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타리카에서 들려온 반전의 인생 이야기
지난 8월 7일 아르헨티나 매체를 통해 전해진 소식 하나가 전 세계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어요
1907년 7월 11일에 태어난 코스타리카의 호세 플로레스라는 분이 119번째 생일을 맞았다는 소식이었는데요
이 나이가 사실인지 아닌지 국제 장수 인증 기관인 노인학연구그룹 GRG에서 지금 출생 기록을 검증하고 있는 단계라고 해요
만약 검증이 완료된다면 이분이 공식적으로 세계 최고령 생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에요
지금까지 알려진 공식 세계 최고령 생존자는 영국의 에설 캐터햄 할머니로 8월 21일이면 117세가 되신다고 해요
공식 최고령 할아버지 기록은 113세인 브라질의 주앙 마리뉴 네투가 갖고 있고요
역사상 가장 오래 산 사람으로 공인된 기록은 프랑스의 잔 칼망이라는 분인데 122년 164일을 살고 1997년에 세상을 떠나셨다고 해요
이 기록들과 비교해보면 플로레스 할아버지의 119세라는 나이가 얼마나 이례적인 수치인지 짐작이 되실 거예요
특별할 것 없던 식단이 오히려 화제가 된 이유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이분의 식단이었어요
아침마다 쌀과 콩을 함께 볶아 만든 코스타리카 전통 음식 가요 핀토에 신선한 치즈와 요리용 바나나를 곁들여 드신다고 해요
건강기능식품도 특별한 식이요법도 전혀 하지 않으셨다고 하니 요즘 유행하는 각종 슈퍼푸드나 값비싼 영양제와는 완전히 다른 방향이에요
장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이분은 열심히 일하고 신을 믿으며 건강하게 먹는 것이라고 짧게 답하셨다고 하는데요
이 평범한 대답이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더 크게 다가온 것 같아요
113세까지 하루 1km를 걸었다는 사실이 주는 울림
전문가들이 특히 주목한 부분은 식단 자체보다 이분이 평생 유지해온 생활 습관이었어요
청력이 다소 떨어지고 무릎 관절이 닳아 지금은 보행 보조기를 사용하신다고 하지만 매일 산책을 하고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는 일상을 이어가고 계신다고 해요
심지어 113세가 될 때까지도 하루 약 1km를 걸어 마을 노인센터를 찾으셨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활동량이에요
어려서 부모님을 여의고 평생 농촌에서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오신 삶의 궤적을 생각하면 이런 꾸준한 움직임이 몸에 밴 습관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은 증손녀 헬렌 플로레스씨가 곁에서 생활을 돌보고 있다고 하니 가족의 돌봄도 큰 힘이 되었을 것 같아요
블루존이라는 단어를 들어보셨나요
플로레스 할아버지가 거주하는 코스타리카 과나카스테주는 세계적인 장수 지역으로 알려진 니코야 반도와 인접해 있는 곳이에요
니코야 반도는 흔히 블루존이라고 불리는 세계 5대 장수 지역 중 하나인데요
블루존은 일본 오키나와 이탈리아 사르데냐 그리스 이카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로마린다 코스타리카 니코야 반도 이렇게 5곳을 가리키는 말이에요
관련 자료를 찾아보니 니코야 반도는 인구 20만 7천명 중 100세인이 43명이나 되고 이들의 평균 연령이 101.93세에 이른다고 해요
게다가 60세 이상 사망률이 국가 평균보다 17%나 낮다는 통계도 있었어요
이 지역 주민들은 곡물과 콩류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농사와 집안일 등 일상에서 꾸준히 몸을 움직이며 가족과 공동체 중심의 삶을 유지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해요
블루존 산물이 아니라는 반박도 있다는 사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어요
플로레스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고향을 떠나 100세가 넘긴 뒤인 2024년에야 고향으로 돌아오셨다고 해요
그래서 일부 연구자들은 이분을 블루존의 산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하는데요
저는 이 지점이 오히려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평생 블루존 밖에서 살았던 분도 저 정도의 장수를 이뤄냈다는 사실은 특정 지역의 특별한 기적보다 개인의 생활 습관 자체가 더 결정적일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로 보이거든요
블루존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는 놀라운 반전
자료를 조사하다가 꽤 충격적인 내용을 발견했어요
소울 저스틴 뉴먼이라는 연구자가 2026년 발간한 저서를 통해 블루존 개념 자체에 강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해요
