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의는 지켜야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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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보니 생각 난 것이 최근에 중국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AI 배우를 푸쉬하겠다고 공식 발표를 했습니다.
중국 콘텐츠 산업에서 AI 배우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움직임은 단순한 실험 단계를 넘어, 이제는 산업 구조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로 보입니다. 특히 제작사 차원에서 AI 배우와 ‘전속 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은 상징적인데요, 이건 더 이상 기술 데모가 아니라 실제 사람 배우를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인정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등장한 ‘린시옌’, ‘친링웨’ 같은 AI 배우 사례는 그런 흐름의 출발점처럼 느껴집니다.
이 변화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중국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맞물려 있기 때문입니다. 최근 중국은 AI 산업을 국가 전략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고, 문화 콘텐츠 분야 역시 그 연장선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숏폼 드라마나 웹 콘텐츠처럼 제작 속도가 빠르고 소비 주기가 짧은 분야에서는 AI 배우가 훨씬 효율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감정 소모도 없고, 스캔들 리스크도 없고, 무엇보다 비용과 시간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이게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어느 순간 ‘표준’이 될 가능성입니다.
실제로 숏폼 콘텐츠 시장을 보면 이미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쏟아지는 짧은 영상들 속에서 사람 배우를 일일이 캐스팅하고 촬영하는 방식은 점점 비효율적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반면 AI 배우는 몇 번의 학습과 수정만으로 다양한 장면을 빠르게 만들어낼 수 있고, 필요하다면 외형이나 목소리도 즉각 바꿀 수 있습니다. 이 구조가 굳어지면 결국 사람 배우가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단역이나 조연부터 대체가 시작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주연급까지 확장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불편하게 느껴지는 지점은 ‘얼굴’입니다. 많은 시청자들이 AI 배우를 보고 “어딘가 익숙하다”, “여러 배우를 섞은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 부분입니다. AI는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창조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해 만들어낸 결과물이기 때문에 특정 인물의 특징이 섞여 들어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건 단순한 느낌의 문제가 아니라, 실제로 초상권 침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부분입니다. 누군가를 명확하게 따라 하지 않았더라도, 여러 사람의 특징을 조합해 만들어낸 얼굴이 특정 인물을 연상시킨다면 법적 문제로 번질 수 있습니다.
이와 비슷한 문제는 이미 딥페이크 기술에서 반복적으로 드러났습니다. 딥페이크는 특정 인물의 얼굴이나 목소리를 정교하게 합성해 실제처럼 보이게 만드는 기술인데, 처음에는 재미나 실험적인 용도로 시작됐지만 지금은 다양한 범죄에 악용되고 있습니다. 유명인의 얼굴을 합성한 영상이 유포되거나, 정치인의 가짜 발언 영상이 만들어지는 사례도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심지어 일반인의 얼굴을 이용한 범죄까지 등장하면서, 이제는 누구도 안전하다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습니다.
문제는 이 기술이 점점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자세히 보면 어색한 부분이 눈에 띄었지만, 최근에는 전문가조차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여기에 음성 합성 기술까지 결합되면, 단순히 ‘영상’이 아니라 ‘존재 자체’를 만들어내는 수준에 가까워집니다. 이런 상황에서 AI 배우가 본격적으로 산업에 도입되면, 딥페이크와의 경계는 사실상 사라진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합법적인 콘텐츠 제작과 불법적인 조작의 기술적 기반이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 생각해봐야 할 부분은 ‘동의’입니다. 지금은 AI 배우를 만들 때 특정 인물의 데이터를 사용할 경우 계약이나 동의를 거치는 방향으로 가고 있지만, 모든 경우가 그렇게 관리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특히 무명 배우나 일반인의 이미지가 학습 데이터로 사용되는 경우, 당사자가 인지하지 못한 채 활용될 가능성도 충분히 있습니다. 이건 단순한 권리 문제를 넘어서, 자신의 얼굴과 목소리가 어디까지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통제권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더 나아가면, 인간의 정체성 자체에 대한 문제로도 이어집니다. 배우라는 직업은 단순히 외형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작업입니다. 그런데 AI 배우가 그 역할을 대신하게 된다면, 우리는 과연 무엇을 보고 감동을 느끼는 걸까 하는 질문이 생깁니다. 누군가의 실제 경험에서 나온 감정이 아니라, 데이터로 계산된 ‘감정 표현’을 소비하게 되는 상황이 자연스러워질 수도 있습니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연예계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방식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배우를 좋아해서 작품을 보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취향에 최적화된 얼굴과 성격’을 가진 AI 캐릭터를 소비하는 시대가 올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스타라는 개념 자체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형태로 바뀔 가능성이 큽니다. 팬덤 역시 실제 사람이 아니라, 기업이 설계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형성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걱정되는 건 속도의 문제입니다. 기술은 이미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데, 이를 규제하거나 기준을 마련하는 제도는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초상권, 저작권, 데이터 사용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산업이 먼저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 뒤에야 대응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앞서 언급된 무단 이미지 활용 사례처럼, 문제가 커진 뒤에야 콘텐츠가 내려가는 식의 대응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습니다.
결국 지금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상황은 “가능한가”의 문제가 아니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의 문제에 더 가깝습니다. AI 배우 자체를 무조건 막을 수는 없을 겁니다. 이미 기술은 만들어졌고, 산업은 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 과정에서 인간의 권리와 존엄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지에 대한 기준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중국에서 시작된 이 흐름은 아마 다른 나라로도 빠르게 확산될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하게 연결된 지금 상황에서는 한 국가의 변화가 곧바로 전체 산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지금 단계에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단순히 효율성과 비용 절감만을 기준으로 선택하기에는, 이 기술이 가져올 변화의 크기가 너무 크기 때문입니다.
결국 AI 배우는 편리함과 위험성을 동시에 가진 존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잘 활용하면 새로운 창작의 도구가 될 수 있지만, 통제 없이 확산될 경우 인간의 역할과 권리를 잠식할 가능성도 충분합니다. 지금은 그 갈림길에 서 있는 시점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는 기술이 아니라, 그 기술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규정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