칫솔에 피 묻는 거 그냥 넘기면 나중에 큰일 나는 이유
양치질을 하다가 칫솔모에 붉은 기가 살짝 비치는 순간이 있어요
사과를 한 입 베어 물었는데 하얀 속살에 핏자국이 남는 순간도 있고요
많은 사람이 이 장면을 보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요
어제 좀 세게 닦았나 요즘 피곤해서 그런가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런데 이런 출혈이 한두 번이 아니라 반복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져요
잇몸이 몸속 다른 어떤 부위보다 먼저 보내는 경고 신호일 수 있거든요
치과 진료실에서는 이런 초기 신호를 그냥 넘기고 왔다가 잇몸뼈까지 손상된 채로 뒤늦게 찾아오는 분들을 정말 많이 만나게 된다고 해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잇몸병이라는 질환이 대체 무엇인지 왜 이렇게 흔한지 그리고 20대 30대에서 왜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는지 하나씩 짚어보려고 해요
숫자로 확인하면 훨씬 더 실감이 날 거예요
성인 4명 중 1명이 앓고 있다는 충격적인 숫자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보면 한국 19세 이상 성인의 치주질환 유병률은 약 23.4%로 나타나요
대략 4명 중 1명꼴로 잇몸병을 앓고 있다는 뜻이에요
연령별로 나눠보면 이 숫자는 나이가 들수록 가파르게 올라가요
40대는 약 16%, 50대는 약 32.8%, 60대는 약 39.5%, 70대 이상은 약 44.1%까지 치솟아요
나이가 들수록 잇몸이 약해지는 건 어느 정도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어요
그런데 정말 눈에 띄는 대목은 따로 있어요
20대와 30대에서 진료받는 인원이 최근 몇 년 사이 90%에 가까운 수준으로 급증했다는 점이에요
예전에는 잇몸병 하면 중장년층 질환이라는 인식이 강했는데 이제는 그런 공식이 깨지고 있는 셈이에요
치주질환은 전체 외래 진료 다빈도 질환 가운데서도 상위권을 차지할 만큼 흔한 질환이기도 해요
그만큼 많은 사람이 앓고 있지만 정작 심각성에 대한 인식은 여전히 낮은 편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해요
야식 스트레스 스마트폰이 20대 30대 잇몸을 망가뜨리는 조합
그렇다면 왜 유독 젊은 층에서 잇몸병 환자가 이렇게 빠르게 늘고 있을까요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는 원인은 생활 습관의 변화예요
늦은 밤에 먹는 야식이 첫번째로 꼽혀요
자기 전에 배달음식을 먹고 그대로 잠드는 경우가 늘면서 밤사이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요
두번째는 스트레스예요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쌓이면 몸의 면역 반응이 흐트러지고 잇몸 염증이 더 쉽게 자리 잡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어요
세번째는 흡연이에요
담배를 피우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잇몸병이 생길 가능성이 더 높고 치료 효과도 떨어진다고 알려져 있어요
네번째는 양치 습관 자체의 변화예요
스마트폰을 보면서 대충 30초 만에 양치를 끝내는 습관이 쌓이고 쌓여서 치태가 제대로 제거되지 않는 상태가 반복되는 거예요
이 4가지가 겹치면 젊은 나이에도 잇몸뼈가 서서히 녹아내리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면 30대 초반인데 벌써 스케일링받으러 갔다가 잇몸 치료를 권유받았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을 꽤 자주 마주치게 돼요
저도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입속 세균 300여 종이 만드는 끈끈한 막의 정체
잇몸병이 왜 생기는지 이해하려면 입속 환경부터 알아야 해요
사람 입속에는 무려 300여 종에 달하는 세균이 살고 있어요
이 세균들은 음식을 먹고 나면 침과 음식물 찌꺼기와 뒤섞여서 치아 표면에 끈적하고 무색인 얇은 막을 만들어요
이게 바로 치태예요
치태는 눈에 잘 띄지 않지만 손으로 이를 만져보면 미끈거리는 느낌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치태를 제때 제거하지 않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그대로 굳어버린다는 점이에요
굳어진 치태는 돌처럼 딱딱한 치석으로 변해요
치석은 한번 생기면 칫솔질만으로는 절대 제거되지 않아요
게다가 치석 표면은 울퉁불퉁해서 세균이 더 쉽게 달라붙고 더 빠르게 번식하는 온상이 돼요
이렇게 늘어난 세균은 잇몸 조직을 자극하고 염증을 일으키기 시작해요
결국 치태에서 치석으로 치석에서 염증으로 이어지는 이 흐름이 잇몸병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어요
치은염에서 치주염으로 넘어가면 되돌리기 어려운 이유