이 연구자는 초고령자 기록이 많은 지역일수록 오히려 출생 기록 자체가 부실하거나 연금 부정 수급과 관련된 사례가 많다는 주장을 내놓았고 이 연구로 2024년 이그노벨상 인구학 부문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해요
다만 이 주장이 학계의 정설로 자리잡은 것은 아니에요
블루존을 오래 연구해온 학자들은 이 분석이 좁은 블루존 지역이 아니라 훨씬 넓은 행정구역 전체의 통계를 끌어다 쓴 것이라며 강하게 반박하고 있고 자신들은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 기록을 일일이 대조해 나이를 엄밀하게 검증했다고 맞서고 있대요
저는 이 논쟁을 보면서 장수라는 주제도 결국 과학적으로 계속 검증되고 다듬어지는 살아있는 연구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느 한쪽 주장만 무조건 믿기보다는 앞으로 나오는 후속 연구들을 지켜보는 게 맞는 태도인 것 같아요
유전보다 환경이라는 의외의 결과
장수 연구자로 잘 알려진 댄 뷰트너는 덴마크 쌍둥이 연구 등을 근거로 장수의 약 75%는 생활환경과 생활 습관의 영향을 받고 유전적 요인은 20에서 25% 수준에 그친다고 설명하고 있어요
이 수치를 처음 봤을 때 저는 조금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흔히 오래 사는 집안은 따로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큰 비중을 우리가 매일 반복하는 선택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최근 이탈리아 사르데냐 블루존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흐름의 결과가 나왔는데요
블루존 주민과 인근 지역 주민 125명을 비교한 결과 두 그룹의 건강 관련 삶의 질에는 유의한 차이가 없었지만 성격 특성 중 개방성에서는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고 해요
블루존 주민들은 개방성 수준이 더 높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더 효과적으로 대처하는 능력과 높은 정서적 역량을 보였으며 정신적 신체적 자극이 되는 취미와 여가활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하니 성격이라는 요소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인 것 같아요
한국에도 존재하는 우리만의 장수벨트
여기서 제 개인적인 생각을 조금 덧붙이고 싶어요
저는 이 뉴스를 보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미 비슷한 장수 지역이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어요
전라남북도 지리산 자락에 있는 구례 곡성 순창 담양 네 곳을 묶어 구곡순담 장수벨트라고 부르는데요
2001년 서울대 의대 연구팀이 처음 조사를 시작했고 2018년부터는 전남대 노화과학연구소가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고 해요
2018년 기준으로 이 지역의 100세인은 총 60명이었고 구례 8명 곡성 15명 순창 12명 담양 25명으로 집계됐다고 해요
20년 전과 비교하면 흥미로운 변화도 있었는데요
100세인 중 남성 비율이 7%에서 16.2%로 두 배 넘게 늘었고 문해율은 13%에서 49%로 크게 높아졌으며 흡연율은 13%에서 2.8%로 음주율은 85%에서 6.1%로 큰 폭으로 줄었다고 해요
저는 이 통계를 보면서 장수라는 게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주변에서도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현재진행형이라는 걸 새삼 느꼈어요
가족 형태의 변화가 100세인의 삶에 미친 영향
같은 조사에서 눈에 띄는 대목이 하나 더 있었어요
지난 20년 사이 한국 100세인의 거주 형태가 크게 바뀌었다는 부분인데요
가족과 함께 사는 비율이 90%에서 50%로 급감했고 홀로 생활하는 비율은 10%에서 30%로 늘었으며 양로원에 거주하는 비율도 0%에서 20%로 새로 생겨났다고 해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경우에도 장자나 큰며느리가 맡던 전통적인 방식이 70%에서 30%로 줄었다고 하니 가족 구조 자체가 크게 달라진 셈이에요
그런데 흥미롭게도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자기 부양 중심형 100세인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더 높게 나타났다고 해요
저는 이 결과가 꽤 의미심장하다고 봐요
누군가에게 전적으로 기대는 삶보다 스스로 일상을 꾸려나가는 힘을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정신적인 건강에는 더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뜻으로 읽히거든요
걷기라는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처방
플로레스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계속 반복되는 키워드가 바로 걷기예요
질병관리청 자료를 찾아보니 65세 이상 노인에게 가장 강조되는 원칙은 가만히 있는 것보다 어떤 활동이라도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었어요
