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위 논란'이 쏘아 올린 장애인 혐오

게티이미지뱅크

 

휠체어 리프트에서 추락한 것은 한 개인이 아닌 우리 사회의 빈약한 장애인 인권 인식이다

우리 사회에서 누군가 자유롭게 이동하고 원하는 곳에 접근할 수 있는 권리는 숨을 쉬는 것만큼이나 당연하고 기본적인 기본권 중 하나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이 지극히 평범하고 보편적인 권리가 특정 집단에게는 여전히 매 순간 쟁취해야만 하는 험난한 투쟁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는 비장애인 다수가 베푸는 얄팍한 호의와 시혜의 결과물로 치부되는 참담한 현실이 최근 다시 한번 적나라하게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유튜브 채널 위라클을 운영하며 대중과 소통해 온 유튜버 박위의 제이다스 휠체어 리프트 탑승 영상 논란은, 애초 한 개인의 문제 제기 방식을 둘러싼 갑론을박을 넘어 대한민국 사회 전반에 깊게 뿌리내린 장애인 집단 전체를 향한 무자비한 혐오와 차별의 뇌관을 건드리는 거대한 폭발로 이어지고 말았습니다. 

 

논란의 발단은 박위가 지난달 21일 제이다스 하차 도중 휠체어 리프트에서 떨어지는 아찔한 사고 영상을 온라인에 올리면서 시작되었습니다. 해당 영상이 공개된 직후 현장 직원의 실수를 과도하게 몰아세웠다는 거센 비판이 일자 박위는 이튿날 해당 영상을 내렸습니다. 

 

일반적인 해프닝이었다면 당사자의 영상 삭제와 사과로 일단락되었을 문제였지만, 온라인 공간에서의 비판은 좀처럼 잦아들지 않았고 그 날 선 화살은 이내 박위라는 한 개인을 넘어서 장애인 집단 전체를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의 언어로 둔갑하여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개별 사건에 대한 대중의 분노가 아니라, 그동안 우리 사회 기저에 억눌려 있던 소수자를 향한 폭력적인 시선이 하나의 사건을 핑계 삼아 일제히 분출된 끔찍한 현상입니다.

 

장애인 혐오, 표현의 자유 아닌 차별과 폭력입니다! - DWBNEWS(장애인복지뉴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오만함, 이동권과 접근권을 철저히 시혜적 관점으로만 바라보는 폭력성

이번 사태가 우리에게 남긴 가장 뼈아픈 상흔은 장애인의 이동 및 접근권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비장애인이 약자에게 베푸는 시혜적 차원의 호의로 깎아내리는 대중의 비뚤어진 인식이 여과 없이 드러났다는 점입니다. 

 

온라인상에 쏟아진 수많은 악성 댓글들은 이 사회가 장애인을 어떠한 시선으로 타자화하고 있는지를 소름 끼치도록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이래서 장애인은 도와주면 안 된다라거나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는 식의 조롱 섞인 댓글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권리가 장애인에게는 마땅히 주어지지 않은 것이며 오직 비장애인의 자비로운 허락 하에만 가능하다는 지극히 오만하고 권위적인 발상에서 기인합니다. 

 

심지어 박위의 사고 경위에 대해 자업자득이라고 비난하는 신경질적인 반응들 속에는, 장애인이라면 모름지기 고분고분하고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정형화된 프레임이 강제되고 있습니다. 

 

이 억압적인 프레임은 비장애인 다수가 설정해 놓은 순종적인 약자의 틀에서 장애인이 조금이라도 벗어나 목소리를 내거나 권리를 주장하는 순간, 가차 없이 그들을 비난하고 철저히 배제해 버리는 폭력적인 본질을 고스란히 드러냅니다. 

 

전동휠체어를 이용하는 오십구 세 이경희 씨가 남긴 도와줬으면 고마워해야지라는 반응이 유독 아프더라는 탄식은, 이 시혜적인 잣대가 당사자들의 가슴에 얼마나 깊고 예리한 비수를 꽂고 있는지를 대변하는 슬픈 절규입니다.

 

벙어리·절름발이'…장애인 혐오표현 “처벌은 쉽지 않아”

구조적 결함은 교묘하게 지워지고 파편화된 개인 간의 얄팍한 감정싸움과 갑질 논란으로만 소비되는 본질의 왜곡

이토록 격렬한 혐오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본질, 즉 공공시설이 마땅히 책임져야 할 이동권 보장 의무라는 핵심적인 의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대중의 시선은 오직 사건을 개인의 사과 강요나 갑질 논란으로만 얄팍하게 소비하는 데 머물러 있을 뿐, 그 기저에 깔린 시스템의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침묵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휠체어 이용객들은 제이다스 승강장과 열차 사이의 구조적인 단차 문제 때문에 이동형 리프트 경사로를 반드시 이용해야만 하는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필수적인 경사로마저 바닥에 제대로 밀착되지 않고 들뜨는 경우가 잦아 안전사고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처럼 설비 자체가 근본적으로 불안전함에도 불구하고, 운영 매뉴얼에는 단순한 기기 조작법만 담겨 있을 뿐 실제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승하차 보조 요령이나 안전 수칙은 구체적으로 명시되어 있지 않은 끔찍한 관리 부실이 존재합니다. 

 

더욱이 2인 1조 지원 등 필수적인 인력 기준조차 전혀 마련되어 있지 않아 열악한 상황에 역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이 단독으로 투입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로 인해 사고 발생 시 그 위험과 책임이 오롯이 현장의 이용자와 직원 개인에게 전가되는 참담한 구조적 모순이 숨겨져 있습니다. 

