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밭의 80대 노인과 30대 외국인도 폭염에 쓰려져...

달구벌대로에서 자전거를 타던 시민이 물을 마시고 있다. /사진=뉴스1 /사진=(대구=뉴스1) 공정식 기자

사진: https://supple.kr/news/cms1rec010025frpmk26a05q9 

 

요즘 창밖을 내다보면 이글거리는 아스팔트 위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모습이 마치 현실과 동떨어진 신기루처럼 느껴지곤 합니다.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서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생수병을 머리 위로 쏟아붓는 사람들의 모습은 이제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도 흔한 일상 풍경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 눈부신 햇살이 누군가에게는 낭만적인 여름의 상징이 아니라, 생명을 직접적으로 앗아가는 무자비한 '재난'이자 피할 수 없는 '흉기'로 돌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종종 간과하곤 합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과 함께 무겁고도 치열하게 나누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순히 '날씨가 덥다'는 투정을 넘어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고리를 무참히 끊어내고 있는 기후 재난의 잔혹한 민낯에 관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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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쏟아지는 폭염 관련 뉴스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다가, 제 시선을 강하게 붙들고 가슴을 먹먹하게 만든 참담한 소식이 있었습니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남과 광주 지역에서 고열과 의식 저하 등 온열질환으로 추정되는 환자들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는 기사였습니다. 26일 오후 1시쯤, 화순군 도암면 원천리의 한 고추밭에서는 80대 남성이 의식을 잃고 쓰러진 채 발견되어 병원으로 이송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당시 화순의 최고 체감온도는 35.3도였으며, 구조된 남성의 체온은 무려 40.4도까지 치솟아 있었다고 합니다. 인간의 몸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생물학적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은, 그야말로 생명이 꺼져가는 위급한 온도입니다. 같은 날 오후 4시 26분에는 해남군 옥천면 백호리의 한 주택 앞마당에서 고체온 증상을 보인 60대가 병원으로 옮겨지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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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를 진정으로 절망하게 만든 것은 그다음 내용이었습니다. 바로 전날인 25일 오후 3시 15분, 해남군 황산면의 한 밭길에서는 태국 국적의 30대 외국인 A씨가 쓰러진 상태로 발견되었고, 소방당국이 의식이 없는 그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으나 끝내 숨을 거두고 말았다는 비보였습니다. 그 역시 고체온 증상을 보였으며, 전날 해남의 낮 최고기온은 33.7도였습니다. 만약 A씨가 온열질환 사망자로 최종 분류된다면, 이는 올해 전남·광주 지역의 첫 사망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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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건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매우 섬뜩하고도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이 무자비한 폭염은 나이를 가리지 않으며, 철저하게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가장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흔히 온열질환의 피해자를 체력이 약한 고령층으로만 국한하여 생각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화순의 80대 어르신이나 해남의 60대 환자처럼 연세가 많으신 분들이 큰 피해를 입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해남에서 목숨을 잃은 태국인 노동자는 이제 갓 30대의 젊고 건장한 청년이었습니다. 33.7도라는 기온 속에서 건장한 30대 남성이 생명을 잃었다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개인의 체력 문제나 질병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곳 없는 야외 노동 환경에 내몰린 이들이 겪어야 하는 '구조적인 재난'임을 방증합니다.

 

폭염·폭우·태풍 '3재'가 닥치는, 무서운 여름이 온다 < 사회 < 기사본문 - 시사IN

 

더 나은 삶을 꿈꾸며 타국으로 건너온 30대 이방인이 낯선 땅의 뜨거운 밭고랑 위에서 서서히 의식을 잃어가며 마주했을 그 지독한 고독과 고통을 상상해 보십시오. 에어컨 바람이 닿지 않는 농촌의 들녘, 그늘 한 점 없는 공사 현장 등에서 생계를 위해 뙤약볕을 견뎌야만 하는 야외 노동자들에게 폭염 경보는 그저 스마트폰을 울리는 공허한 알림일 뿐, 작업을 멈출 수 있는 실질적인 권리로 작용하지 못합니다. 

 

질병관리청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 감시체계를 운영한 이후 집계된 올해 누적 온열질환자는 벌써 1,301명에 달합니다. 특히 지역별로는 제가 현재 머무르고 있는 경기 지역이 271명으로 가장 많았고, 경북 145명, 서울 122명, 경남 112명, 전남·광주 109명 순으로 뒤를 이었습니다. 이는 특정한 지역의 문제가 아니라 전국 단위의 심각한 보건 위기이며, 폭염이 소리 없이 우리 사회의 기저를 잠식하고 있는 '사회적 타살'의 현장임을 명백히 보여줍니다.

 

이 끔찍한 숫자와 비극적인 죽음들을 마주하며, 저는 저의 지극히 평범했던 일상을 다시금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평소 운동을 매우 사랑하는 편입니다. 특히 늦은 오후나 초저녁쯤 운동화 끈을 단단히 조여 매고 나이키 런 클럽(NRC) 앱을 켠 뒤, 거리를 달리며 땀을 흠뻑 흘리는 것을 하루 중 가장 큰 낙으로 삼고 살아왔습니다. 러닝 기록과 페이스를 체크하며 1km 단위로 줄어드는 거리를 볼 때마다 느껴지는 그 짜릿한 성취감은 일상의 큰 활력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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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연일 35도를 오르내리는 지금의 이 지독한 날씨 앞에서는 그깟 운동에 대한 열정도, 규칙적인 루틴에 대한 고집도 완전히 꺾일 수밖에 없더군요. 요즘 같은 날 밖으로 러닝을 나간다는 것은 건강을 챙기는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를 학대하고 생명을 담보로 도박을 하는 짓이나 다름없게 느껴졌습니다. 건강하고 쌩쌩한 30대의 청년조차 야외 밭일 중에 열사병으로 목숨을 잃는 마당에, 단지 취미 생활을 위해 이 폭염 속을 달린다는 것은 오만을 넘어선 무모함이니까요.

