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금토드라마 '김부장'이 방송 2회 만에 시청률 15.7%를 찍었어요. 순간 최고 시청률은 18.1%까지 올라갔고, 당일 모든 채널 통틀어 1위였다고 하네요. 2021년 이후 SBS 드라마 첫 주 기준 최고 기록이라니까 이게 얼마나 대단한 건지 감이 오죠.
근데 저는 이 숫자보다 이 드라마가 어떤 장르인지가 더 눈에 들어왔어요.
납치된 딸을 되찾기 위해 평범한 아빠가 위험한 남자로 변하는 복수 액션물이잖아요. 웹툰 원작에 액션, 가족애, 긴장감까지 다 때려넣은 장르예요. 뻔한 로맨스는 메인이 아닌 거죠.
요즘 드라마 보면 유독 웹툰 원작이 많아요. '김부장'도 그렇고, 최근 흥행한 작품들 따져보면 상당수가 웹툰에서 출발했어요. 왜 이렇게 된 걸까요.
솔직히 말하면 기존 드라마 작가들의 한계가 크다고 봐요. 오랫동안 방송 드라마 시장을 주름잡아 온 작가들이 만들어내는 이야기 구조가 너무 익숙해진 거예요. 재벌 남주, 평범한 여주, 오해와 화해, 출생의 비밀. 이 공식이 수십 년째 반복되다 보니 시청자들이 1화만 봐도 결말이 보여요. 설레는 게 아니라 뻔하다는 느낌이 먼저 드는 거죠.
반면 웹툰은 달라요. 웹툰 작가들은 매주 독자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면서 이야기를 풀어가요. 재미없으면 바로 댓글로 욕먹고, 반응 좋은 장면은 더 밀어붙이는 식으로 살아남은 작품들이거든요. 그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 인기를 얻은 웹툰이라면 이야기의 흡인력은 이미 검증된 셈이에요. 드라마 제작사 입장에서는 검증된 IP에 투자하는 게 훨씬 안전한 선택인 거죠.
거기다 웹툰은 장르도 훨씬 다양해요. 액션, 스릴러, 판타지, 무협, 회귀물까지 기존 드라마 작가들이 잘 건드리지 않던 영역을 이미 다 개척해놨어요. 시청자들은 OTT를 통해 이미 그런 다양한 장르에 익숙해졌는데, 공중파 드라마만 여전히 멜로 공식을 고집하고 있었던 거예요.
사실 로맨스가 완전히 죽었다는 건 아니에요. 잘 만든 로맨스는 여전히 통하죠. 근데 그냥 설레는 장면 몇 개 끼워 넣는 수준의 로맨스는 이제 시청자들이 안 봐줘요.
'김부장'의 흥행은 결국 두 가지를 동시에 증명한 거라고 봐요. 검증된 원작의 힘이 얼마나 강한지, 그리고 시청자들이 얼마나 새로운 이야기에 목말라 있었는지. 드라마 제작사들도 이제 익숙한 공식에 기대지 말고 이야기 자체의 힘으로 승부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아요. 기존 작가들도 변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가 된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