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대중이 고인을 떠올릴 때 가장 먼저 기억하는 것은 단연 사랑했나봐에서 보여준 주스 장면일 것입니다. 딸의 출생 비밀을 듣고 놀라 마시던 오렌지주스를 뱉어내던 그 독창적인 장면은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양한 예능 프로그램과 소셜 미디어에서 끊임없이 패러디되며 대중문화의 상징적인 유행어로 자리 잡았습니다. 당시 자칫하면 자극적이고 과장되게만 보일 수 있었던 막장 드라마의 설정을 고인만의 독보적인 생활 밀착형 연기력과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승화시켰기에 시청자들은 불쾌해하기보다 유쾌한 웃음으로 화답할 수 있었습니다. 주스 아저씨라는 친근한 별명은 고인이 대중과 얼마나 가깝게 호흡하고 소통했는지를 보여주는 가장 아름다운 훈장입니다.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하는 것은 고인이 남겨둔 가족들의 이야기입니다. 작품을 통해 인연을 맺은 동료 배우와 백년가약을 맺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을 얻었을 때 고인의 세상은 온통 행복으로 가득했을 것입니다.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태어나자마자 차가운 수술대 위에서 심장병 수술을 견뎌내야 했던 어린 딸의 사연을 고백하며 눈시울을 붉히던 고인의 모습은 영락없는 이 시대의 평범하고 따뜻한 아버진의 모습이었습니다. 자식의 아픔을 대신해 주지 못해 가슴을 쥐어뜯던 그 애틋한 부성애를 기억하기에 홀로 남겨진 어린 딸과 아내의 슬픔이 감히 어느 정도일지 상상조차 하기 힘듭니다. 아이가 자라나며 아버지의 빈자리를 느낄 때마다 겪어야 할 상실감을 생각하면 고인의 발걸음 역시 결코 가볍지 않았을 것입니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