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회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 중 하나가 ‘묻지마 범죄’다. 이유도, 맥락도 없는 것처럼 보이는 사건들은 사람들에게 설명되지 않는 불안을 남긴다. 이해할 수 없는 사건은 인간에게 가장 오래 남는 공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단순히 개인의 이상이나 충동으로만 설명하면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현대 사회는 개인의 감정을 더 잘 보이게 만든 동시에, 그 감정을 더 쉽게 고립시키는 구조이기도 하다.
관계는 늘어났지만 깊이는 얕아지고, 사람들은 서로를 이해하기보다 빠르게 판단하는 데 익숙해졌다.
이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감정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말로 정리되지 못한 감정은 안으로 쌓이고,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형태로 표출된다.
결국 ‘묻지마’라는 말은 아무 이유가 없다는 뜻이 아니라,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언어 밖으로 밀려난 감정의 형태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 불편한 것은 사건 자체보다, 그 뒤에 있는 침묵과 단절이다. 우리는 점점 더 서로를 잘 설명하지만, 동시에 덜 이해하게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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