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만 되면 우리는 애플 발표회에 넋을 놓고 환호하죠. "역시 애플이야", "혁신은 다르네" 하면서요. 근데 말입니다, 그 한 입 베어 문 예쁜 로고 뒤편을 한 꺼풀만 벗겨보면… 이게 그냥 감성 브랜드가 맞나 싶을 정도로 살벌한 역사가 나옵니다.
하청업체 등골 빼먹고, 남의 나라 핵심 기술 슬쩍하고, 그 와중에 세금은 또 얼마나 안 내려고 발버둥 쳤는지. 최근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 제품 가격을 올린다던 애플 과연 그 탐욕의 끝은 어디인지 모르겠네요. 관련 뉴스들 정리했으니 재미있게 읽어 보시죠.
탈세 혁신(feat. 세율0.005%)
애플이 글로벌 기업으로 크면서 제일 먼저 갈고닦은 건 사실 기술 혁신이 아니라 '세금 안 내는 기술'이었습니다. 그것도 남 따라 한 게 아니라 애플이 직접 원조로 만든 거예요.
애플은 이미 1980년대 후반부터 아일랜드의 세율 격차를 이용해서 이익을 저세율 국가로 빼돌리는 이 구조를 최초로 설계한 기업으로 꼽힙니다. 이름하여 '더블 아이리시 위드 어 더치 샌드위치'. 이름부터 뭔가 수상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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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역할: 세금 자체가 없는 조세회피처 섬나라에 주소만 걸어둔 유령회사 A를 아일랜드에 세우고, 아일랜드에서 진짜 활동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령회사 B를 또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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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티 역할: 유럽 내 원천징수세까지 피하려고 중간에 네덜란드 유령회사 C를 끼워 넣습니다. 이게 나중에 '더치 샌드위치'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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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 시작: 한국이든 유럽이든, 전 세계에서 아이폰 팔아 번 돈이 일단 아일랜드 B로 모입니다. 이 돈이 네덜란드 C를 거쳐 결국 세금 없는 섬나라 A로 흘러들어가요. "우리끼리 기술 사용료 주고받은 거예요~" 하면서 말이죠.
애플이 원조로 만든 탈세 수법이 얼마나 효과가 좋았는지,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다른 미국 빅테크들도 그대로 베껴 쓰면서 '더블 아이리시'는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원 잠식(BEPS) 기법으로 몸집을 불렸습니다.
결국 이게 너무 대놓고 티가 나니까, 2016년 EU 집행위원회가 "이건 불법 국가보조금이다"라며 애플한테 130억 유로(약 19조 원)짜리 뒷세금 청구서를 날렸고요. 애플은 당연히 억울하다며 항소했지만, 2024년 유럽사법재판소가 최종적으로 이걸 확정하면서 이자까지 합쳐 약 140억 유로를 물어내게 됐습니다.
전 세계에서 수백조 원을 벌면서 한때 세율 0.005% 수준을 자랑하던 그 '마법'이, 결국 10년 넘게 걸려서야 제대로 청산된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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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사냥도 혁신(feat. 일본 JDI 파산 )
세금으로 재미 좀 본 애플의 다음 타깃은 공급망이었어요. 2015년, 일본 정부가 밀어주던 디스플레이 회사 JDI를 통째로 삼키는 그림을 그리기 시작합니다.
처음엔 완전 백기사 행세를 했어요. "우리 전용 공장 지어주면 물량 다 사줄게"라며 무려 15억 달러, 우리 돈으로 1조 8천억 원 넘는 돈을 덜컥 빌려준 거죠. JDI 입장에선 이게 웬 횡재인가 싶었을 거예요. 그렇게 2016년, 이시카와현 하쿠산에 최첨단 LCD 공장을 뚝딱 완공합니다.
근데 공장 문 연 지 1년도 안 된 2017년, 애플이 갑자기 태세를 확 바꿔요. 애플워치부터 시작해 맥북 터치바, 그리고 아이폰X까지 하나씩 OLED로 갈아타면서 "우리 이제 LCD 안 씀. 삼성 OLED로 간다"며 주문을 뚝 끊어버립니다. 오직 애플 물량만 보고 지은 공장인데, 그 애플이 발을 빼버린 거예요.
결말은 뻔했죠. 하쿠산 공장은 2019년 7월부터 사실상 가동을 멈췄고, JDI는 빌린 돈을 못 갚아 자본잠식 상태, 그러니까 사실상 파산 직전까지 몰립니다. 중국 자본까지 낀 80억 엔 규모 구제금융을 추진했는데 이마저 중국 측 투자자가 발을 빼면서 무산될 뻔하기도 했어요.
그러자 애플, 이때다 싶었는지 움직입니다. 2019년 말 땅과 건물은 샤프에 800~900억 엔 규모로 넘어가게 놔두고, 정작 제일 비싸고 핵심인 LCD 생산 설비만 2020년 초 2억 달러에 쏙 빼갑니다. 재밌는 건 이 설비의 장부가가 JDI 입장에서는 이미 0원으로 처리돼 있었다는 거예요. 그러니까 애플은 이미 감가상각 다 끝난 설비를 사실상 부채 탕감 명목으로 가져간 셈이죠.
