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1위인데 왜 싸움이 났을까】
나홍진 감독의 신작 호프가 요즘 극장가를 완전히 뒤흔들고 있어요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무려 14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고
누적 관객 수는 361만명을 넘어섰어요
스파이더맨 브랜드 뉴 데이라는 강력한 경쟁작이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도
이 정도 흥행을 이어간다는 건 분명 대단한 일이에요
그런데 흥행과는 별개로 온라인에서는 전혀 다른 종류의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영화 자체에 대한 호불호 논쟁이 아니라
그 영화를 좋게 평가한 사람을 향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는 게 핵심이에요
누군가 좋았다고 말했을 뿐인데
그 말 한마디 때문에 온라인에서 몰매를 맞는 상황이 벌어진 거예요
이게 단순한 영화 리뷰 논쟁이 아니라
지금 우리 온라인 문화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처럼 느껴져요
【평론가가 별점을 줬다고 악플 테러라니】
이번 사태의 중심에는 영화평론가 이동진씨가 있어요
그는 호프에 대해 기괴한 난장판 속에서 대담하게 질주하는 영화 전체가 거대한 크레센도라는 평과 함께
5점 만점에 4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남겼어요
그러자 곧바로 반발이 시작됐어요
나홍진 감독과 친분이 있는 것 아니냐 혹시 사례비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성 댓글부터
입에 담기 힘든 욕설까지 그의 블로그와 유튜브 채널에 쏟아졌어요
결국 그는 지난달 20일 자신의 블로그에 또 씁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는 장문의 해명 글을 올릴 수밖에 없었어요
공적인 자리에서 인터뷰나 GV로 뵌 게 전부라는 말부터
커피 한 잔 나눈 적도 전화번호를 아는 사이도 아니라는 구체적인 해명까지 해야 했어요
평론가가 자신의 평가에 대해 이렇게까지 방어적으로 해명해야 하는 상황 자체가
지금 온라인 여론이 얼마나 날카로워졌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생각해요
영화를 보고 느낀 감상을 솔직하게 말했을 뿐인데
그 사람의 인간관계와 도덕성까지 의심받는 상황이 정상일 리는 없잖아요
【나홍진이라서 그런 걸까 원래 그런 감독이었을까】
사실 나홍진 감독의 작품이 논란을 일으킨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추격자는 잔혹한 연쇄살인 묘사로 큰 충격을 줬고
황해는 거친 폭력성과 강렬한 연출로 호불호가 갈렸고
곡성은 열린 결말과 난해한 서사 때문에 지금까지도 해석 논쟁이 이어지고 있어요
이렇게 보면 파격적인 연출과 장르적 실험은 나홍진 감독의 오래된 특징이자 정체성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의 작품은 늘 관객을 편안하게 두지 않았어요
쉽게 이해되고 쉽게 소비되는 이야기보다
불편하고 낯설고 때로는 찜찜한 여운을 남기는 방식을 선택해온 감독이에요
그러니 호프 역시 비무장지대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갑작스러운 크리처의 등장과 열린 결말로 관객들의 해석이 크게 엇갈리는 건
어쩌면 예견된 결과였을지도 몰라요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씨는 이 작품이 국내 상업영화에서 본격적인 크리처 SF 장르를 시도했다는 점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어요
외부 침입자에 맞서 사람들이 힘을 합치는 이야기 구조가
우리 사회가 잃어버린 공동체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고 짚었어요
【초반은 몰입 후반은 호불호 이 온도차가 문제였을까】
김헌식 평론가는 호프의 구조적인 특징도 흥미롭게 짚었어요
초반부는 미스터리 스릴러 특유의 긴장감 있는 연출로 관객을 확실하게 몰입시킨다는 거예요
그런데 외계인이 본격적으로 등장한 이후부터는 전개 방식이 완전히 달라지면서
관객들의 반응이 극과 극으로 갈리기 시작해요
어떤 사람은 이 반전을 대담한 장르적 실험이라고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은 몰입이 완전히 깨지는 지점이라고 느끼는 거죠
실제로 관객 평점을 보면 1점대와 9점대가 동시에 존재하는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같은 영화를 보고 이렇게까지 다른 평가가 나온다는 것 자체가
이 작품이 얼마나 도전적인 시도를 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해요
개인적으로도 영화관에서 나오면서 옆자리 관객과 완전히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같은 두 시간을 보낸 게 맞나 싶을 정도로 신기했던 경험이 다들 한 번쯤은 있을 거예요
어떤 영화는 그렇게 사람마다 완전히 다른 문을 열어주는 것 같아요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는 심리】
그렇다면 왜 유독 이번에는 좋게 본 사람들에 대한 공격이 이렇게까지 거세진 걸까요
익명을 요구한 한 상담사는 흥미로운 분석을 내놓았어요
바쁜 현대 사회에서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본 영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그 영화를 추천하거나 높게 평가한 사람들에게 실망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경우가 있다는 거예요
특히 평론가나 영화 전문가에게 거는 기대가 큰 만큼
자신의 감상과 다른 의견에 더 강하게 반발하는 심리가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어요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예요
친구가 강력하게 추천한 영화나 음식점에 갔다가 실망했을 때
그 순간의 서운함이 추천한 사람에 대한 원망으로 번지는 경우 말이에요
영화표 값과 두 시간이라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않았다면