매주 150분의 중강도 운동이 권장되지만 이를 다 채우지 못하더라도 가능한 한 자주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안내하고 있고요
오랜 시간 앉아 있거나 누워 있는 대신 짧은 시간이라도 자주 일어나 움직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핵심이라고 해요
유산소 운동 근력 운동 균형 운동을 균형 있게 실천하는 것이 좋고 특히 균형 운동은 낙상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는 설명도 있었어요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굳이 헬스장에 등록하거나 특별한 장비를 갖추지 않아도 매일 걷는 습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블루존 5곳을 하나씩 뜯어보면 보이는 것들
오키나와 이야기부터 시작해볼게요
오키나와 주민들은 채소 두부 생선 해조류 위주의 저칼로리 식단을 오랫동안 유지해왔다고 해요
고구마 녹차 된장국이 주식이고 붉은 고기나 가공식품 섭취는 최소화한다는 특징이 있어요
하라 하치부라고 해서 배가 80%만 찼을 때 숟가락을 내려놓는 소식 습관도 유명한데요
2023년 발표된 한 연구에서는 오키나와 기반 식단을 12주 동안 따랐던 참가자들이 체중 감량과 혈당 인슐린 콜레스테롤 수치 감소를 경험했다는 결과도 나왔다고 해요
다만 오키나와 식단에 대한 연구 자체는 아직 제한적인 편이라 앞으로 더 많은 후속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에요
이탈리아 사르데냐로 넘어가볼게요
사르데냐 산악 지역 오글리아스트라는 1880년부터 190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 1000명을 기준으로 최초의 블루존으로 지정된 곳이에요
현재 이 지역에는 600명이 넘는 100세인이 생존해 있다고 해요
20세기 초에는 1000명당 2명 수준이던 100세 도달 확률이 20년 사이 8명으로 올랐고 블루존 마을에서 태어난 사람은 섬 전체 평균보다 2배 높은 확률을 보인다는 조사도 있었어요
사르데냐 주민들은 가족 및 친구들과의 유대 관계를 특히 중요하게 여기고 매일 마을을 걷거나 농사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인다고 해요
강한 사회적 유대 관계를 가진 사람일수록 우울증 발병률이 낮고 스트레스를 더 효과적으로 해소한다는 연구 결과도 함께 소개되고 있어요
그리스 이카리아의 독특한 생활 리듬
이카리아 주민들은 로즈메리 타임 민트 같은 허브로 만든 차를 즐겨 마시는 습관이 있다고 해요
전통 식단은 올리브 오일 콩류 통곡물 신선한 채소가 중심이 되는 지중해식 식단에 가까운데요
여기에 낮잠을 자는 문화와 느긋한 생활 리듬도 함께 언급되는 특징이에요
서두르지 않는 삶의 속도 자체가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해석이 많아요
미국 로마린다가 특별한 이유
로마린다는 다른 네 곳과 달리 섬도 아니고 바다와 접해 있지도 않은 내륙 지역이라는 점이 흥미로워요
로스앤젤레스에서 동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곳으로 의료시설과 교육기관이 많은 도시적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해요
이곳은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 신자들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으로 알려져 있는데 채식 위주의 식단과 규칙적인 종교 활동이 장수와 연결되는 사례로 자주 언급돼요
자연환경보다 신념과 공동체 규율이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예시라고 볼 수 있어요
코스타리카 니코야 그리고 목동 이야기
니코야 지역 조사에서 인상 깊었던 사례 하나를 소개할게요
니코야의 목동 라미로라는 분은 100세인데도 새벽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소를 돌본다고 해요
그는 매일 온종일 부지런하게 일하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라고 말했다고 하는데요
이 말이 플로레스 할아버지가 남긴 열심히 일하라는 말과 거의 겹치는 게 신기했어요
니코야의 도라라는 103세 어르신 일본 나가노의 구보타라는 83세 어르신 이카리아의 아티나라는 92세 어르신 모두 공통적으로 식단을 장수 비결로 꼽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어요
지역과 문화는 다 다르지만 결국 돌아오는 답은 비슷한 것 같아요
블루존 5곳이 공통적으로 즐겨 먹는 그 음식
여러 자료를 종합해보니 5개 블루존 지역 모두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식재료가 있었어요
바로 콩류예요
니코야에서는 검은콩 지중해권에서는 렌틸콩 병아리콩 흰콩 오키나와에서는 대두가 대표적으로 꼽힌다고 해요
콩류에는 구리 철 마그네슘 칼륨 아연과 필수 아미노산인 라이신을 비롯해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하다는 설명이 있었고요
검은콩의 경우 비타민 E 카로티노이드 사포닌 안토시아닌 같은 노화를 늦추는 항산화 물질이 일반 콩보다 4배나 풍부하다는 내용도 있었어요
