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 화면 속 배우 김정태의 얼굴은 평소와 달랐다. 2018년 간암 수술 이후, 그는 4개월마다 생사의 성적표를 받아 든다. 이번에는 한 달이 늦었다. 그 한 달의 연체료는 숨 막히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간의 30퍼센트를 잘라냈음에도 여전히 숨어있는 종양균. 침묵의 장기라 불리는 간은 비명을 지르지 않는다. 통증이 느껴질 때는 이미 이별을 준비해야 할 때다. 그는 눈물로 고백했다. 성과도, 명예도, 통재 불능의 돈도 결국 죽음의 문턱에서는 아무런 힘이 없었다고. 결국 마지막까지 내 손을 잡아줄 유일한 보루는 가족뿐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회사는 당신의 자리를 지워도, 가족은 당신의 우주를 잃는다
그의 고백을 듣는 순간, 내 기억 속 한 페이지가 잔인하게 펼쳐졌다. 9년 차 디자이너 시절, 나의 엄마였던 과장님은 완벽주의자였다. 야근을 훈장처럼 달고 살며 픽셀 하나에 영혼을 갈아 넣던 분이었다. 그러나 어느 날 들려온 비보는 믿기지 않았다.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 장례식장의 차가운 영정사진 앞에는 엄마가 왜 거기 있는지 모르는 어린 두 아들이 있었다.
참혹한 진실은 그 이후였다. 그가 떠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아 회사는 그의 책상을 깨끗이 치웠다.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에 앉아 마우스를 잡았고, 업무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톱니바퀴처럼 돌아갔다. 오직 그의 가족만이 멈춰버린 시계 속에 영원히 갇혔다. 우리가 목숨 걸고 지키는 회사의 자리는 단 한 달이면 대체되지만, 가족 안에서 당신의 자리는 그 누구도,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유일한 우주다.
나 역시 내 몸을 소모품처럼 썼다. 화면 속 픽셀이 세상의 전부인 줄 알았던 9년의 시간 끝에 돌아온 건 이명과 공황 증세였다. 마우스를 잡은 손이 떨리고 숨이 막혀올 때, 김정태의 아내가 건넨 말을 스스로에게 되뇌었다. 이제는 너 자신에게 충실해야 한다고.
미래를 준비하는 가장 세련된 도구는 오늘 당신의 몸이다
지금 나는 교육을 받으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빛의 속도로 변하는 세상에서 도태되지 않으려는 노력은 가상하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준비한다는 핑계로 현재의 생명력을 담보 잡히고 있는 것은 아닐까? AI가 그림을 그려주고 글을 대신 써주는 시대라 해도, 내 아이와 눈을 맞추고 연인의 손을 잡으며 웃는 일은 오직 나라는 고유한 존재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김정태는 4개월마다 병원을 찾으며 자신의 생기를 확인한다. 그의 4개월은 긴장과 안도, 그리고 가족을 향한 절박한 약속으로 채워진다. 그렇다면 당신의 4개월은 무엇을 향하고 있는가? 마감 기한과 주식 수익률, 혹은 남들의 시선에 매몰되어 내 몸이 보내는 마지막 구조 신호를 외면하고 있지는 않은가?
오늘 밤, 거울 속의 자신에게 차갑게 물어보라. 당신은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는가? 당신이 사라진 뒤 텅 빈 책상보다, 당신이 곁에 없어 무너질 가족의 눈물을 먼저 생각하고 있는가? 건강을 지키는 것은 이기적인 휴식이 아니라,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한 가장 숭고한 책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