그 실망감을 어딘가에는 풀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 사람 심리인 것 같아요
문제는 그 화살이 작품이 아니라 그 작품을 좋게 평가한 사람에게로 향한다는 점이에요
【모두가 평론가가 된 시대 그런데 왜 이렇게 각박해졌을까】
김헌식 평론가는 최근 온라인 문화의 변화가 이런 분위기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어요
모바일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즉시 표현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거예요
좋은 의미에서는 전국민이 영화평론가가 된 시대라고 볼 수 있어요
과거에는 신문이나 잡지에 실린 몇몇 전문가의 평가에 의존했다면
지금은 관람 직후 스마트폰으로 바로 별점을 매기고 리뷰를 남길 수 있어요
이건 분명 긍정적인 변화예요
다양한 목소리가 더 빠르고 평등하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으니까요
그런데 그는 동시에 중요한 지적도 덧붙였어요
관객이 자신의 감상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반대 의견을 낸 사람을 인신공격하거나 특정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예요
의견을 낼 자유와 그 사람을 공격할 권리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인데
요즘은 이 둘이 너무 쉽게 혼동되는 것 같아요
【악플러들은 정말 소수일까 그런데 왜 이렇게 크게 들릴까】
온라인 악플 문화를 다룬 여러 분석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나오는 이야기가 있어요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은 실제로는 전체 이용자 중 극히 일부인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런데 이 소수의 목소리가 유독 크게 들리는 이유는
익명성이라는 방패 뒤에서 평소라면 하지 않을 말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기 때문이에요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을 온라인 탈억제 효과라고 부르기도 해요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실명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는
사람들이 평소보다 훨씬 공격적으로 변한다는 거예요
어떤 연구에서는 온라인에서 반사회적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현실에서는 얻기 힘든 사회적 인정 욕구를 그런 방식으로 채우려 한다는 결과도 나왔어요
관심받고 싶어서 자극적인 댓글을 쓴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해요
결국 그 한 줄의 악플 뒤에는
누군가를 진짜로 미워한다기보다 자신의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은 외로운 욕구가 숨어 있는 경우가 많다는 거예요
그렇다고 그 행동이 정당화되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해의 단서는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의견은 사실이 아니다라는 말이 남긴 여운】
이동진 평론가가 해명 글에서 남긴 말 중 특히 마음에 남는 대목이 있어요
상대적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특정한 의견에 쏠린다고 해서
그 의견이 사실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라는 말이에요
더 많은 사람의 의견이 항상 더 나은 의견인 것도 아니라는 말도 이어졌어요
사실 이 말은 영화 리뷰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요
우리는 은연중에 다수의 의견을 진실처럼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어요
댓글 수가 많고 좋아요가 많이 눌린 의견이 마치 정답인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잖아요
하지만 여론의 크기와 진실의 무게는 전혀 다른 문제예요
영화라는 예술은 원래부터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도록 열려 있는 매체예요
누군가에게는 지루했던 장면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인생 최고의 명장면일 수 있는 거고
그 차이는 틀림과 맞음의 문제가 아니라 그냥 다름의 문제일 뿐이에요
서로 다른 의견들끼리도 충분히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그의 말이
지금 이 논란을 가장 잘 정리해주는 문장이 아닐까 싶어요
【나도 이런 순간이 있었어요】
사실 이런 경험은 누구에게나 한 번쯤 있을 거예요
친구들 사이에서 화제였던 영화를 보고 왔는데
나만 유독 별로였다고 느꼈던 순간
그 말을 꺼내는 순간 분위기가 묘하게 싸늘해졌던 기억
반대로 다들 별로라고 하는 작품을 나 혼자 좋았다고 말했다가
왜 그런 걸 좋아하냐는 시선을 받았던 기억
이런 경험들은 사실 아주 사소한 일상이지만
그 안에는 다수의 취향과 다른 취향을 가졌을 때 느끼는 은근한 압박감이 숨어 있어요
온라인 공간에서는 이 압박감이 몇 배로 증폭돼서 나타나는 것 같아요
얼굴을 마주 보고 하는 대화라면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어갈 이야기가
댓글창에서는 훨씬 날카롭고 단정적인 말투로 바뀌어버리니까요
저도 어떤 작품을 보고 주변 반응과 다른 감상을 말했을 때
괜히 눈치를 보게 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결국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알면서도
그걸 인정하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거예요
【평론가라는 직업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
평론가라는 직업 자체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계기이기도 해요
평론가는 원래 대중의 반응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존재 이유 중 하나예요