 

그래서 최근에는 눈물을 머금고 저의 소중한 야외 러닝 루틴을 완전히 접어야만 했습니다. 대신, 아파트 단지 내에 있는 실내 헬스장으로 내려가 에어컨 바람 아래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력을 다지고, 집 거실에 요가 매트를 깔아두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질 때까지 강도 높은 코어 운동을 반복하는 것으로 저만의 피난처를 찾았습니다. 앱에 찍히는 러닝 마일리지가 늘어나지 않아 내심 아쉽고 답답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은 그 어떤 기록이나 루틴의 유지보다 '생존'과 '안전'이 최우선이 되어야 하는 재난 상황임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저처럼 단순히 취미로 운동을 하는 사람조차 날씨의 위협을 피해 에어컨이 나오는 실내로 쏙 숨어버릴 수 있는데, 생계가 달린 야외 노동자들은 35도가 넘는 체감온도 속에서도 도망칠 곳 하나 없이 그 잔혹한 태양을 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미안하고 부끄러워졌습니다. 기상청은 당분간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 특히 남부지방을 중심으로는 35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폭염이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므로 온열질환 예방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물을 많이 마시고 그늘에서 쉬라는 개인 차원의 예방 수칙 당부만으로는 폭염이라는 거대한 재난을 결코 막아낼 수 없습니다.

 

[사진=연합뉴스 ]

사진: https://www.inews24.com/view/1988856 

 

이제 우리는 근본적이고도 치열한 고민을 시작해야 합니다. 폭염은 단순한 계절적 특성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초래한 가장 파괴적이고 불평등한 자연재해입니다. 그리고 그 재해의 최전선에는 에어컨이라는 문명의 이기에서 철저히 소외된 채 땀방울로 생계를 이어가는 농민들, 건설 노동자들, 그리고 타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위태롭게 서 있습니다.

 

단순히 물을 제공하고 휴식 시간을 '권고'하는 수준을 넘어, 기온이 특정 임계점을 돌파했을 때 야외 노동을 법적으로 '강제 중단'시키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임금 손실을 국가나 기업이 보전해 주는 실질적이고 강력한 '폭염 휴업 수당' 같은 제도적 안전망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폭염 속에서 쓰러져가는 이들의 죽음을 개인의 지병이나 불운으로 치부하는 사회는 결코 선진 사회라 부를 수 없을 것입니다.

 

연일 폭염이 이어지는 26일 대구 중구 달구벌대로에 지열로 인한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고 있다. 뉴시스

 

서플 회원 여러분, 연일 숨이 턱턱 막히는 이 가혹한 날씨 속에서 여러분의 일상은 어떻게 변해가고 있습니까? 폭염을 피해 저처럼 새로운 실내 생활 패턴을 만들어가고 계신지, 아니면 피할 수 없는 야외 활동 속에서 자신만의 특별한 생존 비법을 발휘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나아가, 점점 더 흉포해지는 여름철 폭염 속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야외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시민인 우리가 당장 목소리를 높여 요구해야 할 가장 현실적이고 시급한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분의 날카로운 통찰과 지혜로운 대처법, 그리고 우리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긴 의견들을 기다리겠습니다. 부디 이 잔혹한 폭염이 한풀 꺾일 때까지, 물 자주 드시고 실내 온도 조절에 유의하시며 스스로의 건강과 평온한 일상을 최우선으로 지켜내시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건강한 하루 보내십시오.

댓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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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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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추밭의 80대 노인과 30대 외국인도 폭염
    진짜 어마무시하죠 ㅠㅠ날 미쳤어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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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eeJ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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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날씨 정말 미친 거 같아요 습하고 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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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핑
    다들 더위 더위 조심하세요. 그렇게 무섭네요.
  • KRWFNPCQ#TmCd
    열대야에폭염에지치고있습니다폭염에지치지않게미니선풍기와아이스팩을겸비해서다니셔요무더위에수분공급을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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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양이는야옹
    폭염에 쓰러지는 고추밭 노인과 외국인 노동자 뉴스가 너무 마음 무겁네요.  
    이 정도 폭염이면 야외 노동은 법으로라도 멈추게 하고 폭염 휴업 수당 같은 제도 꼭 나와야 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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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뜀뜀#emHg
    정부 지침대로 한낮에는 밭이나 야외 작업장을 무조건 피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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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힘들듯듯#bOj5
    메스꺼움이 살짝 스치기만 해도 즉시 야외 활동을 멈춰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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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로스#ZtNS
    폭염은 당연하지만 여전히 기승이네요 ㅠ 온열질환 환자들도 늘어가고 있어서 걱정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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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은화#Tpwy
    낮에는 진짜 나가면 안되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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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형수
    한 낮에는 야외활동을 자제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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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후니#1eYt
    진짜 날씨가  너무 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