세계보건기구가 5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는 하루 콩 20g 섭취만으로도 연간 사망 위험을 약 8%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앞서 말씀드렸는데 이 부분은 그만큼 여러 연구에서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이라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볼 수 있어요
걷기가 몸속에서 실제로 만들어내는 변화
앞서 걷기의 중요성을 말씀드렸는데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볼게요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심장 기능이 향상되고 혈액 순환이 개선되며 심혈관 질환의 위험이 줄어든다는 설명이 있어요
오랜 기간 규칙적인 신체 활동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근육량을 더 잘 보존하고 기능 저하를 늦추며 노년기 치매 위험도 줄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고요
65세 이상 노인의 경우 규칙적인 운동이 대부분의 퇴행성 질환에 긍정적인 효과를 주고 연령 증가에 따른 신체 기능 저하를 막거나 오히려 개선시키며 심리적 사회적 건강까지 함께 증진시킨다는 설명도 있었어요
발에 잘 맞는 신발을 신어서 관절에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걸을 때 허리를 자연스럽게 펴고 시선은 아래가 아니라 앞을 보는 것이 부상 없이 오래 걷는 데 도움이 된다는 실용적인 조언도 함께 찾아볼 수 있었어요
블루존 논쟁의 양쪽 입장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앞서 소울 저스틴 뉴먼이라는 연구자의 반박을 소개해드렸는데 조금 더 자세히 짚어볼게요
뉴먼 연구원은 초고령자 기록이 유독 많이 몰려 있는 지역일수록 출생증명서 관리가 허술하거나 연금 부정 수급과 관련된 유인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는 논리를 폈다고 해요
그는 애초에 잘못된 출생증명서에서 출발하면 그 오류가 이후의 모든 행정 기록에 그대로 복제되어 겉보기에는 완벽하게 일관되지만 실제로는 완벽하게 틀린 자료가 만들어진다는 표현으로 자신의 주장을 설명했다고 해요
반면 블루존을 오랫동안 연구해온 학자들은 이 분석이 정밀하게 좁혀진 블루존 마을이 아니라 훨씬 넓은 행정구역 단위의 통계를 가져다 쓴 것이라며 방법론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반박하고 있어요
이들은 18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세례 기록이나 인구 등기부 같은 자료를 하나하나 대조해서 나이를 검증했다고 강조하고 있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학술적 공방이 오히려 건강한 신호라고 생각해요
어떤 학설이든 반박과 재반박을 거치면서 더 정교해지는 과정이 필요하니까요
당장 어느 쪽이 완전히 옳다고 단정하기보다는 옥스퍼드대학교 인구노화연구소나 유씨엘 종단연구센터 같은 기관에서 나오는 후속 연구를 계속 지켜보는 자세가 더 합리적일 것 같아요
콩 말고 아보카도도 있다는 사실
콩류 외에 자주 언급되는 식재료로 아보카도도 있었어요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아보카도를 한 개씩 섭취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심혈관 질환에 걸릴 위험이 16% 낮았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해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아보카도 콩 토마토 같은 식재료들이 블루존 식단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아요
비싼 영양제나 특별한 건강식품을 찾기보다 매일 먹는 식탁에 이런 재료를 조금씩 더하는 편이 훨씬 지속 가능하고 현실적인 전략이라는 전문가들의 조언도 눈여겨볼 만해요
한국의 다른 장수 지역들도 살펴보면
앞서 구곡순담 장수벨트를 소개해드렸는데 한국의 장수 연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아요
2001년부터 시작된 한국 100세인 연구에서는 남성 장수 지역으로 강원도가 여성 장수 지역으로 제주도가 꼽혔다고 해요
연구진은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장수도 순위를 매겨서 상위 20개 지역과 하위 20개 지역을 비교하는 조사도 진행했다고 하고요
특히 소록도에 거주하는 한센병 환자들의 장수 현상도 한국 장수 연구의 대표적인 성과로 평가받고 있다는 설명이 있었어요
런던 임페리얼 칼리지에서 나온 예측에 따르면 2030년에는 전 세계 35개 선진국 중 한국이 남녀 모두 기대수명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하는데요
그때가 되면 한국 여성의 평균 기대수명은 91세 남성은 84세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고 해요
