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아침에 기사 하나 보고 어이가 없어서 글 씁니다. IBK기업은행 중국법인에서 800억 넘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인데요, 내용을 뜯어보면 볼수록 이게 그냥 외부인한테 당한 사기가 맞는지 의문이 들더라고요.
간단히 정리하면 이래요. 기업은행 중국법인이 현지 대출 플랫폼이랑 손잡고 비대면 대출을 해줬는데, 대출금은 은행이 직접 내주면서 정작 원리금 회수는 그 플랫폼(B사)한테 맡겼대요. 근데 이 B사가 상환 계좌를 자기 마음대로 바꿔치기해서 차주들이 낸 돈을 중간에서 빼돌린 거예요. 심지어 시스템상으로는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진 것처럼 허위로 처리까지 했다고 하고요. 그 결과 성실하게 돈 갚은 차주들만 미상환자로 몰려서 신용도 깎이고 추심까지 당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근데 더 놀라운 건 이 사고가 작년 12월부터 올해 6월까지, 그러니까 반년 넘게 이어졌다는 거예요. 은행 측은 매일 원리금 상환 내역이랑 실제 입금액을 대조 확인했다고 해명했는데, 정작 사고를 알아챈 건 6월 24일에 정산금이 안 들어오고 민원이 폭주하면서였다고 하니까 앞뒤가 안 맞죠. 매일 확인했다면서 반년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나 싶어요. 게다가 중국 현지 금융사 다섯 곳은 이미 올해 3~4월부터 이 B사를 협력사 명단에서 빼버렸다고 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기업은행만 그 위험신호를 놓쳤다는 것도 씁쓸하네요.
사고를 인지한 지 두 달이 지난 지금도 정확한 피해 금액이나 회수 가능성조차 파악이 안 된 상태라고 하고요, 뒤늦게야 차주들이 직접 상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이건 딱 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죠. 국회 신동욱 의원 지적처럼 대출은 은행이 직접 내주면서 회수는 외부 업체한테 통째로 맡겨놓은 구조 자체가 애초에 허술했던 거예요.
금감원 반응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예요. 사고 보고받고도 현장검사나 서면조사 없이 그냥 내부 보고만 돌리고 있다가,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서를 내면 그때 가서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하니까요. 사고 나고 두 달째 손 놓고 있는 셈인데 이게 감독기관이 맞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사건 보면서 든 생각은, 시중은행이 해외에서 사업 확장할 때 수익성만 보고 리스크 관리는 뒷전에 두는 게 아닌가 하는 거예요. 비대면 대출이라는 편리한 구조 뒤에 숨어서 정작 돈이 어떻게 도는지 제대로 감시를 안 한 거잖아요. 800억이라는 돈이 그냥 서류상 숫자가 아니라 결국 성실하게 돈 갚은 개인들의 신용과 삶이 걸린 문제라는 걸 생각하면, 이번 사고는 단순히 '외부인 사기 피해자' 프레임으로만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아요. 내부통제 실패에 대한 책임도 분명히 물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