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10명 중 7명 이상이 직장 내 성범죄를 신고하거나 문제를 제기했을 때 2차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여성 응답자는 77%가 2차 피해를 우려했다고 하는데, 단순히 개인의 걱정으로 넘기기에는 상당히 높은 수치라는 생각이 들어요.
더 마음이 무거웠던 건 실제 피해를 경험한 사람들의 대응이었습니다. 성희롱을 경험한 직장인 가운데 40.9%가 당시 참고 모르는 척했다고 하더라고요. 피해를 당하고도 왜 바로 문제를 제기하지 못했을까 생각해보면 결국 신고 이후의 상황이 두려웠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가해자와 계속 같은 공간에서 일해야 하거나, 주변에서 괜히 일을 크게 만든 사람처럼 바라볼까 걱정되고, 인사상 불이익이나 인간관계 문제까지 생각하면 쉽게 나서기 어려울 것 같아요.
특히 2차 피해를 걱정하는 가장 큰 이유가 가해자와 피해자를 제대로 분리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것 같아서라는 점도 중요해 보입니다. 피해자가 용기를 내 신고했는데도 결국 가해자와 계속 마주쳐야 한다면 신고 자체가 얼마나 큰 부담이 될까요. 여기에 "피해자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식의 시선까지 더해진다면 차라리 참고 넘어가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무엇보다 피해자에게 "왜 그때 신고하지 않았느냐"고 묻기 전에 왜 신고하기 어려운 조직이 되었는지를 먼저 돌아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피해자가 참고 넘어가는 것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게 아니라, 신고해도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는 신뢰를 회사가 만들어야겠죠. 성희롱 사건을 처리하는 목적도 단순히 가해자를 징계하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다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하고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만드는 데까지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