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주 조정, 줍줍시기?

미국 반도체 주식이 이틀 동안 크게 떨어졌다는 소식을 듣고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동안 엔비디아를 비롯한 인공지능 관련 주식들이 쉼 없이 오르다 보니 주변에서도 온통 주식 이야기뿐이었고, 지금 안 사면 나만 뒤처지는 것 같다는 불안감이 시장 전반에 가득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고 미래를 바꿀 혁신이라고 해도 매일 주가가 오를 수는 없는 법인데, 단기적으로 과열된 열기를 식혀줄 핑계가 필요했던 시점에 마침 유가 급등과 국채금리 상승이라는 대외적인 악재가 터진 것으로 보입니다.

​인공지능 시장에 엄청난 돈이 몰리고 있고 빅테크 기업들이 앞으로도 수천억 달러를 더 투자할 계획이라는 점은 분명 긍정적인 신호입니다. 기업들이 실제로 돈을 벌고 있고 공장을 짓고 있으며 장비를 사들이고 있으니 과거의 닷컴 버불처럼 허상만 있는 상태는 아니라고 판단합니다. 전력이나 메모리 반도체 같은 핵심 부품들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보더라도 전체적인 흐름이 완전히 꺾였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기업의 실적이 좋아도 돈의 흐름을 결정하는 금리가 내려가지 않고 오히려 올라갈지 모른다는 공포가 생기면 주식 시장은 위축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조정은 인공지능 산업 자체에 문제가 생겼다기보다는 그동안 눈감고 있었던 매크로 환경의 냉혹한 현실을 시장이 다시 직시하게 된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금리 인하가 곧 다가올 것이라 믿고 축제를 즐기던 투자자들에게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므로, 당분간은 주가가 위아래로 크게 출렁이며 방향성을 탐색하는 지루하고 불안한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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