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4천만 개라는 방대한 양의 우산
고작 살대 몇 개가 부러졌다는 이유로 일반 쓰레기로 분류되어 소각된다는 사실은 현대 소비 사회의 단면을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산은 단순히 비를 피하는 도구를 넘어 이제는 길거리에서 쉽게 사고 쉽게 버리는 일회용품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저렴한 가격에 쉽게 살 수 있는 구조가 우리의 소비 습관을 고착화했고 이로 인해 물건에 대한 애착이나 수리라는 가치는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마포구 수리상점 [곰손]
매우 의미 있는 움직임이지만 이는 개인의 선의와 활동가의 자발적인 노력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환경을 보호하고 자원을 순환시키는 것은 이제 국가 차원의 시스템적 접근이 반드시 동반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개인에게 분리배출을 잘하라고 계도하는 수준을 넘어 폐우산이 발생했을 때 이를 수리할 수 있는 인프라를 동네마다 구축하고 수리가 불가능한 경우 재질별로 세분화하여 분리배출할 수 있는 정책적 가이드라인이 명확히 제시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최근 일관성없는 재활용가이드라인으로 인해 여기저기 민원이 폭주합니다.
고장난우산, 어떻게 고치라는거야
저 역시 우산이 고장 났을 때 가장 먼저 했던 고민은 고쳐 쓰는 것이 아니라 새로 사는 것이었습니다. 튼튼한 장우산을 사서 오래 쓰기보다는 갑작스러운 비에 편의점에서 급하게 구매한 투명 우산이 현관 한구석에 쌓여 있는 풍경은 누구나 한 번쯤 겪어보았을 일상입니다. 실제로 저도 살대가 휘어지거나 천이 조금 찢어진 우산을 들고 수리점을 찾아보려 했지만 막상 수리할 곳을 찾지 못해 결국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렸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산을 고치기 위해 이동하는 시간과 비용을 고려하면 차라리 새로 사는 것이 경제적으로 합리적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버려지는 우산만 매년 4천만개
버려지는 우산이 4천만 개라는 수치를 접하고 나니 내가 버린 그 우산들이 과연 어디로 가서 어떤 방식으로 처리되었을지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물건을 아끼고 고쳐 쓰는 즐거움을 잊고 살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는 우산을 고를 때도 수리가 용이한 제품인지 혹은 내가 오랫동안 애착을 가지고 사용할 수 있는 물건인지 한 번 더 신중하게 고민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작은 실천이지만 고장 난 물건을 단순히 쓰레기로 치부하지 않고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 과정은 그 자체로 환경 보호를 넘어 물건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회복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실적으로는 막막하다
일상 속에서 물건의 수명을 늘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습관을 갖추고 싶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특히 제가 거주하는 지역이나 생활권 내에는 우산 수리를 전문적으로 해주는 곳을 찾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처럼 수리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소비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인지 고민됩니다. 우산을 구매할 때부터 수리가 가능한 브랜드인지 혹은 내구성이 좋은 제품인지 판단하는 기준이 부족하여 매번 비슷한 실수를 반복하는 것 같습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가치 소비를 지향하지만 편리함이라는 현실적인 장벽 앞에서 매번 무너지는 제 자신을 어떻게 다잡아야 할지도 의문입니다. 기업들이 더 튼튼한 우산을 만들도록 요구하는 소비자 목소리를 어떻게 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