 

노들장애학궁리소의 김도현 연구활동가가 날카롭게 지적했듯, 우리는 리프트 단차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이나 사전 안전 교육이 과연 충분했는지 시스템의 결함을 먼저 따져 물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사회적 공론장은 오직 직원 개인의 수고와 탑승객의 갑질이라는 사적 대립 구도만을 부각하며 공공의 책임을 교묘하게 은폐하고 방조하고 있습니다.

 

행복한 장애인일러스트, 벡터, 상업적 이미지사이트 - 123RF

벼랑 끝으로 내몰린 약자들의 정신적 고통, 무차별적인 온라인 혐오가 낳은 끔찍한 위축 효과와 침묵의 강요

특정 개인의 논란을 빌미로 집단 전체에 가해지는 이 무차별적인 온라인 공격은 당사자들에게 지울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남길 뿐만 아니라, 장애인들을 사회의 가장자리로 더욱 내몰아 그들의 입을 막아버리는 심각한 위축 효과를 낳고 있습니다. 

 

소수자들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혐오의 언어들 앞에서 자신들이 이 사회의 정당한 구성원으로 환영받지 못한다는 뼈저린 고립감과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이는 이미 수년 전의 통계에서도 명백하게 증명된 바 있습니다. 

 

이천십칠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소수자 혐오 표현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응답자의 무려 칠십구 점 오 퍼센트가 온라인에서 자신들을 향한 혐오 표현을 직접 경험했다고 생생하게 증언했습니다. 

 

더욱 참담한 것은 혐오 표현을 경험한 이들 중 오십팔 점 팔 퍼센트가 우울감 등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일상생활에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장애인 겨냥 악성 댓글의 융단폭격을 마주한 이경희 씨가 앞으로 리프트나 편의시설을 이용할 때마다 더욱 위축되고 주변의 눈치를 보게 될 것 같다고 토로한 것은, 이 위축 효과가 얼마나 현실적이고 파괴적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그녀는 결국 일상적인 불편을 건의하는 것조차 대중의 무자비한 비난을 받을까 두려워 스스로 단념하고 권리를 포기하는 사람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깊이 우려했습니다. 

 

사회의 부조리에 저항할 최소한의 목소리마저 혐오라는 이름의 거대한 폭력 앞에 짓눌려 강제로 침묵을 강요받는 사회는 결코 건강한 민주 사회라고 부를 수 없습니다.

 

장애인 행복한일러스트, 벡터, 상업적 이미지사이트 - 123RF

소수자를 향한 전형적이고 폭력적인 배제의 논리, 인권의 기본값을 바로 세우고 혐오의 고리를 끊어내기 위한 연대의 필요성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며, 개인에 대한 평가와 비판을 빌미로 그 개인이 속한 소수자 집단 전체에 혐오 발언을 일삼는 사회적 태도를 철저하게 경계하고 반성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개인의 잘못이나 실수를 개인의 차원에서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해당 집단 전체의 특성이나 결함으로 매도하는 것은 역사적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되어 온 가장 비겁하고 전형적인 배제의 논리입니다. 

 

숙명여대 법학부의 홍성수 교수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특정 집단 전체를 배제하려는 태도는 단순히 개인에 대한 호불호의 차원을 넘어서는 대단히 전형적인 혐오 표현이라고 단호하게 규정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의 기본권을 한낱 동정심에 기반한 시혜로 격하시키는 이 오만하고 폭력적인 시선을 바로잡지 못한다면, 종국에는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최소한의 인권적 안전망마저 산산조각 나며 흔들릴 수 있다고 깊은 우려를 표명하며 엄중하게 경고했습니다.

 

이동권은 누군가가 선심을 쓰듯 베푸는 떡고물이 아니라, 교육을 받고 노동을 하며 사람들과 교류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되어야만 하는 가장 절박한 생존의 권리입니다. 휠체어 리프트에서의 추락 사고가 우리에게 진정으로 남겨야 할 교훈은, 한 유튜버에 대한 마녀사냥식 조리돌림이 아니라, 그 낡고 위태로운 리프트 위에 방치된 채 매일매일 위험과 차별을 감내해야 하는 수많은 장애인들의 고단한 현실을 직시하는 성찰이어야 합니다. 

 

우리는 시스템의 부재를 방관하며 모든 책임을 약자들의 태도 문제로 돌리는 비겁한 다수의 폭력을 멈추어야 합니다.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었다는 오만함에서 벗어나, 그들이 그동안 누리지 못했던 당연한 권리를 이제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하기 시작했다는 겸허한 반성과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할 때입니다. 

 

혐오의 언어로 도배된 온라인 광장을 정화하고, 다름이 차별의 근거가 되지 않는 포용적인 사회를 만들기 위해 우리 모두는 구조적 모순에 눈을 뜨고 굳건한 연대의 목소리를 높여야만 합니다. 그것만이 혐오의 사슬을 끊어내고 인간의 존엄성이 온전히 존중받는 평등한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유일하고도 가장 확실한 발걸음이 될 것입니다.

댓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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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보균#qpzj
    BEST
    한사람의 잘못으로다른사람까지 피해를 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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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인식이 참 무섭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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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수
    한 개인의 대처 방식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장애인 집단 전체를 향한 무차별적인 혐오와 조롱으로 번지는 현실이 참 씁쓸하고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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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E#13A
    도 넘은 장애인 혐오는 그거대로 문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