잇몸병은 진행 정도에 따라 크게 두 단계로 나뉘어요
첫번째는 치은염이에요
염증이 잇몸 즉 연조직에만 국한된 상태를 말해요
이 단계에서는 양치할 때 피가 나거나 잇몸이 붉게 붓는 정도의 증상이 나타나요
다행히 이 시기에 발견하면 스케일링과 올바른 양치 습관만으로도 충분히 회복될 수 있어요
문제는 이 단계를 그냥 넘기고 방치했을 때예요
염증이 잇몸을 넘어서 치아를 지탱하는 뼈인 치조골까지 파고들면 치주염 단계로 넘어가요
치주염이 되면 이미 손상된 치조골은 스스로 다시 자라나지 않아요
치아를 잡아주는 뼈가 점점 줄어들면서 치아가 흔들리기 시작하고 심하면 치아 사이가 벌어지거나 치아가 원래보다 길어 보이는 현상까지 나타나요
이 단계에서는 단순한 스케일링만으로는 부족하고 치주조직 재생 치료나 치주수술 같은 더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 있어요
심지어 치아를 살릴 수 없는 상황까지 가면 결국 임플란트를 고려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요
그래서 치과 전문의들은 한결같이 초기 신호를 놓치지 말라고 강조해요
양치할 때 이것만 체크해도 초기 신호를 알아챌 수 있어요
잇몸병의 대표적인 증상은 생각보다 명확하게 나열할 수 있어요
첫번째는 양치할 때 반복적으로 피가 나는 증상이에요
두번째는 잇몸이 붓거나 평소보다 붉어지는 증상이에요
세번째는 입 냄새가 예전보다 심해졌다는 느낌이에요
네번째는 치아가 예전보다 길어 보이거나 치아 사이 틈이 벌어지는 현상이에요
다섯번째는 음식을 씹을 때 치아가 미세하게 흔들리는 느낌이에요
이 중에서 하나라도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한 일시적 증상으로 넘기지 말고 치과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아요
잇몸병은 상당히 진행될 때까지도 통증이 거의 없는 경우가 많다는 게 함정이에요
통증이 없으니까 괜찮다고 착각하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자가진단 체크리스트를 한 번씩 스스로 점검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게 도움이 돼요
당뇨병과 잇몸병이 서로를 악화시키는 악순환 구조
잇몸병은 입속에서만 끝나는 문제가 아니에요
전신 건강과도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게 최근 연구들이 공통으로 지적하는 부분이에요
대표적인 예가 당뇨병이에요
당뇨병 환자는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치주조직이 더 쉽게 파괴되고 잇몸병 유병률과 중증도 모두 더 높게 나타나요
반대 방향의 영향도 있어요
치주질환이 있으면 혈당 조절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쌓이고 있어요
즉 당뇨가 잇몸병을 악화시키고 잇몸병이 다시 혈당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양방향 악순환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그래서 당뇨병을 앓고 있는 분들에게는 치과 정기검진이 단순한 치아 관리 차원을 넘어서 전신 건강 관리의 일환으로 강조돼요
비만인 경우도 마찬가지로 잇몸병 위험이 커진다는 보고가 있어요
체질량지수가 일정 기준을 넘는 경우 잇몸병 발생 가능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요
심혈관질환 치매 조산까지 이어지는 놀라운 연결고리
최근 몇 년 사이 학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는 주제 중 하나가 바로 치주질환과 심혈관질환의 관계예요
치주질환이 있는 사람은 뇌졸중이나 관상동맥질환 같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어지고 있어요
잇몸 속 세균과 그 염증 산물이 혈류를 타고 온몸으로 퍼지면서 혈관 벽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전이 그 배경으로 설명돼요
치주질환이 있는 환자군에서 동맥경화성 혈관질환 관련 지표가 더 나쁘게 나타난다는 연구도 있어요
아직 두 질환 사이에 명확한 인과관계까지 증명된 건 아니지만 밀접한 연관성이 있다는 점만큼은 여러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확인되고 있어요
치매와의 관계를 살펴보는 연구들도 진행되고 있어요
치아 상실과 치주질환이 노인성 인지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고요
임신 중인 여성의 경우 치주질환이 조산 위험과 연관될 수 있다는 보고도 있어서 임신부의 구강 관리가 더욱 강조되고 있어요
이렇게 보면 잇몸 건강은 단순히 치아 몇 개를 지키는 문제가 아니라 전신 건강을 지키는 문제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칫솔질만 잘해도 절반은 막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