기술유출도 혁신(feat. 삼성 OLED 기술 유출)
일본 공장까지 챙긴 애플, 다음 타깃은 OLED 기술 최강자 삼성이었습니다. 삼성이 아이폰 패널 독점하면서 가격 주도권 쥐는게 애플 입장에서는 영 마음에 안 들었던 거죠. 그래서 눈여겨본 게 아직 기술력 딸리던 중국 BOE였습니다.
"품질검사 통과하려면 이 데이터 내놔" 하면서 애플이 삼성한테 까다로운 내부 기술 노하우와 불량 해결 공정을 요구합니다. 삼성은 울며 겨자 먹기로 넘겼겠죠. 그런데 애플이 이 자료를 들고 향한 곳은 다름 아닌 BOE였습니다.
"삼성은 이렇게 하던데, 너네도 이대로 고쳐와봐" 하면서 사실상 한국의 핵심 기술을 중국에 그대로 전수해준 셈이 된 거예요.
근데 꼬리가 길면 밟히는 법이잖아요. 삼성이 결국 미국 ITC에 소송을 걸었고, ITC는 "BOE가 삼성 영업비밀 훔친 거 맞음"이라고 판결하며 BOE 패널을 무려 14년 8개월 동안 미국 시장에 발도 못 붙이게 막아버립니다. 애플이 뒤에서 기술 밀수출을 도운 배후였다는 게 이렇게 드러난 거죠.
반도체 생태계 교란도 혁신(feat. 값 후려치기)
기술 유출 논란과 겹쳐서 2023년, 애플을 비롯한 대형 갑들이 반도체 회사들을 상대로 또 한 번 무시무시한 가격 인하 압박을 넣습니다.
이 갑질 한 방으로 메모리 가격이 원래의 3분의 1 수준까지 폭락해버려요.
마이크론 같은 회사들은 매출총이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설 정도로 적자에 허덕이며 투자할 돈도, 다음 세대 기술 연구할 돈도 완전히 씨가 말라버립니다.
당장 부품값 몇 푼 아끼려던 애플의 압박이 결국 전 세계 반도체 공급망 체력을 통째로 갉아먹은 거죠.
그리고 최근, 이 얘기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어요. 마이크론 CEO 산제이 메흐로트라가 지난달 30일 CNBC 인터뷰에서 작심 발언을 합니다. "일부 고객들이 메모리 가격을 지나치게 낮췄고, 2023년엔 가격이 기존 대비 3분의 1까지 떨어졌다"며 지금의 메모리 대란 원인을 과거 고객사들의 단가 후려치기로 돌린 거예요. 애플을 직접 지목하진 않았지만, 업계에선 다들 누구 얘기인지 알아챈 분위기입니다. 며칠 전엔 마이크론 최고사업책임자 수밋 사다나도 WSJ 인터뷰에서 "침체기에 투자가 멈춘 건 일부 고객이 감당 못 할 낮은 가격을 강요했기 때문"이라고 못을 박았죠.
재밌는 건 그 사이 애플은 뭘 했냐는 거예요. 지난달 25일 맥북과 아이패드 가격을 15~25%씩 일제히 올렸습니다. 맥북 에어는 200달러, 맥북 프로는 300달러씩 뛰었고요. 이유는 역시나 메모리 가격 급등. 팀 쿡은 WSJ 인터뷰에서 "40년 넘게 IT 공급망에 몸담았지만 부품 가격이 이렇게 단기간에 폭등한 건 처음"이라며 "100년에 한 번 오는 홍수" 같다고 했어요.
근데 문제는 이 인상폭이 실제 부품 원가 상승분보다 훨씬 크다는 데 있습니다. 메모리 원가가 오른 만큼만 반영해도 될 걸, 그보다 더 얹어서 소비자한테 떠넘긴 셈이니까요. 자기가 가격을 후려쳐서 만든 공급난인데, 그 공급난을 핑계로 이번엔 원가 상승분보다 더 많이 챙기는 거, 이거야말로 진짜 '혁신적인' 폭리 아닐까요.
벌레 먹은 사과, 사과할 양심은 있을까
살 땐 공급업체 목을 조르고, 손해는 소비자한테 떠넘기고, 남의 기술 빼돌려 가짜 경쟁 붙이고, 그렇게 번 돈은 유령회사로 숨기기 바쁜 기업. 이쯤 되면 로고에 있는 한 입 베어 문 사과는 미니멀 디자인이 아니라 욕심껏 베어 물다 남은 '벌레 먹은 사과'가 맞는 것 같습니다.
팀 쿡이 말한 홍수는 부품 가격 상승이 아니라, 전 세계를 향한 애플식 뻔뻔함의 홍수 아닐까요. 값을 후려쳐서 생태계를 말려놓고, 그 생태계가 무너지자 다시 그걸 핑계로 소비자 주머니를 터는 이 순환, 이제 감성 마케팅은 좀 접어두고 전 세계 소비자와 피해 기업들한테 진짜 사과(Apology)부터 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