한 것이고, 당시 녹아내린 원래 동종의 잔해는 기념관에 보존되어 있다고 하네요. 문화재 자체의 상실도 큰 충격이었지만, 화재 이후에 드러난 보상 문제도 대중에게 씁쓸함을 안겼어요.
당시 낙산사의 전체 피해액은 약 30억 원으로 추산되었는데 실제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한도액은 5억 원에 불과했다고 해요. 사찰에 있는 10여 동의 건물 중에서 보험에 가입된 곳이 단 한 군데밖에 없었기 때문이에요. 사찰 측은 비용 부담 때문에 가입을 꺼리고 보험사는 문화재의 정확한 가치를 산정하기 어려워 서로 기피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원인이었어요.
더 속상한 점은 이러한 문화재 보험 사각지대 문제가 2020년대에 들어서도 여전히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에요. 몇 년 전 조사에 따르면 국보나 보물로 지정된 목조문화재 223건 중에 무려 62퍼센트에 달하는 138건이 여전히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은 상태라고 하네요. 소중한 문화재가 한순간의 재해로 훼손되었을 때 막대한 복원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당국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여요. 식목일의 비극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으로 잊히지 않도록, 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제도적 장치가 하루빨리 보완되는지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