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도 폭염 속 쪽방촌 두 눈으로 본 하루

온도계 눈금이 39.5도를 찍은 순간

지난 12일 오후 2시 반쯤 서울 영등포역 인근 쪽방촌 골목의 온도계는 39.5도까지 치솟았어요 그날 기자가 영등포 일대를 돌며 잰 최고 기온이 바로 이 수치였어요 평소 땀을 잘 흘리지 않는 체질인데도 목덜미부터 온몸이 땀으로 젖었다고 해요 숫자 하나로 보면 그냥 더운 여름날 같지만 그 안에서 실제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하루로 옮겨놓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져요 폭염 특보가 뉴스 자막으로 스쳐 지나갈 때 우리는 대개 실내에서 에어컨 바람을 쐬며 그 숫자를 마주하지만 이 골목의 사람들에게 39.5도는 그대로 몸에 얹히는 무게였어요

 

 

그늘 아래 지친 얼굴들이 말해주는 것

골목에는 어르신들이 그늘에 지친 표정으로 앉아 계셨어요 영등포구가 설치한 쿨링포그가 피부에 닿는 순간엔 분명 시원했지만 푹푹 찌는 열기를 식히기엔 부족했다고 해요 한 주민은 실내가 너무 더워서 나와 있다고 했고 전기세가 무서워서 선풍기가 있어도 잘 틀지 않는다고 말했어요 쿨링포그가 있는 이 골목이 그나마 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는 이야기였어요 안개처럼 뿌려지는 물기가 잠깐의 청량감을 주긴 하지만 그 효과가 지속되는 시간은 길어야 몇 분 남짓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워 보여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는 쪽방의 실체

골목 안쪽 한 쪽방에서는 텔레비전 소리가 새어 나왔어요 실례한다고 외치자 민소매 차림의 84세 김 씨가 열기에 붉어진 얼굴로 문을 열어주었어요 그 방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었고 더위를 달랠 만한 어떤 장치도 없었다고 해요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연신 닦던 김 씨는 다리가 아파서 외출이 어려운 탓에 그저 더위를 참고 있다고 말했어요 거동이 불편하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무더위 쉼터도 그림의 떡이 되어버리는 현실을 이 장면이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어요

 

 

고가차도 아래 다섯 어르신이 모인 이유

영등포역 고가차도 아래에는 교회 무료 배식소에서 만났다는 여성 어르신 다섯 분이 모여 계셨어요 저마다 미지근한 물이 든 페트병을 손에 쥔 모습이었다고 해요 70세 김 씨는 집에 있어봤자 전기세만 나온다며 다리 아래가 그나마 시원해서 주변 사람들이 하루 종일 여기 앉아 있는다고 말했어요 물은 근처 식당 정수기에서 페트병에 받아 온다고 했는데 냉장고에서 갓 꺼낸 시원한 물 한 병조차 이분들에게는 쉽게 손에 넣기 힘든 사치처럼 느껴졌어요

 

 

문 닫힌 시장과 선풍기 한 대의 무게

이날 오전 찾은 신길동 사러가시장은 점포 대부분이 닫혀 있었다고 해요 일부 운영 중인 점포에서는 상인들이 연신 부채질하며 더위를 견디고 있었어요 시장에서 25년째 야채를 판다는 69세 이은옥 씨는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하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고 에어컨을 틀면 한 달에 50만원씩 나와 감당이 안 된다고 설명했어요 남성 의류를 파는 한 상인도 더워도 어쩌겠나 우리는 그냥 장사하는 것이라며 대나무 의자에 앉아 선풍기 바람을 쐬고 있었어요 25년이라는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상인에게조차 여름은 매년 버텨내야 하는 시험처럼 다가오고 있었어요

 

 

신호등 앞에서 반복되는 웃픈 풍경

거리의 시민들은 햇볕이 드는 자리를 피하기 바빴어요 신호등 앞에서는 인근 건물 안으로 들어가 유리문 너머로 초록 불이 켜지기를 기다렸다가 뛰어나가는 모습이 반복됐다고 해요 버스 정류장에서는 나무 한 그루가 만든 좁은 그늘 아래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고 휴대용 선풍기를 든 시민들은 연신 덥다는 말을 반복했어요 30대 장 씨는 지난달 날씨가 선선해서 이번 여름은 크게 덥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늘 외출해서 깜짝 놀랐다며 지방에 계신 부모님께 안부 전화라도 드려야겠다고 말했어요 이 말 한마디가 어쩌면 이 기사를 읽는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일지도 몰라요