이 정도면 한국이 이미 세계적인 장수 연구의 중요한 현장이 되어가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없을 것 같아요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부분
여기까지 살펴본 내용을 종합하면 결국 반복되는 키워드는 몇 가지로 좁혀져요
꾸준히 몸을 움직이는 것 콩류 중심의 소박한 식사 가족이나 공동체와의 유대 그리고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신념 체계
플로레스 할아버지의 사례든 니코야의 목동 라미로의 사례든 사르데냐 주민들의 사례든 이 네 가지 축은 계속 반복해서 등장하고 있어요
저는 이 지점이 오히려 희망적이라고 생각해요
특별한 유전자나 기적 같은 지역이 있어야만 오래 사는 게 아니라 오늘부터 조금씩 실천할 수 있는 습관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뜻이니까요
세계 곳곳에서 발견되는 비슷한 사례들
플로레스 할아버지와 비슷한 이야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2024년 사망 당시까지 세계 최고령자였던 스페인계 미국인 마리아 브라냐스 모레라씨는 117세 168일을 사셨고 113세에 코로나19에 감염됐지만 중증으로 악화되지 않고 이겨내셨다고 해요
그전에는 자메이카의 바이올렛 브라운 할머니가 117세로 세계 최고령자였던 적이 있는데 평생 사탕수수밭에서 일하며 교회를 꾸준히 다니고 돼지고기와 닭고기를 피했다는 생활 습관이 알려져 있어요
이탈리아의 엠마 모라노 할머니도 117세까지 사셨는데 1800년대에 태어난 마지막 생존자로 알려지며 큰 화제가 됐었죠
이렇게 살펴보면 국적과 문화는 다 달라도 이분들의 공통점이 하나 보이는데요
바로 규칙적인 몸의 움직임과 소박한 식사 그리고 신앙이나 공동체를 통한 심리적 안정이라는 세 가지 축이 반복해서 등장한다는 점이에요
특정 음식 하나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는 냉정한 시각
여기서 저는 조금 냉정하게 짚고 싶은 부분이 있어요
많은 매체들이 장수 비결을 소개할 때 특정 음식이나 특정 지역을 마치 만병통치약처럼 포장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전문가들의 설명을 종합해보면 특정 음식 하나가 장수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요
규칙적인 식사와 꾸준한 신체 활동 공동체와의 교류 심리적 안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장수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이에요
세계보건기구가 5개국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는 하루에 콩 20g을 섭취하는 것만으로도 연간 사망 위험을 약 8% 줄일 수 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것도 콩만 먹으면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라 전체적인 식습관의 한 조각일 뿐이라는 걸 기억할 필요가 있어요
이 뉴스가 우리에게 던지는 진짜 질문
저는 이 기사를 여러 번 읽으면서 결국 이 이야기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119세라는 숫자 자체보다 113세까지 매일 1km를 걸어 노인센터를 찾았다는 그 꾸준함이 더 크게 다가왔거든요
평생 특별한 보충제 하나 없이 전통적인 식사를 지켜온 담백함도 요즘 각종 건강 정보에 지쳐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신을 믿으며라는 표현에서 볼 수 있듯이 심리적으로 기댈 수 있는 무언가를 갖는 것도 장수에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계속 언급되고 있다는 점도 인상 깊었어요
꼭 종교가 아니더라도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나 신념 체계를 갖는 것이 스트레스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들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이에요
앞으로 지켜볼 만한 부분들
마지막으로 정리하자면 플로레스 할아버지의 나이는 아직 공식 인증 절차가 진행 중인 단계라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해주시면 좋겠어요
인증이 완료될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앞으로 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에요
다만 나이의 진위 여부와는 별개로 이분이 평생 지켜온 노동 걷기 소박한 식사 신앙이라는 네 가지 축은 그 자체로 충분히 참고할 만한 삶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장수라는 주제는 특정 슈퍼푸드나 값비싼 건강기능식품으로 단번에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작은 선택들이 쌓여서 만들어지는 결과라는 사실을 이번 뉴스가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