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는 게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었죠.
아예 제주로 내려가서 살고 싶다는 사람들도 많았고요.
바다 보이는 집에서 여유롭게 살고, 아침에는 산책하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조용하게 지내는 모습을 생각하면 한 번쯤 꿈꿔볼 만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주 주택시장을 보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사람들이 몰릴 거라고 예상하고 지은 집들이 오히려 주인을 찾지 못한 채 남아 있는 상황입니다.
집이 너무 많이 남았습니다
제주의 미분양 주택은 올해 7월 말 기준 3303가구까지 늘었습니다.
전월보다 394가구, 13.5% 증가한 수치인데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처음으로 3000가구를 넘어섰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이미 지어놓고도 팔리지 않는 집입니다.
준공 후에도 주인을 찾지 못한 미분양이 2364가구로 전체의 71.6%나 됩니다.
단순히 청약을 받지 못한 수준을 넘어, 집을 다 지어놓고도 사람이 들어오지 않는 상황인 겁니다.
제주살이 수요가 예전 같지 않습니다
한때 제주 주택시장에 기대를 키웠던 건 외지인 수요였습니다.
제주에서 한 달 살아보려는 사람, 세컨드하우스를 마련하려는 사람, 아예 제주로 이주하려는 사람들을 겨냥해 주택 공급도 늘어났고요.
그런데 외지인의 제주 주택 매입은 2023년 1498건으로 전년보다 34.5% 감소했습니다.
제주에 대한 관심과 실제로 집을 사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였던 셈입니다.
여행으로 며칠 머무는 것과 실제로 집을 사고 관리하면서 사는 것은 부담부터 달라지니까요.
그런데 분양가는 여전히 높습니다
더 아이러니한 부분도 있습니다.
제주 민간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25년 2월 기준 3.3㎡당 2612만9000원으로 서울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았습니다.
집을 사려는 수요는 줄었는데 가격은 예전의 높은 수요를 전제로 형성된 수준에서 크게 내려오지 않은 겁니다.
결국 사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굳이 이 가격을 내고 제주에 집을 사야 하나"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할인까지 등장했습니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실제 시장에서는 더 극단적인 상황도 나타났습니다.
준공한 지 1년도 안 된 425가구 규모의 아파트가 한 가구만 분양된 채 나머지 물량이 공매로 넘어간 사례도 있었고, 다른 아파트에서는 6억원대였던 분양가를 4억원대로 낮추는 할인분양까지 등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제주에서 집을 사려는 사람이 몰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정작 집을 다 지어놓고 보니 살 사람이 부족했던 겁니다.
이런 상황을 보면 부동산에서 수요를 얼마나 정확하게 보는지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관광객이 많다는 것과 주택을 살 사람이 많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니까요.
한 달 살기도 예전 같지 않습니다
임대시장도 분위기가 식었습니다.
7월 제주 전월세 거래량은 2403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2% 감소했습니다.
매매 거래량 감소폭보다도 큰 수준이라고 합니다.
여행객이 제주를 찾는 것과 제주에 장기간 머무는 사람이 집을 구하는 것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저도 제주살이를 생각해본 적은 있지만 막상 집을 산다고 생각하면 고민되는 부분이 많을 것 같습니다.
일자리 문제도 있고, 병원이나 교육시설 같은 생활 인프라도 생각해야 하고, 서울이나 다른 지역에 가족이 있다면 이동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요.
결국 제주라는 곳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와 실제 주거생활 사이에는 생각보다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제주 미분양 사태는 단순히 집이 많이 지어져서 생긴 문제가 아니라, '살고 싶다'는 마음과 '실제로 집을 사서 살겠다'는 결정 사이의 차이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떠세요?
분양가가 크게 내려가서 제주 아파트를 시세보다 저렴하게 살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제주로 내려가서 살아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아무리 집값이 싸져도 제주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건 또 다른 문제라고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