모두가 좋다고 할 때 다른 관점을 던지기도 하고
반대로 모두가 별로라고 할 때 숨겨진 가치를 짚어주기도 하는 역할이에요
그런데 그 다른 시각을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개인의 도덕성과 인간관계까지 의심받아야 한다면
과연 앞으로 어떤 평론가가 소신 있는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들어요
비판이 두려워서 다수의 의견에 맞춰 평가를 조정하는 순간
평론이라는 영역 자체의 존재 의미가 흐려질 수밖에 없어요
이동진 평론가는 해명 글에서 제 앞에 놓인 영화 한 편 한 편의 평가는
언제나 한국 영화계 전체의 사정보다 중요하다고 말했어요
제 평가 때문에 누군가가 더욱 힘든 상황이 된다고 해도
이를 악물고 제가 본 대로 평가해야 한다고 믿는다는 말도 덧붙였어요
이 말에서 한 평론가가 지키고 싶었던 직업적 소신이 느껴졌어요
【비판과 인신공격은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지점이 있어요
영화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예술인 만큼
서로 다른 평가가 존재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거예요
감정적으로 상대를 공격하기보다
어떤 점이 부족했고 어떻게 보완하면 좋을지 의견을 제시하는 문화가
영화 산업 발전에도 훨씬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에요
이 말은 사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인데
막상 온라인 댓글창에서는 이 당연함이 자주 무너지는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왜 아쉬웠는지 어떤 부분이 개선되면 좋겠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건강한 비평이에요
그런데 그 대신 그 작품을 좋아한 사람을 향해
안목이 없다거나 돈을 받았을 것이라는 식의 인신공격이 이어진다면
그건 더 이상 비평이 아니라 그냥 배설에 가까운 행위가 되어버려요
작품에 대한 논쟁은 작품을 더 풍부하게 만들 수 있지만
사람에 대한 공격은 아무것도 만들어내지 못해요
【다른 화제작들도 비슷한 진통을 겪었어요】
사실 이런 극단적인 호불호 논쟁은 호프만의 이야기는 아니에요
곡성이 개봉했을 때도 열린 결말을 두고 몇 년째 해석 논쟁이 이어지고 있고
헤어질 결심이나 옥자 같은 작품들도 개봉 당시 관객 평점이 극과 극으로 갈렸던 사례예요
해외로 눈을 돌려보면 조커나 테넷 같은 작품들도
개봉 초기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평가 속에서 큰 화제를 모았던 경험이 있어요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특징은
쉽게 소비되고 쉽게 잊히는 영화보다
관객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열린 해석의 여지를 남기는 영화일수록
이런 논쟁이 격렬해진다는 점이에요
어떻게 보면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것 자체가
그 작품이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는 방증일 수도 있어요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하는 밋밋한 영화였다면
애초에 이렇게까지 뜨거운 논쟁조차 일어나지 않았을 테니까요
【속편이 나오면 지금의 논란도 달라질 수 있다는 시선】
김헌식 평론가가 남긴 또 다른 분석도 눈여겨볼 만해요
현재 작품만 놓고 단정적으로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른 측면도 있다는 거예요
만약 후속편이 나온다면 전체 서사가 완성되면서
지금의 논란도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었어요
실제로 많은 영화들이 개봉 당시에는 혹평을 받았다가
시간이 지나거나 후속작이 나오면서 재평가받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당장의 열린 결말이나 갑작스러운 전개가 지금은 낯설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것이 더 큰 이야기의 일부였다는 게 드러나는 순간
관객들의 평가 자체가 완전히 뒤바뀔 수도 있는 거예요
그러니 지금 당장 이 작품에 대한 평가를 확정 짓기보다는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지켜보는 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어요
【결국 우리에게 남는 질문】
호프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단순히 영화 한 편에 대한 이야기로 끝나지 않는 것 같아요
지금 우리가 콘텐츠를 소비하고 의견을 나누는 방식 자체를 돌아보게 만드는 사건이에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작품일수록 서로 다른 감상이 공존하는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그 자연스러운 다름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자신과 다른 감상을 가진 사람을 공격의 대상으로 삼는 순간
그 콘텐츠를 둘러싼 논의는 더 이상 건강하게 흘러가지 못해요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비평과 토론은 작품을 향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어요
감상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을 공격하는 문화는
건강한 콘텐츠 소비와 생산 그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거예요
영화 한 편을 보고 나서 느끼는 감상은 지극히 개인적인 영역이에요
그 개인적인 감상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자유가
누군가를 향한 공격의 자유로 변질되지 않도록
우리 모두 조금씩 더 관대해질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결국 재밌었다는 그 짧은 한마디가
누군가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말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