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연예인의 조상이 일제강점기에 친일 행위를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경제적·사회적 기반을 바탕으로 후손들이 살아왔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면서 단순히 “후손에게 무슨 죄가 있느냐”라고 말하는 것도 너무 단순한 접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후손이 조상의 친일 행위 자체를 선택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상과 동일한 도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상의 행위가 후손의 현재 삶과 완전히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고 본다.
특히 친일 행위를 통해 얻은 재산이나 사회적 지위가 대대로 이어졌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나라를 빼앗긴 상황에서 재산과 삶을 잃고 독립운동을 했는데, 누군가는 식민 지배에 협력하면서 얻은 부와 지위를 자녀와 후손에게 물려주었다면 그 차이는 지금까지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후손이 조상의 죄를 직접 저지른 것은 아니지만, 그 과정에서 형성된 경제적 기반의 혜택을 누려왔다면 최소한 그 역사적 배경에 대해 외면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논란을 단순히 “연좌제 아니냐”라는 말로 끝내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법적인 책임과 도덕적·역사적 책임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후손에게 법적인 책임을 묻거나 현재의 삶을 부정해서는 안 되지만, 조상이 어떻게 재산과 지위를 얻었는지, 그 과정에서 다른 사람들은 어떤 희생을 겪었는지를 알고 인정하는 태도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자신의 집안 배경을 자랑스럽게 이야기해왔다면 그 역사적 사실이 밝혀진 뒤에는 단순히 “나는 몰랐다”는 설명만으로 끝내기보다는 그 재산과 성공의 출발점에 어떤 역사가 있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친일파 후손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비난해서도 안 되지만, 친일로 축적된 혜택을 누리면서도 그 과거와 현재를 완전히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 역시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후손에게 조상의 죄를 그대로 물려주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잘못으로 만들어진 혜택까지 아무런 역사적 맥락 없이 ‘우리 집안의 성공’으로만 기억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그 과거를 어떻게 바라보고 인정할지는 현재의 후손이 선택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논란도 단순한 연예인 흠집내기로 소비하기보다는, 친일의 대가가 누구에게 돌아갔고 그 혜택이 어떻게 세습되었는지를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