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추리소설 대부라고 하는 히가시노 게이고가 대장암 투병하다가 7월 23일에 돌아가셨대요. 68세라고 하네요.
원래 회사 다니면서 엔지니어 하다가 틈틈이 소설 쓴 사람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스물일곱 살에 「방과후」라는 소설로 에도가와 란포상 받으면서 데뷔했대요.
공대 나온 사람이 일본 추리소설 대부가 됐다는 거 자체가 좀 신기하죠.
우리가 아는 작품만 봐도 「용의자 X의 헌신」, 「백야행」, 「갈릴레오」 시리즈, 한국에서 100만 부 넘게 팔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까지... 이걸 다 한 사람이 썼다는 게 좀 안 믿기더라고요.
그리고 이 중에 몇 개는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나왔어요. 「용의자 X의 헌신」은 일본에서 영화 나오고, 한국에서는 방은진 감독이 「용의자 X」로 다시 만들었고요. 「백야행」도 한석규, 손예진, 고수 나오는 영화로 만들어졌죠.
소설이었던 게 영화로도 나왔다는 거 보면, 그만큼 사람들이 많이 좋아했다는 거겠죠.
공저 빼고 106편이나 썼다는데, 그 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 얘기가 들어있었을까 싶어요.
저는 사실 책 읽는 거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두꺼운 책 보면 하품 나오고, 글자 많으면 핸드폰이 더 하고 싶어지고요.
근데 히가시노 게이고 책은 이상하게 읽기 싫다는 말이 잘 안 나와요. 뭔가 복잡해서 머리 아픈 느낌이 아니라 그냥 계속 페이지 넘기게 되고, 한 장만 더 하다가 새벽 되고 그런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혼자 생각해봤는데, 이 사람도 어쩌면 "나도 길고 어려운 책 지겹다, 그럼 다들 읽고 싶어할 얘기를 써보자" 이런 마음이었지 않을까 싶어요. 인터뷰에 그런 말이 나온 건 아니고 그냥 제 생각인데, 공대생 출신인데도 이렇게 잘 읽히는 소설을 썼다는 거 보면 진짜 그랬을 것 같아요.
책 싫어하는 사람도 책 들게 만드는 작가. 오늘 기사 보면서 이 사람이 그런 걸 한 사람이었구나 싶었어요.
사실 저도 책 읽는 게 귀찮아서 오히려 글을 써보고 싶어진 사람이거든요. 읽는 거 귀찮은 걸 너무 많이 겪다 보니까 그럼 나는 안 귀찮은 글을 써보자, 이런 이상한 생각이 든 거죠.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이라는 게 있다면 이런 거 아닐까 싶어요.
다 읽고 나면 뭔가 배운 것 같은데 읽을 때는 공부하는 기분 안 나는 거.
사건은 많은데 독자한테 문제 내듯이 안 하는 거.
다 읽었을 때 "안 재밌어도 상관없었네" 말고 "더 있었으면 좋겠다" 소리 나오는 거.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 딱 이랬어요. 추리소설 좋아하는 사람도 만족하고, 추리소설 안 읽는 사람도 끌어들이고 그랬거든요.
암 투병하면서도 계속 글은 썼다고 하는데, 다음 달에 「갈릴레오」 시리즈 신작 「영원한 기억」 나올 예정이었대요. 제목이 좀 그래서, 이게 마지막 장편이 되는구나 싶었어요.
생각해보면 어떤 책은 끝까지 못 읽고 어떤 책은 이상하게 끝까지 읽게 되잖아요. 못 읽은 건 죄책감만 남고, 끝까지 읽은 건 그 작가가 계속 생각나고요.
히가시노 게이고는 후자였던 것 같아서 이번 소식이 좀 크게 다가오네요.
나미야 잡화점에서 밤새 편지 주고받던 것처럼, 우리도 살면서 힘든 얘기 누구한테 털어놓고 싶잖아요. 그걸 소설로 받아준 사람이 오늘 기사에 나온 그 이름이었구나 싶었어요.
저는 여전히 책 읽는 거 귀찮은데, 그래도 누구나 읽고 싶은 글 쓰는 사람은 되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