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언론은 홈플러스 사태의 원인을 노조와 고용보장 문제로 몰아가고 있다. 하지만 정말 회사를 위기로 몰아넣은 주체가 누구인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인가, 아니면 회사를 빚으로 인수한 뒤 자산을 팔아 수익만 챙기려 한 사모펀드인가.
사모펀드의 전형적인 방식은 너무나 익숙하다. 자기 돈이 아니라 대규모 대출로 기업을 인수하고, 그 빚은 인수된 기업에 떠넘긴다. 이후 알짜 점포와 부동산을 매각해 현금을 만들고, 구조조정과 희망퇴직으로 인건비를 줄인다. 회사의 미래 경쟁력이나 지역 경제, 노동자의 삶은 관심 대상이 아니다. 오직 투자금 회수와 수익 실현만 중요하다.
홈플러스 역시 대형마트 운영보다 부동산 가치가 우선시되면서 수많은 점포가 폐점되고, 수천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이제 와서 “노조 리스크 때문에 M&A가 어렵다”는 말은 책임 전가에 불과하다.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지키겠다고 목소리 내는 것이 문제인가, 아니면 기업을 빚더미에 올려놓고 자산을 해체한 투기 자본이 문제인가.
이런 식의 M&A는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 최소한 기업 인수 시 고용 유지와 장기 투자 계획, 핵심 자산 보호 의무를 강하게 법으로 묶어야 한다. 빚으로 기업을 사들인 뒤 자산 매각으로 돈을 회수하는 ‘약탈적 인수’는 결국 기업도 망치고 노동자도 무너뜨리며 지역 경제까지 파괴한다.
기업은 투기 상품이 아니다. 노동자들의 삶과 소비자들의 일상, 협력업체들의 생계가 걸린 사회적 기반이다. 이제는 사모펀드의 무책임한 약탈 경영을 막을 제도적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