 

 

전기요금 앞에서 작아지는 사람들

이 기사를 읽으면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질문은 전기요금이에요 선풍기라는 가장 저렴한 냉방 수단조차 마음 편히 켜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폭염 특보가 발효되는 기간만이라도 취약계층 전기요금을 한시적으로 면제하거나 대폭 할인해주는 제도가 왜 아직 촘촘하게 자리 잡지 못했을까요 순간의 지원이 아니라 여름 내내 안심하고 냉방기를 켤 수 있는 구조적 장치가 필요해 보여요

 

 

쿨링포그를 넘어서는 실질적 대안은 무엇일까

쿨링포그처럼 순간적인 냉각 효과를 주는 장치는 분명 골목의 체감온도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실내에서 잠을 자야 하는 밤 시간대에는 아무 소용이 없어요 그렇다면 골목 단위의 시설 지원을 넘어 개별 가구 단위로 실질적인 냉방 장비를 지원하는 방법은 얼마나 확대되어 있을까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을 위한 대안은 있을까

다리가 아파 외출조차 어려운 김 씨의 사례는 무더위 쉼터라는 공간 자체가 이동이 힘든 고령층에게는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요 쉼터로 나오라고 안내하는 방식이 아니라 직접 찾아가서 냉방기기를 놓아주고 안부를 확인하는 방문형 지원은 지금 얼마나 이루어지고 있을까요 

 

 

소상공인의 생계와 폭염이 부딪히는 지점

에어컨을 틀면 한 달에 50만원이 나온다는 상인의 말은 단순한 하소연이 아니에요 손님이 줄어드는 여름철에 냉방비까지 오르면 이중고를 겪을 수밖에 없는데 전통시장 상인들을 위한 냉방비 지원책은 현재 얼마나 마련되어 있을까요 

 

 

결국 남는 질문 하나

기사 속 장면들을 하나씩 되짚어보면 결국 남는 질문은 하나예요 폭염은 매년 반복되는데 왜 그때마다 대응은 항상 사후적으로 느껴질까요 여름이 오기 전에 쪽방촌과 전통시장처럼 취약한 공간부터 먼저 냉방 인프라를 점검하고 채워 넣는 선제적 시스템은 왜 아직 완전히 자리 잡지 못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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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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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영222
    진짜 날이 너무너무 더워요
    어르신들은 더 힘들거같아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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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희#tQZ3
    더위에힘드신분들많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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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쟈수#JB5f
    안개형 냉각수가 피부에 닿을 때 잠시나마 얻는 시원함마저 금세 증발해 버리는 폭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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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엘리야프라이스
    39도 폭염에 쪽방촌 어르신들 생각나네요.  
    전기요금 걱정 덜어줄 실질적인 지원이 꼭 필요해 보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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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켈리장
    쪽방촌은 구조상 열이 잘 안빠져나갈것 같기는 해요
    씻는것도 열악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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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햇살좋은날
    날이 너무 덥고 힘드네요
    수분섭취 많이 해야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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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루베리
    쪽방촌 힘들겠어요
    취약계층 보호 필요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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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바라기#PVg7
    아이고 이런 더위에 우리도 힘들겠어요.
    쿨링포그도 잠깐이라 아쉬워 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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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므므므
    날이 너무 더워 취약계층 걱정되네요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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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깜멍둥
    이런 글 볼 떄마다 참 슬프네요 안타까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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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하호호01
    39도라니 너무 하네요 정말 올 여름 빨리 가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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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도#Q5cl
    고가차도 아래 어르신들이 물병을 쥔 모습이 안타깝네요.
    에어컨 없이 버티는 주민들의 힘듦이 안타깝게 느껴져요
  • 시사잡이#u3a5
    쪽방촌 주민들은 참으로
    더운 하루하루가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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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으으#NidB
    지방자치단체가 마련한 냉각 장치들도 유례없는 가마솥더위 앞에서는 힘을 쓰지 못했어요