그렇다면 예방을 위해 실제로 무엇을 해야 할까요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올바른 칫솔질이에요
하루 세 번 이상 양치하는 게 권장되고 특히 잠들기 전 양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돼요
자는 동안에는 침 분비가 줄어들어서 세균이 번식하기 훨씬 좋은 환경이 되기 때문이에요
칫솔질을 할 때는 칫솔모를 잇몸에 완전히 밀착시킨 다음 치아와 잇몸이 맞닿는 경계 부위부터 닦아내는 게 중요해요
이 부위에 치태가 가장 잘 쌓이기 때문이에요
칫솔질만으로는 치아와 치아 사이 공간까지 완벽하게 닦아내기 어려워요
그래서 치실이나 치간칫솔을 함께 사용하는 습관이 꼭 필요하다고 치과의사들은 입을 모아요
양치 후에 입을 헹굴 때도 너무 여러 번 헹구면 치약 속 불소 성분이 다 씻겨나가 버려서 충치 예방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요
한두 번 정도만 가볍게 헹구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된다는 조언도 있어요
한번 생긴 치석은 못 없앤다 그래서 스케일링이 필요한 이유
아무리 칫솔질을 열심히 해도 한번 굳어버린 치석은 칫솔로 제거할 수 없어요
이때 필요한 게 바로 스케일링이에요
스케일링은 초음파 기구를 이용해서 치아 표면에 붙은 치석을 제거하는 시술이에요
다행히 한국에서는 만 19세 이상이라면 1년에 1회 건강보험이 적용돼서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받을 수 있어요
본인부담률이 30% 수준이라 대략 만원대 초중반 정도의 비용으로 시술받을 수 있는 경우가 많아요
다만 이 혜택은 매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 단위로 리셋되기 때문에 그해에 사용하지 않으면 다음 해로 이월되지 않고 그냥 사라져 버려요
그래서 연말이 다가올 때마다 올해 스케일링을 받았는지 한 번쯤 스스로 확인해보는 습관이 필요해요
국민건강보험공단 홈페이지나 모바일 앱을 통해서 올해 급여 횟수를 사용했는지 손쉽게 확인할 수 있어요
치석이 유난히 잘 생기는 체질이라면 6개월에 한 번 정도 정기적으로 치과를 방문해서 상태를 점검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에요
30대부터는 증상이 없어도 정기검진을 챙겨야 하는 이유
잇몸병은 주로 30대 중반부터 서서히 시작된다고 알려져 있어요
문제는 이 시기에 통증이 거의 없다는 점이에요
구강 위생 관리를 조금씩 소홀히 하는 사이 치석이 조용히 쌓이고 염증이 서서히 진행돼요
오랜 시간 이런 과정이 이어지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전문가들은 20대와 30대부터 특별한 증상이 없더라도 정기적인 치과 검진을 받는 습관을 들이라고 강조해요
서울특별시 서남병원 치과의 한 전문의는 성인에게 있어 치아를 잃는 가장 큰 원인이 충치가 아니라 잇몸병이라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어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만큼 자연치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한 잇몸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에요
이가 아프지 않다고 괜찮은 게 아니라 오히려 아프지 않을 때 미리 점검하는 게 진짜 예방이라는 걸 기억해두면 좋을 것 같아요
개인적인 생각
이번 자료를 조사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잇몸병이 통증 없이 조용히 진행된다는 사실이었어요
아프면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안 아프면 미루게 되는 게 사람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잇몸병은 바로 그 방심하는 틈을 파고드는 질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주변에서도 스케일링을 몇 년째 미루다가 갑자기 잇몸이 붓고 치아가 흔들려서 급하게 치과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심심치 않게 듣게 되는데요
그럴 때마다 진작 좀 더 신경 썼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운 목소리를 함께 듣게 되더라고요
반대로 매년 꼬박꼬박 스케일링을 챙기고 치실을 습관처럼 사용하는 사람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자연치아를 훨씬 오래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어요
결국 잇몸 건강은 거창한 노력이 아니라 매일 조금씩 신경 쓰는 작은 습관에서 갈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 글을 읽으신다면 오늘 저녁 양치질 할 때만이라도 칫솔을 잇몸 쪽에 조금 더 밀착시켜서 꼼꼼히 닦아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